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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REAL Life Nov 23. 2020

소울푸드가 주는 삶의 위로

Feat.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흐를때가 있잖아요


#1.

“이밥에 고깃국 먹게해 주갔어” 라고 외치면

일동 정신이 바짝 드는 동무들처럼


몸이 허해지면 꼭 찾는 갈비탕 집이 있다.


이름하여 오래된 신촌 수제비거리에 자리잡은

큰언니네 갈비탕.


사실 [신촌]과 [수제비]

게다가 [갈비탕] 과 [큰언니] 의 조합은


다소 맥락이 잡히지 않지만


그 안에 들어가면 맞이하게 되는

할아버지와 외국인들의 세대초월

글로벌 왁자지껄 소음에


더이상 정신의 맥조차 잡기 힘든 상황.


게다가 내 옆에 자리를 튼 깐깐하신 할아버지께서

“밥이 왜이리 안나와” 라며 성화까지 내신다면


아수라장에 기름을 들이부은 느낌이랄까.

 


#2.

역시, 느낌적인 느낌을 아시는

베테랑 서빙 아주머니는 사태가 더 심해질 찰나,

임금님이 드실 것 같은 놋그릇에

말갛게 고은 갈비탕을 대령한다.


“고기 좀 더 넣었슈” 라는 센스와 함께.


이내 분위기는 식사타임으로 변하고

두 손으로 갈비를 잡고 요밀요밀 씹으시며

아기처럼 순해 지시는 할아버지.


게다가 화통을 쌂아 먹은 것 같던 목소리는

온데간데 없이 “여기 오징어젓 하나만 주세요~오”

라고 말씀하시는 상냥함에


밥을 먹다 웃음이 나오는 걸 꾹 참아본다.



#3.

피난시절 얻어먹는 국수 한 그릇 처럼

“영혼을 위로하는 음식”이 있다고 말하는 이종환PD는


지치고 힘들 때 당신을 위로해 주는

"한끼"를 테마로 힐링다큐를 기획하고 있었다.


많은 분들의 인터뷰를 해 보니

상다리가 휘어지는 잔치상이나

멋드러진 레스토랑의 일류요리가 아닌


“국밥 한 그릇”같은 소박한 한끼가

오히려 많은 이들의 지친 하루를

위로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자신을 위로해 주는

"나만의 소울 푸드"가 있는 사람은

삶을 대하는 시야부터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자신의 인터뷰 말미에 그는 귀뜸해 준다.

자신이 지칠 때마다 찾을 수 있는

소울푸드가 있는 사람이야 말로


정말 살 맛나는 생을 사는 사람이라고.



#4.

최빈국 TOP으로 불리는 부탄은

가장 행복한 나라로 손꼽힌다.


많은 이들은 궁금해 했다.

삼시 세끼도 충분치 않는 그들은 왜 그리

행복해 하며 살고 있는지를.


이에 대해 부탄의 국왕은 1972년

GNH(Gross National Happiness)라는 개념을

국정지표로 발표하며


국민행복지수를 통해 지속가능한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고 선언한다.


물론, 국민의 삶의 질을 평가할 때 우리는

지금도 GDP(Gross Domestic Product)를

사용하여 선진국인지 개발도상국인지를 나누며


국민들의 삶의 수준을 통해

그 사회의 행복정도를 가늠하고 있다.


하지만 소위 선진국이라 불리는 곳에서

여전히 자살률이 높아가고, 오히려

각종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모습에서


우리는 이 지표가 정말

“행복”을 반영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경제성장과 국민행복에 대한 지표가

일치하지 않는 불공정과 코로나19로 인해

하루 확진자가 8만명이 넘고 있는 미국을 보며


사람들은 더이상 돈의 규모가 말해주는

"행복의 신화"는 끝났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5.

2017년 부탄정부는 GNH를 기업경영에 접목하여

기업이 추구하는 행복가능성을 측정할 수 있도록


”GNH of Business” 를 런칭한다.

 

특히, 부탄 국가행복학연구소는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하며

GNH of Business 인증제도 출범을 통해


노동자와 고객, 지역사회와 기업 자체의

행복을 추구 할 수 있는 영역 또한 제시했다.


1인당 자신의 생에서 평균 94,000시간을 보내는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서라도

인생의 35%를 차지하는 일터에서


사회를 이루는 모두가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을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우리 역시도 기대하기 시작했다.


부유해지면서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양립할 수 있을지를.


혹은 기업의 전방위적 활동을 통해

국민의 행복이 추구될 수 있는 방안을.



#6.

물론, 큰언니네 갈비탕은

얼마의 매출로 어느 규모를 자랑하는 기업인지는

나 역시도 잘 모르겠으나


그 화통하고 왁자지껄한 음식점은 매년

신촌동에 계시는 독거노인을 위해

500만원을 기부한다고 한다.


서울시 내 왠만한 갈비탕 한그릇이

13,000원을 넘는 상황에서


착한 가격으로 고객들에게 만족을 주고,

지역사회를 위한 기부활동을 이어가는 모습에서


부탄이 말하는 GNH of Business가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하다.


가끔 영혼이 힘겹고 삶이 버거울 때마다

갈비탕이 떠오르는 건 아마도


이런 착한 가치와 버럭할배님까지도

공손하게 만드는


영양가 담긴 미소가 땡겨서 인지도 모르겠다.


소소하지만 영혼을 채워주는

소울푸드로 갈비탕 한끼.

어여 시간을 짜내서 한 그릇 비우러 한번 찾아가야겠다.


코로나 블루로 하루의 위로가 필요한 이들이여,

당신의 영혼을 위로해 주는 소울푸드는 무엇인가?




*데일리경제 칼럼 [윤한득의 안테나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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