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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인 Oct 18. 2023

중국인의 가치관?

물질만능주의의 끝판왕

사진: Unsplash의Nuno Alberto



중국인들의 가치관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물질이다.


물질만능주의.


이런 말이 있더라.

우리나라는 선비의 나라이고,

중국은 상인의 나라라고.

가히 완벽한 표현이다.


바로 옆 나라에다 생긴 것도 별반 다를 게 없는데

생각이 서로 달라도 어찌 이렇게 다른지.


7여 년 전 중국에서 잠시 지낼 적엔,

생긴 건 비슷한 사람들 사이에

묘하게 많이 다른 문화를 분별하고 감내해야 했으니

혼자만의 고군분투 쉽지 않았다.


늘 손해 보는 느낌이었다.

왜 나만 배려하지?


한국인인 나는 최대한 거리를 지키고(눈치 보고)

조그마한 부탁이라도 어렵게 하고

최대한 남에게 폐를 안 끼치려 노력하는데


중국인들은

친구 사이에(네가 날 얼마 봤다고) 이 정도 요구는 당연하고

하나 해주니 계속 어려운 부탁을 하는 것이다.


1년 넘게 중국에 지내면서 조금이나마 배운 건

내가 그들과 똑같이는 못하더라도

그들의 요구를 정중하게 거절하거나,

기분이 좋지 않은 걸 숨김없이 표출하는 방법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타지 생활도 쉽지 않은데

자꾸 호구되는 느낌이 드니

스트레스 안 받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최대한 방어하는 법을 익혔다.




이번엔 거꾸로 절친한 중국인 친구가

한국에 놀러 왔다.


내가 한국에 돌아온 이후로

날 보러 서너 번 놀러 왔었지만

문화가 달라 이리도 크게 충격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내가 중국에서 혼란을 겪은 것처럼

이 친구도 이번에 한국 방문으로

거의 쇼킹과 맞먹는 문화충격을 겪은 것이다.


아무래도 생각이 좀 더 유연했던 20대 때와는 달리

30대로 접어들면서 서로 고집도 생기고

머리도 굳은 것 같다.


가장 큰 주젯거리였던 게 바로 결혼.

또한 결혼의 부주제로

남성관과 여성관, 경제관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친구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자면

화려한 싱글을 즐기는 소위 북경 여왕벌이다.


분명 더 화려한 중국인들도 있겠지만,

내겐 이미 너무 화려해서 눈이 부실 정도이다.


얼굴과 피부 관리에만 매년 천만 원을 투자하고

번듯한 직장(공기업)도 다니는데

여전히 부모님 용돈으로 생활한다.

작년에는 부모님이 주신 돈으로

북경에 자가 소형아파트를 샀고 벤츠를 뽑았다.


그 용돈으로 이번에 한국에 놀러 왔고,

그 돈으로 성형외과에서 그 비싼 피부관리를 받고,

백화점 가서 액세서리나 화장품들을 쓸어 담았다.


북경에선 퇴근하면 매일같이

친구들과 함께 유흥을 즐긴다고 한다.

사실 술보다는 다 함께 거한 저녁상을 즐긴다.

중국인은 우리와는 달리 술보다 밥에 더 진심이라.

오늘은 이 친구들을 만나면, 내일은 이 친구들을 만난다.

그렇게 매일 밤늦게까지 논다.


만나는 친구들도 비슷비슷하다.

대부분 외제차는 기본으로 끌고,

올해 만났던 남자는 벤틀리를 끌었고,

그 비싼 도시에 다들 아파트 몇 채씩은 있고,

어느 도시를 놀러 가든 아는 남자들이 50만 원어치 저녁을 사준다.


이 남자들은 어쩌면 여태 한 번도 안 만나보고

단톡방 통해 간간히 연락만 주고받던 사이일 가능성이 크다.

나 역시 북경에서 이 친구 따라다니면서

모르는 사람한테 밥 얻어먹었던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


본인들은 결혼해도 싱글 때랑 사는 게 똑같다고 한다.

친구와 함께 이리저리 놀러 다니고 여행 다니고

남편이든 와이프든 각자의 이성 친구들을 서슴없이 만나고

누굴 만났든 굳이 서로에게 미주알고주알 알리지 않는다고 한다.


아이를 낳으면 육아는 상주하는 보모에게 전담하고,

학군 좋은 동네 비싼 아파트 하나 사서 좋은 교육시설 보내고,

엄마는 화려한 아줌마 생활을 즐긴다.

남편 따로, 부인 따로 화려한 삶을 즐긴다.

해외여행 다니고, 돈 쓰러 다니고,

만날 사람 다 만나고, 놀 것 다 논단다.


그런데 요즘 중국 이혼율이 높단다.

도시일수록 높다.

문제는 중국남자들이 문제가 많아서란다.

남자들이 자꾸 나가서 바람피우고 혼외자식 만들어오니

이혼율이 높아졌단다. 50%에 달한다고.

확실치는 않지만 놀래서 거듭 물었더니 진짜란다.


내 생각에 이는 남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자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본다.

손도 맞닿아야 소리가 나듯이.


이 친구가 작년에 만났던 남자가

엄청 부유한 가문의 장남인데 애 딸린 유부남이었다.

다 알고 만났단다.

본처랑 사이 안 좋아서 각방 쓴 지 오래였다며.


어쨌든 유부남의 선물 공세를 마다하지 않고,

매일같이 연락하고, 오랜 기간 데이트했던

이 친구에게도 잘못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오랜만에 만났더니

4살 더 먹은 이 친구 이야기의 수위가

좀 더 높아졌음을 느꼈다.

이혼도 쉽고 재혼도 쉬워진 마당에

남자가 돈 많고 배경 좋으면 몇 살 차이든 상관없다.


대도시 돈 많은 싱글들이나 아줌씨들이 다 그래서 그런지

얘도 그걸 아주 당연하게 생각하는 듯하다.

내 입장에선 좀 못된 걸 배운 것 같은데

어찌 보면 약간의 중국 문화 같기도 하다.

옳고 그름을 나누는 기준이 오롯이 물질에 달려있다.






실컷 중국 사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이제 반대로 나에게 꼬치꼬치 묻는다.


너희 한국인들은

결혼할 때 남자가 다 집을 해오냐.

서울은 어느 지역이 집값이 비싸냐.

데이트비용은 남자가 다 내냐.

너는 왜 요즘 만나는 친구가 없냐.

주변에 잘생긴 남자사람 친구나 연예인 없냐.

왜 맨날 남편이랑만 노냐.

넌 피부관리 안 받냐.

차는 왜 안 사냐.

도무지 네가 이해가 안 된다.


이 친구의 결론은 내가 너무 괴짜라는 것이다.

이제 돈에 관심 없어 보여.

너 옛날엔 안 이랬잖아. 지금 왜 이렇게 됐어.


맞아. 나 안이랬지. 흥청망청 썼지.

소문난 맥시멀리스트였지.

근데 이거 하나는 오해야.

난 돈을 정말 좋아해.

그저 난 내가 직접 돈을 벌고 싶은 것뿐이야.

돈 모으려고 좀 더 일하고 좀 덜 쓰는 거지.


저 질문들을 일일이 다 대답해 주고도

매일 똑같은 것들을 묻는다.


이 친구와 나눈 모든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돈이었다.




그러다 하루는

이 친구와 내가 북경에서 알고 지냈던

한국 오빠 하나 불러냈다.

내 석사 동기인데 청담 사는 꽤나 돈 많은 집안의 아들이다.


친구의 사정으로 어찌저찌 이 오빠를 불러냈더니

불편한 듯 뒤뚱뒤뚱 들어와서는

커피 한잔 쏙 마시고 어색하게 수다 떨다

1시간도 안 돼 집에 가버린 것이다.


원래 꽤나 독특한 사람인 걸 잘 아는지라

난 그러려니 했는데

북경 친구에게는 이게 너무너무너무 충격적이었나 보다.


어디 감히 남자가..? 나한테?


북경에서 비행기 타고 서울까지 와서

지 동네 근처까지 왔는데

어찌 밥 한 끼도 안 사주고

자기 커피 마실 것만 마시고 나가고

반가워보이지도 않고 졸리다며 줄행랑치냐고.


보통 중국에서는 남자가 오늘 자기와 약속을 했으면

집 앞까지 마중 나와서 차 문을 열어주고

같이 좋은 곳에 가서 밥 다 사주고 커피도 사고

집까지 다 바래다준단다.

돈 한 푼 못쓰게 하고, 심지어 선물도 사준단다.


나도 중국에서 살면서

남자들로부터 공주 대접을 늘 받아보니

몸이 자연스럽게 적응하더라.

여자 입장에서 좋고 편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남자 형편이 나 못지않게 섭섭할 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드니

도저히 매번 얻어먹기 힘들더라.


하소연을 가만 듣고 있자니 너무 웃기고 답답해서

야 자꾸 한국 와서 중국 이야기 하지 말라고 했다.ㅋㅋㅋㅋㅋ

너 한국 와서 한국인 남자들한테

중국에서 받던 그 대접받기 힘들다고.


그리고 이건 네가 맞고 내가 맞고가 아니라고.

그냥 문화가 다른 거라고..


문화 차이가

이렇게 모호하고 어렵다.





뼛속 깊이 한국인인 나는

중국에서 뼈 묻고 살았으면

참 삭막하고 허무했을 것 같다.


우리나라도

저변에 기독교 정신이 없었으면

어쩌면 이랬을 수도 있었을까..?


물론 안 그런 사람들도 많겠지만

돈을 중심으로 굴러가는 중국 사회에서

내 중심을 지키고 사는 게 꽤나 어려울 것 같다.





쓰다 보니 오늘 글은

중국인 단 한 명과의 대화에 의거했기 때문에

굉장히 주관적일 수 있겠다.


중국인에 대해 못마땅해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만큼 중국을 많이 그리워하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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