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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키 Apr 06. 2024

영감탱의 어머니

생각지도 못한 나의 시어머니


멋모르던 20대엔 인터넷에서 흔히 보이는 ‘시’ 자 같은 시어머니를 만날까 봐 걱정했다.

나한테 남편 아침밥 챙기라고 하면 어떡하지.

없던 제사도 부활시켜서 제사 지내라고 하면 어떡하지.

시집살이시키면 어떡하지 등등.


막상 결혼을 해보니 깨닫게 된 점.

더 글로리에서 연진이가 말했던가. 가장 큰 가해자는 가족이라고?

적당한 예가 아닐 수도 있지만.. 그토록 걱정하던 끔찍한 시댁은, 미래의 시댁이 아닌 바로 내가 살던 우리 집이었다.


내가 결혼을 해서 시댁을 맞이하게 될 거란 걱정만 했지, 남동생이 결혼하면 우리 가족이 누군가에게 시댁이 될 거란 생각을 못했다. 아둔하게도..



남편을 보고 결혼을 했지만, 덤(?)으로 얻게 된 어머님은 신이 나에게 보낸 선물 같은 분이다.

살면서 모친에게 한 번도 듣지 못한 사랑한다는 말을, 어머님에겐 매번 듣고 있다.

스무 살 때부터 아르바이트한 돈을 달라고 했던 나의 모친과는 달리, 우리가 필요하면 언제든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씀하시는 분.

애 낳으면 봐줄 생각 없으니 맡길 생각도 말라는 나의 모친과는 달리, 본인에게 맡겨주면 너무 고맙다겠다는 어머님.

툭하면 우리 집에 한 번쯤 들르겠다는 나의 모친과는 달리, 우리 바쁜데 방해되기 싫다고 한사코 방문을 거절하시는 어머님.



결혼은 당사자만의 문제가 어니라 가족이 만나는 일이라고 하던데.. 결혼이 새로운 가족을 만나는 일이라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가끔 영감탱이 미울 순 있어도, 어머님은 미울 수가 없다. 이미 갚을 수 없을 만큼 사랑을 받아서 어떻게 보답할지 가늠도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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