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키 May 16. 2024

친절의 전염성

출근길 지하철에서 생긴 일

아침마다 붐비는 지하철을 타고 출근한다.

지옥철처럼 옆에 서있는 이들과 숨소리를 나누는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한껏 따닥따닥 붙어있으면 적당한 손잡이 위치를 두고도 묘한 신경전이 일어나기도 한다.


종점 끝에서 끝으로 출근하다보니 45분을 서서 출근할 때가 많다. 중간에 앉아있던 누가 내리려는 몸짓만 보여도 주변 사람들의 신경이 그 좌석하나에 쏠리는 웃픈 상황이 일어난다.


그런데 오늘은 참 이상한 날이었다.


지하철 첫칸 구석에 손잡이를 잡고 버티던 아침. 두어걸음 떨어진 자리의 아저씨가 내리려고 몸을 일으켰다. 당연히 그 앞에 서있던 다른 남성이 앉을 줄 알았는데, 내게 자리를 양보하는 손짓을 보였다(!).


평소 같으면 그 남성이 머뭇거리는 틈에 내가 냉큼 가서 앉았을텐데, 손뜻 양보를 받으니 나도 모르게 손사레를 치며 괜찮다는 말을 했다. 다리는 아팠지만 내 출근 가방보다 더 큰 그의 짐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나의 거절에도 그는 곧장 앉지 않고, 내 옆에 서 있던 다른이에게도 먼저 앉으셔도 된다고 했다. 하지만 다들 괜찮다고 답하며 누구도 앉지 않았다.

몇번 더 고개를 훠저으며 양보의 대상을 찾던 남자는 그제서야 편하게 자리에 앉았다.


정말 신기한 광경이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그 뒤에 일어났다.

어쩔 수 없이(?) 자리 양보에 실패한 남자가 자리에 앉자, 내 앞에 있던 여성분이 갑자기 일어나는게 아닌가.

자신은 곧 내릴 것이니 편히 앉으라며 나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우리는 알고 있다, 지하철 명당 자리를.

두 걸음이면 지하철 문에 닿는 그 자리에 앉았다면 목적지 역에 도착하기 전에 굳이 먼저 서 있을 필요가 없다. 사람들로 붐비긴 했지만 먼저 서서 기다릴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에 더욱 더.


 사람들이 자리 하나를 두고 서로 앉으라고 양보하는 모습이 귀여워보였을까. 선뜻 일찍 자리를 양보해준 친절한 분 덕분에 나도 편하게 출근할 수 있었다.


이 짧은 순간에 한 사람의 친절이 얼마나 빨리 퍼지는지, 보이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참 묘하고 신기한 아침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학생도 피곤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