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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키 May 24. 2024

3년째 심리상담 받는 중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인생에 큰 문제가 없는 시기가 도래했다고 느끼면서.


우연한 기회에 받게 된 상담에서 꽁꽁 싸매놓은 오래된 상처를 발견했다. 모르는 척, 상처받은 적 없는 척 살 때는 그런대로 괜찮았는데 한번 알아채고 나니 상처 근처만 가도 눈물이 났다. 지난 얘기를 꺼내는 것만으로도 꺽꺽 숨이 넘어가게 우는 나를 발견했다.


뭔가 잘못됐다. 나에게 문제가 있다.

하지만 괜찮다. 문제는 고치면 되니까.


그렇게 시작한 심리상담을 3년째 받고 있다.

3년째 매번 울고 있다.

엄마 얘기, 돈 얘기, 사람들 눈치 보는 얘기, 식이장애, 결국 다 잘 안될 거 같은 불안과 참을 수 없는 분노까지. 못 본 척 묻어뒀던 이야기를 꺼내면서 지난 상처에 마주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앞으로 살면서 받을 상처도 의연하게 잘 대처하기 위해서.


혼란형 애착관계를 가진 성인이 잘 살아보겠다고 도망치지 않고 버텨낸 이야기를 남겨볼까 한다.


언젠간 울지 않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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