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시
어린 생의 몸짓이, 어느 날 나도 모르게 한 컷 찍혀서 음습하고 어두운 앨범 자락 사이에 처박혔다 반백년 고독한 접착제가 끈적하게 눌어붙어서 나는 감히 그곳으로부터 탈출할 수가 없었다 그저 무기력하게, 나를 꺼내주기를 기다리는 일 밖에 달리 할 일도 없었다
오늘, 반백년 발효된 사진이 사그락사그락, 퀴퀴, 앨범 자락에서 분분하게 떨어진다, 시간이 약이었다 끈적했던 접착제가 다 말라버린 것이다, 오랜 시간 갇혀 있던 어린 나를 꺼낸다 시간이 재로 삭아서 마음도 헐겁게 비워진 날, 낡은 사진을 분화시켜 어린 생의 고독과 우울의 냄새까지 통째로 날려 보낸다, 먼지가 돼라, 너는 자유다, 우수수수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