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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화디렉터 Jul 20. 2023

부모는 아이 옆에 앉아있어야 한다.

온 가족 리딩타임을 통해 깨달은 것

몇 년, 몇 번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일이었다. 모든 가족구성원이 빠지지 않고 우리만의 가족문화를 위해 미션을 지속했던 기간은 최대 일주일 정도?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눠보자고 했다. 같은 책을 돌려 읽고 소감을 나누자고 약속했던 게 아이가 5살 되던 해였다. 다섯 번쯤 하다가 실패했다. 6살 때는 쉬었다. 7살 때는 서로 다른 책을 읽고 각자 자기가 읽은 책의 내용을 소개해주기로 했다. 10번을 못 넘겼다. 8살 때는 가족 모두 함께 둘러앉아서 같은 책을 음독해서 읽고 난 후 소감을 말하기로 했다. 역시나 작심 일주일이었다.




지금은 아이가 9살이다. 우리는 최근 왠지 예감 좋은 도전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우리끼리가 아니라, 다른 가족들과 함께 하는 챌린지로써. 아이가 다니는 디베이트학원 원장 선생님의 주도 하에 스무 가족이 넘는 사람들이 챌린지에 참여 중이다. 매일 리딩타임을 정하고 미션을 달성하면 각자의 캘린더에 스티커를 붙여 인증한 후 단체 채팅방에 자유롭게 인증하는 방식이다. 아래 사진으로 인증했지만 어제까지 10일 차, 우리 가족은 일단 무척 순항 중이다.


리딩타임 미션달성 캘린더


우리는 챌린지를 시작한 날로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았고, 아이가 은근히 리딩타임을 기다리기까지 한다. 평소에는 책 읽는 걸 즐기지 않던 아이인데 엄마아빠가 시간을 정해서 다 함께 식탁에 앉아있으니 그 자체로 동기가 부여되는 것이려나? 굉장히 의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5분 간 맞춰놓은 타이머가 울려도 조금 더, 한 권 더 읽겠다고 한다. 나는 엄마미소를 하도 열심히 발사해서 광대가 얼얼해질 지경이지만 행복감에 마취되어서 그깟 얼얼함은 아무것도 아니란 거!




지난 몇 년 간 우리가 꾸준히 계획을 세웠고 실행을 하고자 했음에도 번번이 실패한 이유는 명확했다. 부모인 우리가 열의 있게 참여하지 않은 것. 아이가 숙제를 할 때는 꼭 옆에 앉아있어 주기로 해놓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방에 들어가 쉰 적이 많았다. 그럼 아이는 동기가 약해졌겠지. 책을 함께 읽자고 해놓고는 남편이 빠지고 나면 아이와 나의 책소감은  풍부해지지 못했다. 가족끼리 으쌰으쌰! 하자고 같이 하자 했는데 왠지 김이 샜고 기대감이 반감되었다. 그리고 인원이  많으면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데 아빠가 빠지고 나면 아이랑 나는 평소의 우리와 다를 게 없었다.




그래도 이번 도전에 열심히 따라와 주는 남편은 예전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요즘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래서 어제 리딩타임 도전 10일 차를 맞이해서 남편에게 적응이 되어가는지 물었다.


남편의 대답은 기특했다. 평생 전공서적 외에는 책을 멀리하며 살아온 공대 출신 남자지만 요즘 독서에 재미를 붙이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 내가 두 권, 세 권 읽을 때 남편은 이제 2 챕터쯤 읽은 건지 매일 같은 책을 열흘째 들고 있지만 그래도 지난 10년 세월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라 느껴져 고마운 마음이 든다.


아직 책 읽는 진짜 재미를 못 발견했다손 치더라도 가족의 문화를 위해 매일 15분씩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 그 시간만큼은 휴대폰을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부탁에 따라주고 있다는 점. 아직 하루도 거르겠다고 말하지 않은 점.




드디어 우리 가족의 확실하고 특별한 문화 한 가지가 자리를 잡아간다. 우린 이것을 적어도 아이가 성인이 되어 독립하기 전까지  꾸준히 실행해 볼 계획이다. 아이는 오늘도 리딩타임기다릴 거다. 무엇보다 부모인 우리가 노력해야 할 점은 아이 옆에 꾸준히 앉아있어야 한다는 것. 내가 꿈꿔오던 가족의 모습대로 살고 있어서 요즘 더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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