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제가 아팠던 날들이 생각나서 눈물이 났습니다.'
'읽는 내내 엄마 생각이 나서 우리 엄마 이랬겠구나...싶었어요. 감사합니다.'
'의료계에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이기에 작가님의 증상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고 있습니다. 잘 이겨내셨습니다.'
'저도 우울증이 심각한 상태여서 전남편에게 수많은 이상 행동을 했었어요. 작가님 글 보며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되어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제 아내도 조울증인데 많이 사랑해주려고 하고 있어요. 좋은 생각만 하고 스트레스는 안 받았으면 좋겠네요.'
지금은 본명을 밝혔지만, 처음에는 용기가 안 나서 임은혜로라는 필명을 사용했다. 은혜로 살고 있다는 의미를 담은 필명이다. 내 이야기에 과연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생각하며 브런치에 글을 썼는데, 놀랍게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내 글을 읽고 공감하는 댓글을 남겼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처음엔 내가 속 시원해지려고 글을 쓴 거였는데, 글쓰기는 나만 살리는 게 아니라, 남도 살릴 수 있는 통로가 된다는 걸 깨달았다. 생각지 못하게 온라인에서 귀한 인연들을 만날 수 있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이렇게 까지 솔직하게 소통하며 지낼 수 있다는 게 놀랍고 감사했다.
그렇지만 낯선 사람들에 대한 경계심이 있었기 때문에, 만나자는 제안이 와도 1:1로는 절대 만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브런치를 통해서 나와 같은 병을 앓고 있고, 같은 사명을 가지고 있다는 한 언니를 알게 됐고, 마치 펜팔 친구처럼 메일로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게 됐다. 그 언니는 나와 같은 병을 앓았기에 내 증상을 모두 다 이해하고 공감해줬다. 얼굴도 모르는 사이였지만 깊은 편안함을 느꼈다. 어느 날 언니와 실제로 만났고, 글을 통해 서로를 알고 있었던 터라 어색함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언니가 편지 봉투를 건네줬다.
안녕, 은정씨.
동봉한 사진은 킨츠기라는 건데, 깨진 도자기를 다시 수선할 때 아름다운 금가루를 섞어 넣어서 원래보다 더 멋스러운 형태를 얻게 하는 기술 이래요. 은정씨나 저처럼 마음이 깨진 적 있는 사람이 기억하면 좋을 만한 예술 기법인 것 같아서 소개해요. 망가져 버려서 손 쓸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무너짐을 겪은 이후에야 얻을 수 있는 매력이 있다는 걸, 킨츠기를 통해 배우면 좋을 거 같아요. 나이는 제가 은정씨보다 많지만, 어쩐지 은정씨에게는 마음으로 의지하게 되네요. 만난 적도 없는 은정씨가 제게 이런 존재일 수 있음에 하나님께 감사드려요:) 앞으로 함께 울고 웃으며 행복한 인연을 이어가길 기도해요!
ps. 상품권 액수가 넘 적지만 사고픈 거 사세요!
감동적인 편지와 함께 킨츠기 사진과 상품권이 들어있었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이런 선물을 받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참 좋은 친구를 만났구나."
"말 진짜 멋있게 한다. 똑똑한 사람인 것 같네."
부모님도 언니 칭찬을 하시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우리는 지금까지 좋은 언니 동생 사이로 지내고 있고, 종종 만나서 삶을 나누고 신앙 이야기도 나눈다. 이렇듯 하나님께서는 생각지 못한 방법으로 인연을 보내주셨다. 그렇게 단단해서 허물어지지 않을 것만 같던 경계심이 차츰 허물어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