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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teBloomer Mar 25. 2024

반영구적 바보가 되고 싶다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니콜라스 카

 프롤로그에서 필자는 인터넷을 사용한 이후로 자신의 지적 능력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설명한다. 원래 필자는 일부러 꼬아놓은 서사 구조나 논거의 변화 등을 쉽게 따라갈 수 있었고, 수시간 동안 긴 산문 속을 헤매고 다닐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두 쪽만 읽어도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그것이 웹을 이용하고 난 후의 변화라고 지적한다. 


도구는 사람의 뇌와 사고방식을 바꿔놓는다. 시계가 탄생하고 우리는 시간에 대해 지각하는 방식이 바뀌었다. 지도가 탄생하고 우리는 공간을 지각하는 방식이 바뀌었다. 눈이 나빠져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던 니체도 타자기를 구입하고 문체의 변화를 느낀다. 


목수가 망치를 집어들 때 그의 뇌에 있어서 망치는 손의 일부다. 군인이 쌍안경을 볼 때 뇌는 쌍안경을 우리의 신체의 일부로 판단한다. 어떤 도구든 그게 익숙해지고 나면 그것이 하나의 물건이라기보다는 우리의 신체의 일부로 인식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것을 이해하려면 뇌의 가소성이라는 개념을 알아야 한다. 

우리의 두뇌는 같은 경험이 반복될 경우 뉴런 사이 시냅스 간 결합은 보다 농축된 신경전달물질의 배출과 같은 생리학적 변화나, 기존 수상돌기와 축색돌기에 존재하는 새로운 시냅스 끝부분에 새로운 뉴런의 생성을 이끌어내는 등의 해부학적 변화를 통해 더욱 강력해지고 많아진다. 어쩌고 저쩌고.. 


간단히 말하면 자주 하면 뇌가 그에 맞춰 바뀐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것은 반복적인 신체 행동만이 아니라 정신적 활동 역시 신경 회로를 더 광범위하게 바꿔놓을 수 있다. 




 또한 이 활동은 가치중립적이다. 뇌는 어떤 자극이 더 ‘가치 있는지’ 판단하지 못한다. 단지 자주 경험하는 자극을 우선적으로 관리할 뿐이다. 우리 뇌가 육체적 정신적 훈련을 통해 새롭거나 더욱 강한 회로를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들 회로에 관심을 두지 않을 경우 약화되거나 와해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런 뇌의 특성과 인터넷이 무슨 관련이 있을까. 시계와 지도가 우리의 지각을 바꾼 것처럼, 책도 사람의 사고방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구텐베르크 혁명(인쇄술 발달)이 있기 전에는 지식은 단지 구술로 전해져 왔고 문자는 극소수의 사치품일 뿐이었다. 하지만 인쇄술이 발달하고 책이 세상에 쏟아져 나오자 사람들은 너도나도 책을 읽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깊이 있는 사고가 가능해졌다. 기억하자. 자주 쓰면 바뀐다.




 이렇게 사람들은 깊이 있는 사고를 하는 두뇌를 가지도록 바뀌었다. 반면 인터넷은 뇌의 회로와 기능에 강력하고 빠른 변화를 낳는 감각적, 인지적 자극, 즉 반복적이고 집중적이고 쌍방향적이고 중독적인 자극을 전달한다. 이런 자극은 우리의 집중과 인지능력을 상당히 갉아먹는다. 온라인에서는 수많은 찰나의 감각적 자극을 처리하며 링크들을 평가하고, 또 관련 내용을 검색할지 말지를 선택해야 하는 필요성 때문에, 방해가 되는 문서나 다른 정보로부터 뇌를 분리시키는 동시에 지속적으로 정신적 조정과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 


클릭을 할지 말지를 결정할 때 인지적 자원이나 집중력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십자말풀이를 하면서 책 읽기를 시도해 보라. 그것이 바로 우리가 인터넷에서 지적 활동을 할 때의 환경이다.


 어떤 한편으로, 인터넷의 방대한 지식 데이터베이스로 인해 인간은 더 이상 어떤 것을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휴대폰이 생기고 우리는 친구, 가족들의 전화번호를 외우는 일이 없어졌지 않은가. 하지만 이 또한 허상이다. 인터넷은 장기기억의 대체가 될 수 없다. 장기기억이 많다는 것은 단지 데이터가 많다는 뜻만이 아니다.(마치 컴퓨터 메모리마냥) 장기기억이 실상은 이해가 이루어지는 장소임을 발견함. 장기 기억은 사실뿐만 아니라 복잡한 개념 또는 스키마들을 저장한다.


이는 사람의 특성과도 연관이 있다. 우리는 방해받기를 원하는데, 이는 각각의 방해가 가치 있는 정보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이 알림 메시지들을 제거한다는 것은 연락이 끊긴 느낌 또는 심지어 사회적으로 고립된 느낌마저 가져올 위험이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인터넷과 그 툴들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된다. 더 많이 사용하면 어떻게 된다? 뇌가 변화한다. 이 원리는 중독과 습관의 메커니즘과 거의 같다!


우리의 도구는 이 도구가 그 기능을 증폭시키는 우리 신체의 어떤 부분이라도 결국 마비시키게 된다




 우리가 도구와 맺는 긴밀한 관계는 쌍방향적이다. 기술이 우리 자아의 확장인 것처럼 우리 역시 기술의 확장이 된다. 트랙터로 농사를 짓는 농부는 한 달이 걸릴 일을 하루 만에 끝내지만 그의 근육은 점점 약해진다. 


지식을 습득하고 분류하고 체계화하고 연결하고 인출하는 능력은 인터넷을 사용함으로 더욱 약해지고 말 것이다. 


새로운 기술, 더 보편적으로 말해서 진보에 대해 솔직히 평가하자면 우리는 얻은 것뿐 아니라 잃은 것에 대해 민감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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