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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등어 Aug 15. 2022

과거의 파도

그리고 계속 걷는 자들

엄마는   기다리게 했다. 한번은 운동회  점심이 지나서도 엄마가 오지 않아 학교에서 빠져나와 집에 찾아간 적이 있다. 엄마는 놀랍게도  시간이 되도록 내가 먹을 도시락을 만들고 있었다. 나는 결국 집에서 만들다  유부초밥을 먹었고 엄마와 함께 학교로 돌아갔다.


그러고서 나는 엄마가 보란 듯이 열심히 뛰어다녔다. 하지만 엄마는 내가 달리는 운동장이 아닌 먼 곳을 바라봤는데, 어린 내가 보지 못하는 그런 곳이었다. 집안의 사정이란 초등학교의 그루터기 모양 돌의자처럼 석연찮은 물질로 가득했다.


여하튼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오늘 도두바다에 갔다. 차에서 수박을 먹기로 했으나 나는 빛이 빠지기 전에 먼저 가 사진을 찍겠다며 바다를 향해 걸어갔다.


물에 가까이 갈 수록 해안가의 바위들은 울퉁불퉁하고 거칠었다. 나는 오백번 생각한 뒤 한 걸음을 내딛는 인간이라 물에 닿는데 무척이나 오래 걸렸다. 스쿼트 비슷한 몸짓을 스물한 번정도 한 뒤에야 겨우 물에 발을 담글 수 있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내가 지나온 길을 올려다 봤는데 놀랍게도 나를 지켜보는 엄마를 볼 수 있었다. 그는 파도가 여러 번 쳐도 거기 그대로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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