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계속 걷는 자들
엄마는 날 늘 기다리게 했다. 한번은 운동회 때 점심이 지나서도 엄마가 오지 않아 학교에서 빠져나와 집에 찾아간 적이 있다. 엄마는 놀랍게도 그 시간이 되도록 내가 먹을 도시락을 만들고 있었다. 나는 결국 집에서 만들다 만 유부초밥을 먹었고 엄마와 함께 학교로 돌아갔다.
그러고서 나는 엄마가 보란 듯이 열심히 뛰어다녔다. 하지만 엄마는 내가 달리는 운동장이 아닌 먼 곳을 바라봤는데, 어린 내가 보지 못하는 그런 곳이었다. 집안의 사정이란 초등학교의 그루터기 모양 돌의자처럼 석연찮은 물질로 가득했다.
여하튼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오늘 도두바다에 갔다. 차에서 수박을 먹기로 했으나 나는 빛이 빠지기 전에 먼저 가 사진을 찍겠다며 바다를 향해 걸어갔다.
물에 가까이 갈 수록 해안가의 바위들은 울퉁불퉁하고 거칠었다. 나는 오백번 생각한 뒤 한 걸음을 내딛는 인간이라 물에 닿는데 무척이나 오래 걸렸다. 스쿼트 비슷한 몸짓을 스물한 번정도 한 뒤에야 겨우 물에 발을 담글 수 있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내가 지나온 길을 올려다 봤는데 놀랍게도 나를 지켜보는 엄마를 볼 수 있었다. 그는 파도가 여러 번 쳐도 거기 그대로 서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