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그럴 수 있어. 나도 그런 적 있거든."
무심코 하는 말 습관에 우리의 내면이 담겨 있다. 말이 그 사람을 나타낸다. 사람을 담은 말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브릿지 역할을 한다. 브릿지는 동떨어져 있는 곳을 이어준다. 독립된 개체로 존재하는 두 곳을 서로 연결한다. 말을 통해 오롯한 개인이 서로 만난다. 두 사람이 만나 마음을 열고 관계를 이루는 시작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말을 통해 상대의 마음을 열고 그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서로의 마음이 오고 가는 것이다. 내 마음부터 열고 다가가면 마음으로 소통한다. 마음으로 소통한다는 것은 말이 브릿지 역할을 한 것이다.
말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브릿지가 되려면 상대의 다른 의견에도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
그러면 상대의 마음으로 건너가 마음을 얻을 수 있다.
모든 말이 안전한 브릿지 역할을 한다면 모두가 친밀할 것이다. 다양한 이유로 깨뜨러진(broken) 브릿지는 사람이 서로 오가지 못한다. 구부러진 말이 오히려 소통을 방해한다. 말이 깨진 브릿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봐주지 않고 외부 기준에 빗대어 평가한다. 평가와 판단의 시선은 왜곡과 오해를 낳고 비난한다. 상대는 억울하고 화나는 감정에 마음을 굳게 닫는다. 말은 안전한 브릿지 역할을 하지 못하고 거리감을 만든다.
거리감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브릿지를 깨뜨리는 요인이다. 판단 위주의 말은 사람 그대로 존재를 받아들이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기 위주의 필터링은 이기주의를 바탕으로 한다. 마음속 기저에 이기심이 자신과 타인을 이중 잣대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기적 편향(Self-Serving Bias)’이라는 심리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어떤 일이 성공했다면, 자기 자신의 공으로 돌리고 실패했을 때는 외부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다. 즉, 자신의 긍정 결과를 과대평가하고 부정 결과에는 과소평가한다. 자기 확증 편향이라고도 한다.
예를 들면 시험 점수가 훌륭한 결과에 대해서 자신의 능력이 탁월하다고 평가한다. 반면 시험 성적이 나쁘면 이번 시험은 어려웠다며 문제를 탓하는 경우이다. 즉, 잘되면 자기 덕이고 안되면 조상 탓이라고 한다. 이와 더불어 ‘행위자-관찰자 편향(Actor-Observer Bias)’도 브로큰 브릿지의 원인이다. 행위자-관찰자 편향의 가장 쉬운 예는 ‘남이 하면 스캔들이고 내가 하면 애틋한 로맨스’라는 거다. 즉, 자신이 행위자인지 관찰자인지에 따라 문제 원인을 달리 해석하는 경향을 말한다.
도로에서 난폭 운전에 관한 사례를 보자.
남이 운전했을 때,
“아 정말, 기본예절도 모르는 사람이군. 너무 난폭하다.”
자신이 운전했을 때,
“오늘따라 왜 이리 차가 많아. 미팅도 늦겠어. 너무 바쁜 상황이라고. 빵빵.”
자신에겐 관대하고 다른 사람에겐 엄격하다. 이중적 잣대로 평가하는 말은 공정하지 않고 왜곡되었기에 마음을 닫게 한다. 자신이 행위자일 경우 세상 탓을 하고 자신이 관찰자일 경우 타인의 개인 탓을 한다. 이래도 저래도 비난하는 말이다. 사람을 이어줄 수 없는 말이다.
위의 행위자-관찰자 편향에 적용되지 않은 대화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살펴보자.
남이 운전했을 때에도,
“와, 정말 바쁜가 보다. 애가 타겠군.”
말이 튼튼한 브릿지 역할을 하려면 이기적 편향과 행위자-관찰자 편향이 작용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자신에게만 호의적인 건 아닌지, 이중적 잣대로 평가하며 상대를 비난하지 않았는지 인식하고 듣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상대 마음을 열고 들어가 서로의 마음이 만나도록 브릿지 말을 사용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