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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 Mar 02. 2024

더 커뮤니티 : 사상 검증 구역

십여 년 만에 만난 나의 인생 예능


더 커뮤니티 : 사상검증구역

별점 ⭐️⭐️⭐️⭐️⭐️(5/5)

오랜만에 만난 예능 명작, 더 지니어스 이후로 인생예능이라고 부를 만한 프로그램을 발견하지 못했는데 십여 년 만에 등장해서 하는 기록


인생 예능

인생 영화, 드라마는 오히려 창작의 난이도가 예능에 비해 쉬울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스토리를 쓰고 그에 맞는 연기를 맡기는 플롯이기 때문이다.  영화나 드라마도 시청자들의 해석으로 재탄생된다 하지만은, 그건 영화가 끝난 후다.


예능이 훨씬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피디가 기획의도를 어떻게 가지고 기획했던, 쇼에 출연하는 이들이 절반 이상의 펜대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확률적으로 자신의 철학이나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그대로 반영하기엔 변수가 있는 어려운 플롯이지만 반면 그렇기에 어쩌면 기획의도 보다 훌륭하게 탄생할 수도 있다. 그리고 더커뮤니티가 그렇지 않았나 싶다.


‘나 쟤 알아 ‘

누군가를 안다는 건 어떤 걸까,

인간은 수많은 세포로 이루어진 다세포 생물이다. 이렇게 복잡한 유기체인 인간을, 누군가를 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 사람을 이루고 있는 외관 그리고 내부를 이루고 있는 세포지도를 안 다는 걸까? 그건 하드웨어인 육체일 뿐이라고 반문을 제기한다면 반대로 소프트웨어인 인간의 정신을 구성하는 단위는 무엇일까? 무엇을 알면 그 사람을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세포와 같은 단위가 어쩜 사상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봤다. 물론 프로그램에서 정의한 4가지는 너무나도 극히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사상 : (명사) 어떠한 사물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구체적인 사고나 생각 / 판단, 추리를 거쳐서 생긴 의식 내용 / 논리적 정합성을 가진 통일된 판단 체계


피지컬 100처럼 단순 육체도 아니고, 더지니어스처럼 단순 두뇌 서바이벌도 아니다. 이런 명확한 우위를 가릴 수 없는 스택으로 서바이벌을 할 생각을 하다니! 전에 본 적 없는 신박한 기획이었다. 신박하기 보다도 내 마음을 사로잡은 건 사실 내가 공감이 돼서였을 수도 있다.


고등학생 시절에 내 사고방식이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한 부분이 정확히 이 부분이였는데, 그런 어떠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스파르타식 기숙학교에서 수능만을 위해 목숨을 걸 때, 공부는 안 하고 혼자 저렇게 부분적이고 단편적인 어느 한 면의 우월함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사회적 잣대를 대는 것이 맞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거 같다.


실제로 출연자들은 그런 부분들도 많이 반증해준다고 생각한다. 사회에서처럼 비단, 부유해서, 좋은 학벌이어서, 유명한 사람이라서, 대세론적인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지지를 받거나 응원받거나 옳다고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다 떠나서 일관되고 소신 있고 다수에게 신뢰를 받는 사람들이 멋지게 그려지는 플롯이다. (적어도 나에겐)


더 커뮤니티에서는 서바이벌의 묘미인 상대를 이기고 짓 밞고 우월감을 느끼며 살아남는 승부의 짜릿함을 느낄 순 없을 수 있다. 더 오래 버틴다거나, 더 문제를 잘 푼다거나 하는 기준을, 내가 가진 자원이 더 우월하다는 기준을 마련하기 상당히 어렵기 때문이다. 모든 이는 자신의 생각이기에 맞지만, 모두 자기만의 논리일 뿐 모든 이에게 모든 명제에 대해 절대적 공감을 얻기는 어떠한 출연자도 불가능하다.


그런데 내 관점에서 생각해 볼 포인트는 이것이다. 상대를 이기고 살아남는 짜릿함이라는 전제는 여지껏의 경험에 의한 시청자들의 프레임일 뿐이다. “서바이벌”이라는 단어의 뜻처럼 사실 본질은 살아남기다, 누군가를 이기고 지게 하는 승부를 꼭 할 필요는 없다.


어떤 출연자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다 같이 살자는 말도 안 되는 이상을 꿈꾸거나, 착한 척 위선자 같이 굴지 말라고 하기도 하지만, 나는 이것이 단순 두뇌나 육체 서바이벌처럼 절대적으로 우월한 어떤 역량을 활용한 게임이 아니기에 누군가의 이상과 사상이 그렇다면 이 또한 위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이기는 것보다 상금을 타는 것보다, 이 프로그램에서 아니면 이런 상황에서 지키고 싶은 더 높은 순위의 가치가 그것이라면 말이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이건 사상을 겨루는 서바이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사상의 사전적 의미처럼 사상은 누군가의 판단, 추리를 거쳐 생긴 것이므로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가 절대 같을 수는 없다. 우연히 비슷할 순 있어도,


12명의 출연진은 자신의 사상을 코드와 점수로 가지고 서바이벌 토론을 비롯한 몇 가지 게임을 펼친다. 이기고 지는 것은 그날의 표를 많이 받는 자일뿐, 절대적인 승자는 나올 수 없다. 짧지만 내가 살아온 인생의 가장 큰 정의도 그러해서 더 재밌게 본 거 같다.

불순분자라는 존재를 두기도 했지만 그 조차도 출연자를 탈락을 많이 시켜야만 하는 미션을 가지지는 않는 것도 이런 큰 방향성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를 공격하고 탈락자가 발생하지만 무려 11편 완결인 프로그램에서 8편에서 발생한다. 그렇다고 전혀 지루하거나 망한 루즈한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같이 생각되지 않는다. 게임이 끝나면 우와라는 누군가의 우월함에 대한 감탄보다는 나라면?이라는 생각 해보게 끔 하는 프로였다.


이 십여 일간의 여정 속에서 출연자들이 작은 국가, 사회를 형성하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공금을 걷고, 규칙을 만들고 투표를 하고 리더를 선정한다. 실제로 정치인 출연자들도 있었다. 어쩌면 그 나만의 사상이라는 내 것을, 나라는 개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관을 사회에 투영시키고 반영시켜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게 정치인 걸까 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보며 늙은 아저씨들이 나와 말씨름하는 거 정도로 폄하했던 정치에 대한 나의 관점도 새롭게 해 주었다.


그 대표적인 에피소드가 종신 리더 선정 과정이었는데 후보로 공교롭게도 실제 정치인 활동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이 올랐다. 이 대결에서 내가 생각한 결과와 반대로 나와서 입이 떡 벌어지는 반전이라고 생각했어서 인상 깊었다. 결국 뜻을 펼치기 위해서는 지지를 받아야 하는데,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옳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논리 정연함 보다도 한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더 중요했다. 나 역시도 반대의 결과를 예상한 거 보면 어쩜 아직도 순진하게 논리 정연함이나 강인한 주장이 이길 거라고 생각했던 거 같다.

그래서 좋은 정치는 어렵다는 것도 배웠다. 그 똑똑했던 사람들이 다 비슷한 정치인이 되어갈 수밖에 없는 것도 왜 그런지 너무나 이해가 가는 대목이었다.


가장 공감 가는 결정만 하는 출연자가 있었는데 놀랍게도 나와 사상코드 점수가 거의 똑같았던 것도 신기했다. 친구는 “그 출연자 욕 많이 먹던데 ”라고 했지만 앞서 초두에 말한 것처럼 사상이라는 것은 모두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라 개의치 않았다.


그 출연자는 마지막 화에서 결국 자신이 정의 내린 이 게임에서의 “정의”라는 기준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며 별 노력 없이 기꺼이 탈락자가 된다. 그렇다고 그가 탈락한 루저로 보이기보다는 지금 이 글을 쓰는 나처럼, 그에게 공감하고 그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는 게 이 프로그램에 묘미다. 이런 것들이 프로그램이 명작이라고 생각하는 포인트들이다.


연일 총선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4월 10일 전에 더커뮤니티를 본다면, 나처럼 생전 처음으로 투표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기는 사람들이 더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재미와 감동 사색을 준 피디님과 훌륭한 출연자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이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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