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잘 알려면 같이 일을 해보자
공식적인 네트워킹 행사에도 모두 참여했고 뒤풀이도 열심히 나가서 끝까지 시간을 보냈지만! 여전히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명에 대해서도 깊게 알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는데, 같은 기수 참가자가 무려 100명이 넘었으니까요!
그래서 프로그램에서 제공하지 않는 비공식 모임을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어요!
같은 기수 참가자 대상으로 "예비창업가를 위한 독서 모임"을 만들고,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매주 책 1권씩 읽는 챌린지를 시작했어요! (참, 이 모임은 1년이 지난 지금도 격주로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책 읽기를 좋아하지 않거나 선호하는 책이 다른 분들은 참가하지 않았겠지만, 이 모임은 몇 가지 목적이 있었어요.
1) 매주 책 1권이라는 쉽지 않은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 달성해 보면서 제게 창업을 위해 충분히 투입할 시간과 에너지가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었어요.(회사생활+육아에 뭔가를 더 추가한다는 것 자체도 도전이었어요)
2) 같은 기수 참가자분들과 어울려 시간을 보내고 싶었어요.
3) 책을 읽으면서 나누는 이야기를 통해 창업에 관련해 어떤 견해와 인사이트가 있는지 알고 싶었어요
4) 마지막으로, 참가자분들이 모임에 얼마나 참여하고, 어떤 태도로 임하는지 궁금했어요! 몇 명이나 끝까지 할까도 궁금했어요!
하지만, 지난 글에서 말씀드렸듯, 역시 말과 행동이 얼마나 일치하고 책임지는 사람일까, 얼마나 험블 할까, 실행력은 얼마나 있을까 등에 대한 내용은 같이 일을 해야지만 알 수 있었어요.
그래도 공식 네트워킹 행사 그리고 네트워킹 행사가 끝난 후 자체적으로 진행한 뒤풀이, 마지막으로 독서모임을 통해 어떤 사람들과 일해보고 싶다! 혹은 피하고 싶다! 정도의 첫인상은 생겼어요.
부트캠프의 프로그램에서는 한 개의 미니 프로젝트와, 한 개의 본 프로젝트를 통해 두 개의 팀에서 일할 기회가 있었어요.
이 두 개의 팀에는 중복되는 한 명의 팀원이 있었고, 이분은 나중에 제 공동창업자가 됩니다.
그동안의 첫인상 만으로 1순위, 2순위, 3순위 희망 팀원을 적어냈어요. 그리고 운영진에서 팀을 구성해 팀원을 통보해 줬죠.
우선순위로 적어 낸 내용을 반영한 후에, 다양한 역량이 있는 구성원들로 팀을 구성해 줬어요.
총 5명이 한 조가 됐습니다.
마케터, 개발자, 기획자, 창업자등 다양한 인원이 한 팀이 되었어요.
이제 3주 동안 하나의 목표를 추구하게 됐습니다.
3주 내에, 주어진 10만 원 예산에서 작은 사업 아이템을 생각하고 실행해서 돈을 벌어보는 미션이었어요!
일종의 작은 사업을 만들어서 빠르게 실행해 보는 과정을 해보는 것이었고, 많은 돈을 버는 곳에게 상을 주는 경연의 형태였어요.
유명한 '스탠퍼드 대학교의 5달러 프로젝트'의 응용 버전인 거죠.
모든 팀들이,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3주 동안 각자 가진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서 경연에 참여했습니다.
덕분에 3주라는 짧은 시간 농도 깊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어요.
공식적으로는 3주간 프로젝트에서 많은 매출을 벌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였지만
제 생각에 이보다 더 중요한 세 가지 목적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스타트업에 계신 분들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MVP(최소 기능제품, 진짜 같은 가짜)를 만들어서, 최소한의 시간과 리소스로 시장에서 테스트해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린스타트업 방식에 대해 익숙하실 거예요. 프리토타이핑은 이보다 더 리소스를 줄여 실험하고 검증하는 방식이죠. 하지만 참가자 모두가 이 방식에 익숙하진 않고, 또 실제로 실행해 본 사람은 적기 때문에 이 방법을 직접 실행해 보도록 했던 것 같아요.
덕분에, 미니프로젝트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진 못했더라도 오히려 나도 창업할 수 있겠는데?라고 생각하게 된 분들이 많았습니다.
미니프로젝트에서는 모두가 머리를 모아 기획부터 실행까지 모든 것을 함께 해야 했어요. 일정 부분은 분업이 필요하겠지만, 하나의 목표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피드백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때로는 의견일치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어 조율해야 했고, 내가 먼저 발견한 '필요한 일'을 자발적으로 해야 했습니다.
미니프로텍트 종료 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생각보다 협력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서 중간에 깨진 팀이 상당히 많았어요. 감정적인 갈등으로 발전한 경우도 많았죠.
(많은 디자이너, 개발자분들이 '나에게 공동창업자가 아니라 외주 업체처럼 업무를 맡긴다'라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ㅎㅎ)
각자 영역에서 쌓은 세밀한 전문성은 미니프로젝트에서 크게 발휘되기는 어려웠어요. 3주 내에 매출을 낼 수 있는 주제로 한정하다 보니, 각자 관심이 많았던 영역이 아닌 곳에서 아이템을 정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전문적인 역량보다는, 일종의 품성과 기본적인 직업윤리(?) 같은 것들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1) 책임감: 합의한 마감일을 얼마나 잘 준수하는지, 담당한 일에 대해 오너십이 있는지
2) 적극성: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지, 회의 준비는 얼마나 해오는지
3) 겸손함: 부정적인 피드백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 실수와 실패를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이는지
4) 솔직함: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혹은 감정을) 이야기하는지,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지
5) 문제해결능력: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
제가 참여한 창업 부트캠프 참가자들은 큰돈을 내고 참가한 사람들이기도 했고, 사전에 인터뷰도 거쳤습니다. 따라도 모두가 높은 동기를 가지고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사람들이었죠. 적극적으로 자기 어필하는 분들이 이 많아서 정말 인상 깊은 분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통해서 다양한 면들에 대해서 직/간접 적으로 알게 될 기회가 많았습니다.
첫 째, 불편하고 어색한 일들을 하는 데에는 소극적이고 회피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창업 후 성공을 향한 과정은 불편하고 하기 싫은 일 투성인데, 이런 힘든 일을 나눌 수 없다면 공동창업자로 쉽지 않겠지요.
둘째, 동료와 소통하고 협력해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어렵다. 같은 목표로 뭉쳤더라도,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 솔직한 피드백으로 오해를 줄이고 서로 성장을 도와줘야만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동료의 헌신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때론 갑/을 관계가 있다는 것처럼 행동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불편한 소통은 피하려고 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셋째, 성장하는 능력을 갖추기 어렵다. 우리는 성공의 여정에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할 것이 분명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가 실패를 성장의 재료로 활용하는 것이 무척 중요해요. 이를 위해 우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를 통해 배우기 위해 치열해야 합니다. 때문에 험블해야 하고 기록해야 합니다. 험블 하지 않으면 좋은 정보만 받아들이고, 실패를 피하려 도전하지 않고 막상 실패하면 잊어버리려고 노력합니다.
전 제가 혼자 충분히 성장해서 영향력을 미칠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공동창업자가 필요하고 회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때문에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공동창업자의 필수 조건이었어요.
위에서 특히 세 번째 조건이, 제가 가진 상대방에 대한 정말 높은 기대 수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난 까다로운 사람이었구나...
최종적으로, 우리 팀은 많은 매출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적극적인 실행력으로 작은 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고객 모집을 위해 강남역 근처에서 직접 고객 유치를 위한 활동을 했거든요! ㅎㅎㅎ 사이비 종교로 오인받으며 받았던 몹시 차가운 눈빛은 잊히지 않습니다.. 하하하
어쨌든, 무엇보다, 우리 미니 프로젝트 팀은 한 명도 낙오하지 않고, 끝까지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실제로 많은 팀들이, 좋은 결과가 예상되지 않거나, 팀원 간 갈등으로 인해 중간에 프로젝트를 포기해 버렸습니다.)
3주간 프로젝트는 여전히 짧은 시간이었어요. 또한 '임시 팀'이라는 특성이 있었기 때문에, 다들 조금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했던 것 같습니다.
공동창업자를 찾기 위해서는, 내가 가지고 있는 강점과 약점을 모두 솔직하게 드러내고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모두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전 극단적인 솔직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쪽이지만, 대부분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상대방의 기분에 맞춘 대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짧은 기간에 공동창업자를 찾기 어렵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심지어 창업을 희망하는 예비창업가들이 모인 곳에서도 그랬습니다.
최종 팀에서는 앞으로 적어도 한 달 이상 함께 하는 인원을 찾는 것이었어요. 진짜 회사가 될 수도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기 때문에 다들 무척 진지하게 팀 구성에 임합니다.
굉장히 치열하게 영입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게 전 아니었지만..ㅋㅋ)
팀원을 찾기 위한 수많은 커피챗이 진행되었어요. (진짜 커피 마시는 것은 소수였고 대부분 온라인으로...)
미니프로젝트에 지친 많은 이들은 프로그램을 중도 이탈하게 됩니다.
(난 창업할 사람이 아니구나, 혹은 지금은 아니구나라고 생각한 사람들도 많았어요)
화려한 이력이 있거나, 유명한 회사에 소속된 분들은 특히 더 많은 커피챗 요청을 받았습니다.
(저도 몇 분과 이야기했는데, 굉장히 많은 커피챗을 하고 계셔서 무척 힘들어하고 계셨죠 ㅠㅠ)
그리고 본격적으로 희망하는 사업영역이 비슷한 분들끼리 많은 커피챗이 진행 됐습니다.
반면 전 창업에 대한 비전, 기업관에 공감하는 분들과 주로 커피챗을 하게 됐어요. 물론 이에 대한 공감대가 적었던 분들과도 커피챗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마음이 끌리지 않아 한 팀이 되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과적으로는, 운 좋게도 제 팀이 빨리 팀을 구성한 팀이 되었어요. 아무래도 제가 스스로도 남들에게도 호불호가 확실하다 보니 쉬웠던 것 같아요. 팀 구성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았죠.
3명이 한 조가 됐습니다. (이 중 한 명은 지금도 함께하고 있는 공동창업자가 되었습니다.)
최종 프로젝트는, 더 진지하게 진행됐어요.
프로젝트 결과에 따라 법인 설립 후 작은 투자를 받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죠.
덕분에 이 한 달간, 새로운 것들, 특히 저에 대해서 많은 것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최종 프로젝트에서의 배운 것들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 공유할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