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은 zaceun Feb 11. 2024

소명이 이끄는 삶을 살게 된 이유

Stefan Sagmeister: The power of time off


· Job: Done for money, 9:00 - 5:00.

· Career: Advancement and promotion.

· Calling: Intrinsically fulfilling.


2년 전 테드의 강연자였던 조나단 하이트는 일에 3가지 다른 수준이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Job' 직업으로서의 일은 돈을 벌기 위한 것이죠. 목요일엔 벌써 주말을 기다리게 됩니다. 그리고 아마도 심적 안정을 위해 취미가 필요하겠죠.

'Career' 저는 일에 더 종사하죠. 그러나 동시에 내가 정말 열심히 일한 기간들이 가치 있는지 의문을 갖게 될 것입니다.

'Calling' 돈에 얽매이지 않고도 하고 싶은 것이라 할 수 있죠.


- Stefan Sagmeister: The power of time off (TEDGlobal 2009 • July 2009) 중에서




제 인생을 바꾼 영상이 두 가지 있습니다.

그중 '업(業)에 대한 생각의 대전환'을 만들어준 영상을 오랜만에 찾아보게 되었고, 일에 진심인 분들을 위해 인사이트 공유 차원에서 글을 작성해 봅니다.


Stefan Sagmeister: The power of time off | TEDGlobal 2009


이 영상(링크는 본문 중간에 달아두었습니다)의 주인공은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스테판 사그마이스터(Stefan Sagmeister)입니다.


스테판은 2012년 봄, 대학교 3학년 전공 수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일본 교환학생을 다녀온 후 원래 전공이었던 애니메이션을 계속하다간 미래가 어둡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당시 문화 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만들던 정부가 집권하던 시절이라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많이 없어졌거든요. 이때 학과 선배 대다수가 웹툰, 게임 디자인, 3D 영화 이펙트 분야로 진로를 바꿨습니다.


교환학생을 갔던 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 자체가 해당 분야의 천재, 엘리트만 살아남을 수 있는 분야가 되어 일반 디자인 전공 학생들은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은 디자인이나 게임 디자인으로 많이 넘어갔습니다. 저는 천재가 아닌 범재였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을 깔끔하게 포기하고 상업 디자인을 공부할 수 있는 시각디자인과로 전과를 했습니다.


앞으로 먹고 살 직업과 진로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던 시기. 전과 후 처음으로 들었던 일러스트레이션 수업에서 스테판 사그마이스터의 사사를 받은 교수님 덕분에 저는 '보는 이의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디자인 철학의 세계'에 빠져들게 됩니다.



해당 수업의 첫 과제로 좋아하는 작가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하게 되었고, 저는 주저 없이 스테판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운이 좋게 테드 사이트에서 그의 강연 영상을 발견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추구하는 삶을 꿈꾸게 됩니다. 바로 '소명(Calling)이 이끄는 삶'을 말이죠. 15년 전 영상이지만, 여전히 저에게 영감과 자극을 주는 인생 강연입니다.


그는 테드 강연에서 <The power of time off : 타임오프의 힘>에 대한 주제로 안식년이 창작 활동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과 자신의 경험을 공유합니다.


"인생의 처음 25년간은 배움의 기간으로 보내고, 그다음 40년 동안의 일하는 기간이 있으며, 약 15년의 은퇴기간을 마지막으로 갖게 됩니다. 이 은퇴 기간인 5년을 나누어서 일하는 기간 사이사이에 넣는다면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스테판의 인생 디자인 아이디어 (TEDGlobal 2009)


확실히 (일과 삶을) 제 자신을 위해 즐길 수 있는 것이죠. 더욱 중요한 것은 그 기간 동안 생성된 작업이 회사 그리고 사회 전체로 되돌아온다는 것입니다. 한두 명의 손자들에게 도움이 가기 보다는요." - Stefan Sagmeister


그는 매년 자기 복제를 하는 뻔한 크리에이티브만 내놓는 자신과 팀을 돌아보며 리프레시의 필요성을 느낍니다. 글로벌 기업에서 업무 시간의 15~20%를 할애해 직원들의 개인 프로젝트를 장려하는 제도를 소개하며(3M은 이 제도에서 나온 아이디어로 브랜드의 대표 상품 포스트잇을 개발하기도 했죠), 본인도 12.5%의 포션으로 개인 프로젝트를 실행한다고 말합니다.



스테판은 개인 프로젝트를 '7년 주기 1년 안식년'을 통해 본격적으로 발전시킵니다. 맨 처음 소개한 인생의 타임라인을 바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실제로 실행한 것이죠.


그와 그의 스튜디오 팀원이 경험한 타임오프의 힘은 실로 대단했습니다. 그들이 안식년을 통해 얻은 창조적 영감, 사이드 프로젝트로 배운 동아시아 장인의 기술은 그대로 클라이언트 프로젝트에 접목되었고, 포트폴리오 퀄리티와 스튜디오의 몸값은 날로 높아졌습니다.


안식년 이후 스테판 스튜디오의 작업들. 이전과 완전히 차별화된 크리에이티브의 참신함, 디자인 철학이 돋보인다.


위에 공유드린 테트 강연 영상을 통해 그안식년에서 진행한 창의적인 사이드 프로젝트들부터 안식년 이후의 프로젝트까지 모두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스테판은 현존하는 디자이너 중 디자인 철학, 크리에이티브를 표현하는 실력과 프레젠테이션 능력, 사회적 영향력 면에서 최고의 경지에 올랐다고 생각합니다. 인류 행복에 대한 고찰, 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소명 의식을 가장 창의적이고 임팩트 있게 표현하는 그의 방식은 언제나 파격적입니다. 요즘 세계적으로 가장 핫한 아티스트 그룹 미스치프(MSCHF)의 파격과는 결이 다른 크리에이티브 전략으로 오랫동안 최고의 자리를 유지해 온 디자이너이기에 더 리스펙트 하게 됩니다


여러분 인생을 바꾼 인물이 있나요?

당신의 삶은 어떤 소명으로 움직이나요?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에 끌리는 분이 계시다면 그의 이야기를 꼭 한번 들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저처럼 삶이 완전히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


PS.

저의 최애 디자이너인 스테판의 전시가 DDP 디자인랩에서 3월 3일까지 진행되고 있습니다.(광고 아닙니다!)


<스테판 사그마이스터 Now is Better: 지금이 더 낫다> 전시는 지난 50년에서 200년 사이 인류의 삶의 질, 죽음, 빈곤 등의 이슈와 연관된 데이터를 활용해 작품을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전시 주제와 디자인 결과물 역시 스테판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전시소식을 알게 된 터라, 그가 직접 기획하고 디자인한 야외 공공예술 프로젝트 'We'd Rather Be Alive Than Dead 실물은 보지 못했는데요. 서울시에서 작품 리마인드 영상을 남겨준 것으로 위안을 삼아봅니다.


대학 전공 수업 이후 12년 만에 만나는 그의 디자인 세계가 어떻게 확장하고 발전했을지 무척 기대됩니다. 전시가 끝나기 전에 꼭 가보려고 해요. 이 글을 통해 스테판에 관심을 갖게 된 여러분도 꼭 방문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한국에서 무려 무료 전시로 그의 크리에이티브를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으니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