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퇴사 후 6주 동안 부부 상담을 했습니다. 어제는 그 마지막 상담날이었고, 이 과정에서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던 저만의 WHY를 발견합니다.
'나에게 주어진 분야에서 최고가 되어 인정받는 것'
그것이 제가 아주 어릴 때부터 가진 단 하나의 WHY 였습니다.
저는 작년 2월 본부 직속 마케팅팀으로 차출되어 퇴사하기 전까지 제 의지와 관계 없이 주요 프로젝트의 퍼포먼스 마케팅 리드를 맡아 어떻게든 성과를 보여야 하는 상황을 이겨내야 했습니다. 일을 하는 이유가 중요한 저로서는 정말 괴로운 나날이었습니다.
저는 제 안의 선을 넘는 일이 쌓이다 임계점을 넘어서면 몸과 마음이 아프기 시작합니다. 본능적으로 자신을 지키려는 심리가 발현되면 몸이 먼저 반응하는데, 해당 팀에 합류 후 4월부터 병가를 내는 횟수가 잦아졌습니다. 그리고 연말이 되어서야 '아, 내가 여기서 시간 낭비하고 있었구나. 정신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각성하게 됩니다.
'나에게 더 이상 미안한 짓 하지 말고 다시 꿈을 위한 날갯짓을 하자. 최고가 될 수 있는 곳으로 떠나자'고요.
그런데 하늘이 무심하게도 이 시기는 인생의 큰 챌린지가 산적해 있었습니다. 회사는 연말결산 빅 이벤트와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으로 바쁘게 돌아가서 거의 매일 야근했어야 했고, 개인의 삶도 만만치 않게 큰 변화를 앞두고 있어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습니다.
이직을 위한 포트폴리오 정리, 관심 회사 내부 관계자 커피챗, 연말 매스 프로젝트 마감과 회고, 내년도 온라인 광고 사업계획서 작성 및 C레벨 보고 준비, 남은 팀원을 위한 인수인계 준비, 그동안 함께 협업했던 관계자와 인사, 결혼 후 첫 이사, 사이드 프로젝트 런칭 준비를 동시에 했습니다.
이 모든 것은 12월~1월 동안 이뤄진 일입니다. 게임 개발자인 남편도 퇴사만 안 했을 뿐이지, 작년 한 해 저와 비슷한 시기에 신작 개발 TF팀으로 이동, 신작 구조 설계와 기존 서비스 운영 업무를 동시에 맡으며 번아웃이 왔죠. 둘 다 예민한 시기라 다툼이 잤았습니다. 가정의 평화와 우리 두 사람의 행복을 위해 부부 상담을 받았고, 다행이 지금은 많이 안정된 상황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저와 남편 둘다 자신이 맡은 일을 소처럼 열심히 하는 타입이라, 바쁘고 힘든 와중에 최고의 성과를 냅니다. 남편은 팀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드는 타고난 성정과, 책임감 있는 기술 선임의 역할로 팀에 기여한 것을 인정받아 연말 시상식에서 올해의 **인상을 받았고요(부끄러움이 많은 사람이라 회사명은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그동안 시도하지 않은 신규 채널 발굴, 마케팅 전략으로 대규모 신규회원 유치와 화제성을 만들며 직간접적인 매출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습니다. 이 결과를 만들기 위해 팀원과 함께 치열하고 즐겁게 전략을 수립했고 유관부서 관계자, 파트너사와 협업을 긴밀하고 세심하게 챙겼죠.
저는 이 팀에 차출되기 전 2년 연속 올해의 교보문고인 후보에 올랐습니다. 입사 후 3개월 만에 전사 이사진 회의에 참여해 온라인 마케팅 전략을 피칭하고 소속된 사업단에서 쓸 광고비를 따냈으니까요. 온라인 사업단이 생긴 이후 이렇게 짧은 기간에 제작비, 마케팅비를 가장 많이 쓴 사람은 제가 처음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빠른 속도로 실행하고 퍼포먼스를 보여 줬기에 비슷한 시기 입사한 동료 중 가장 먼저 승진했습니다. 주요 프로젝트를 단독으로 진행하거나 리드하는 역할을 맡아 사내에 보는 눈이 많았죠.
제가 어떤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커리어 패스를 걸어온 지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지만, 조직에서 튀는 사람이었던 건 분명했습니다. 전 아무래도 상관없었습니다. 저의 WHY, '최고가 되는 것'만이 유일한 목표였기 때문입니다. 다소 저에게 적대적인 사람도 가까이 두며 오로지 내가 속한 조직과 브랜드의 성과를 만드는 데만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이런 저의 진심을 알아주신 분들 덕분에 크고 작은 성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최고가 되는 것’을 위한 활동은 회사 밖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이사/퇴사/이직 준비를 동시에 하며 사이드 프로젝트까지 벌리다니 제가 생각해도 ‘성장’에 미쳤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이런 저를 그냥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1월 중순 개인 인스타그램으로 오픈 소식을 알려 2월 25일 첫 모임을 시작했고, 이번주 두번째 모임을 갖습니다. 10년 동안 대표, 본부장을 직접 상대하며 사수없이 일했던지라 항상 밖에서 사수를 구하고 제 안을 파고들며 답을 찾아왔는데요. 사회에 저와 비슷한 경험과 고민을 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트레바리보다 좀 더 콘텐츠 커버리지가 자유로운 넷플연가를 선택해 학연/지연/나이 상관없이 수평적인 관계로 성장 욕구가 큰 사람들만 모아 함께 #성장메이트가 되는 모임을 설계했습니다. 이 모임 역시 넷플연가에 제가 직접 제안해 만들었고, 지금은 링크드인을 통해 성장메이트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넷플연가 첫 모임 주제는 ‘Start With Why’ 였습니다. 우리가 일하는 본질적인 이유와 가치, 왜 이토록 성장에 목마른지 우리 스스로 자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래 제가 생각하는 마케팅의 본질이 담긴 5why 샘플을 공유 드려봅니다(전문은 유료로 참여한 멤버들을 위해 공개가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오프모임 3시간으로는 부족해 뒷풀이도 하고 넷플연가 가이드대로 만든 모임 단톡방에서 추가 인사이트를 나누고 있습니다. 일정이 되는 멤버들은 제가 추천한 전시를 함께 가는 인사이트 트립을 갈 예정입니다.
출퇴근길에 이 글을 끝까지 보신 여러분도 성장에 목마른 것이라 감히 생각해 봅니다. 이번 주말 커피 한잔을 옆에 두고 나의 WHY에 대해 딥다이브 해보시면 어떨까요. 내가 일하는 이유, 나아가 내 진짜 본질이 무엇인지 말이죠. 사이먼 시넥의 조언처럼 가까운 친구에게 물어봐도 좋고요. 나의 WHY를 알게 되면 매일 아침을 맞는 것이 즐겁고 일하는 순간 순간이 소중하고 세상이 달라 보일거라 확신합니다. 사이먼이 그랬고 제가 그랬듯이요. #아침단상
ps. 세계적인 경영저술가 사이먼 시넥(Simon Sinek)은 2016년 골든서클 이론으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재직하고 있던 스타트업에서 내부 구성원 대상 골든서클 워크숍을 직접 주도할 정도로 그의 신념과 이론에 팬이 되었는데요. 조만간 '골든서클 워크숍 2024.ver' 을 여러분과 직접 할 기회를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기대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