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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진문화연구소 Dec 09. 2021

[틈새공략 프로젝트] 나는 광진구의 일꾼이다

#틈새공략프로젝트 #엠비크루 #라쿤

2002년 창단해 지금까지 국내 및 국외 공연,
배틀, 예술작품으로 다양한 활동


Q. 단체에 대해 간략한 소개 부탁드린다.

A. 광진구 자양동을 필두로 활동하고 있는 비보이팀 엠비크루 단장 라쿤(박재형)이다. 어린 시절 교실 마룻바닥에 모여 시작했다는 의미를 담아 M은 ‘마룻바닥’, B는 ‘비보이’를 줄여 팀명을 정했다. 팀명을 설명해드리면 많은 분들이 놀라며 웃는다. 뭔가 거대한 비밀이 숨어있기를 기대하시나 보다. (웃음) 2002년 창단해 지금까지 국내 및 국외 공연, 배틀, 예술작품으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운명처럼 춤을 만나게 된
그 순간에 아직도 너무 감사


Q. 마룻바닥 비보이라니! 그 시절 학교의 풍경이 자연스레 그려진다. 센스 넘치는 작명이다. 그런데 팀명을 바로 이해하는 사람은 세대가 들통 나는 단점이 있지 싶다. (웃음) 대표님이 춤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본격적으로 춤을 시작한 건 중학교 3학년이다. 나는 학창 시절 인기가 없는 요즘 단어로 찌질이였다. (웃음) 뚱뚱하고 안경잡이인 반에서 존재감 없는 학생이었는데, 하굣길에 지하철역에서 우연히 브레이크 댄스를 만났다. 춤을 잘 모르지만 그저 멋있어 보였다. 처음엔 다가가기가 힘들어 몰래 바라만 보았다. 그러다 먼저 춤을 추던 같은 반 친구에게 도움을 청했고, 이후 비보이 세계에 푹 빠져버렸다. 춤을 통해 살도 많이 빠지고 성격도 바뀌면서 내 인생 전체가 달라졌다. 운명처럼 춤을 만나게 된 그 순간에 아직도 너무 감사하다.


Q.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만남이다. 그 순간을 시작으로 20년이 넘게 외길을 걸어오고 계시다니 대단하다. 대표님이 생각하는 춤이 주는 매력은 무엇인지

A. 창의력과 사고력 그리고 협동심을 가장 큰 매력으로 꼽고 싶다. 특히 혼자서 하는 춤보단 다 같이 나누는 춤이 너무 매력적인 장르인데, 이를 통해 자신감과 용기를 많이 얻는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춤을 대하는 태도, 마인드컨트롤을 통해 내 스스로 많은 변화도 느낀다. 또, 어느 장르에서나 필요한 성실함이다. 근육을 사용하는 장르이다 보니 몸이 굳지 않도록 꾸준한 연습이 필수다. 그간의 노력을 몸으로 바로 실현할 수 있어서 뿌듯함이 배가 된다.

Q. 말씀을 듣다 보니 춤을 배우지 않을 이유가 없게 들린다. (웃음) 요즘 ‘스트릿 우먼 파이터’ 프로그램 때문에도 일반인들의 관심이 굉장히 뜨거울 것 같다. 대표님이 댄서로서 영감을 얻는 방법이 궁금하다.

A. 춤에 대한 영상을 많이 본다. 외국대회 영상도 찾아보는 편이고, 전혀 다른 분야에 있는 전문가분들과 대화를 하면서 새로운 모티브와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그리고 나만의 징크스는 배틀 대회가 있는 날에는 항상 초콜릿을 먹고 개그 프로를 본다. (웃음) 즐거운 텐션을 잘 유지하면서 대회장을 찾으면 결과가 좋은 편이다.


한국 대표 선발전에서 우승을 해야 하는데, 
프랑스 대회보다 더 치열


Q. 개그 프로를 본다니 재미있는 징크스다. (웃음)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명언이 생각난다. 열정과 노력에 더불어 즐기기까지 하니 엠비크루를 따라올 단체가 없겠다.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무엇인지

A. 아무래도 2016 프랑스 UNIVSTI BATTLE 에서 우승했던 일이 아닐까 싶다. 일단 한국 대표 선발전에서 우승을 해야 하는데, 이게 프랑스 대회보다 더 치열했다. 비보이팀 사이에서 세계대회 우승보다 한국대회 우승이 더 어렵다라는 말이 공공연할 정도다. (웃음) 많은 우여곡절 끝에 한국 대표로 나설 수 있었다. 당시 경유하는 비행기여서 유럽으로 넘어가는 시간도 꽤 길었고, 시차의 어려움도 있었지만 우승 후 무대 위에서 태극기를 펼쳤던 그 감동은 평생 잊을 수가 없다.

Q. 타지에서 태극기를 펼치다니 상상만으로 뭉클한 것을 직접 현실로 이뤄내셨다. 국위 선양해주신 엠비크루에게 다시 한번 큰 박수를 보낸다. (박수) 질문의 방향을 바꿔보겠다. 단장님이 생각하는 광진구는 어떤 곳인지

A. 광진구 맛의 거리 인근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잠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었지만 여러모로 추억이 많아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연어의 회귀본능처럼 말이다. (웃음) 엠비크루 멤버들도 대부분 광진구를 중심으로 거주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동시간을 버리지 않도록 연습실도 자양동에 마련하게 되었다. 사실 10여 년 전만 해도 광진구가 이렇게 변할 줄 몰랐다. 지금은 광진구 하면 에너지 넘치고 예술가들이 많이 거주하는 동네로 인식하는데, 당시에는 조용하고 편안한 느낌이 강한 곳이었다.


광진구 하면 에너지 넘치고
예술가들이 많이 거주하는 동네


지금의 광진구는 추천해줄 곳이 너무 많다. 일단 가벼운 산행을 하기에도 너무나 좋은 코스인 아차산 생태공원부터 입장료가 무료인 어린이대공원이 있다. 또, 젊음이 가득한 건대 먹자골목과 양꼬치 거리와 바람 쐬기 좋은 뚝섬유원지, 다양한 전통시장까지 볼거리와 먹거리, 즐길 거리가 넘친다. 너무 많아서 A4용지를 다 채울만큼 광진구민 부심을 부릴 수 있을 정도다. (웃음)


나는 광진구의 일꾼이다!


Q. 대표님과의 인터뷰에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열정’이라는 단어가 계속 묻어난다. 1000가지 발차기 동작을 아는 사람보다 한 가지 동작을 1000번 연습하는 사람이 더욱 대단하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진심으로 존경스럽다. (박수) 그렇다면 ‘나는 광진구의 ○○○이다!’를 채워주신다면 어떻게 표한하실지 궁금하다.

A. ‘나는 광진구의 일꾼이다!’ 기본적으로 바쁘게 사는 걸 좋아하고, 가만히 있으면 불안해하는 성격이다. 주변 지인들은 내가 공연 아니면 연습실에 있다고 자부할 만큼 항상 무언가를 하고 있다. 일꾼의 자질이 충분하다. (웃음) 내가 알기로 광진구에 많은 댄서들이 거주하고 있는데, 엠비크루를 매개로 꾸준히 좋은 그림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참된 일꾼이 되고 싶다.


예술가들에게 어느 정도의
생활권을 보장해준다면
개인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Q. 광진구의 일꾼에게 묻겠다. (웃음) 다른 구에서 뺏어오고 싶은 곳이 있다면 무엇인지

A. 도봉구에 있는 ‘플랫폼창동61’ 공연장을 뺏어오고 싶다. 스트릿 공연을 하기에 몰입도가 너무 좋은 공간이다. 광진구에도 비슷한 ‘커먼그라운드’가 있지만 공공에서 운영하는 장소가 아니기에 분명한 차이와 한계가 보인다. 또, ‘플랫폼창동61’ 운영진에는 예술가들이 취직해 있다고 들었다. 이처럼 배고픈 예술가들에게 어느 정도의 생활권을 보장해준다면 개인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금전적으로 많은 것을 바라는 게 아니다. 나를 포함한 모든 예술가들이 내 것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라면 충분히 만족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저 또한 예술가들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응원하겠다. 이제 마지막 질문이다. 대표님의 활동 계획과 바라는 미래의 모습이 궁금하다.

A. 브레이킹 댄스가 2024년 파리 올림픽 종목에 선정되었다. 예술가와 스포츠 선수를 병행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너무나 행복하다. 댄서들이 다양하게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온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댄서들의 위상은 정말 대단하지만 10년 뒤를 내다보면 그 수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언제든지 춤을 배우고 싶거나 관심 있는 분들이 있다면 엠비크루에서 운영하는 SNS로 메시지를 보내주시길 바란다. 어느 순간에 어떻게든 도움을 드리고 싶다. 예전에는 세계 최고가 되는 게 목표였지만 이제는 팀원 모두 사고 없이 오랫동안 춤을 췄으면 좋겠다. 예술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에 엠비크루가 보탬이 되기를 희망하며 꾸준히 나아가겠다. ( 이슬기, 사진 느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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