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공략프로젝트 #설렘아트컴퍼니 #설렘아트홀
Q. 단체에 대해 간략한 소개 부탁드린다.
A. 광진구 화양동에서 설렘아트홀을 운영하는 대표 김식연이다. 2014년 설렘아트컴퍼니를 창단하며 단체의 목적을 ‘관객의 설렘을 지켜주자!’는 마음이 시작이었다.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가장 기분 좋은 감정이 ‘설렘’이라고 한다. 극장을 찾아 나서는 순간부터 티켓팅을 하고, 사랑하는 연인 혹은 가족과 친구들을 만날 때의 설렘, 공연을 관람하는 순간, 좋은 작품을 보고 집에 돌아가기 전 맥주를 한잔하는 순간까지. 관객들의 소중한 모든 시간에서 정성과 설렘을 느끼셨으면 한다. 이에 ‘설렘’과 ‘예술’을 중심 키워드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자 ‘설렘아트컴퍼니’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다.
연극을 비롯한 모든 예술은
어떠한 시기든 삶에서 꼭 필요한 것
Q. 저 역시 ‘설렘’이라는 글자 자체가 가진 힘이 대단하다고 동감하는 바다. 역시 그중에 제일은 좋아하는 일을 준비할 때가 아닌가 싶다. 아직 지역에 소극장을 만드는 일이 흔히 벌어지는 건 아닌데, 대표님이 공간을 꾸리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사실 시대착오라고 할 수 있다. 부정할 수 없다. (웃음) 요즘 같은 코로나 펜데믹 시기에 다른 것도 아니고, 공연장을 개관한다고 하니 가까운 지인들은 적극적으로 말리기도 했다. 하지만 연극을 비롯한 모든 예술은 어떠한 시기든 삶에서 꼭 필요한 것은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은사님께 여쭤본 적이 있다. ‘시대가 바뀌고, 환경이 바뀌고, 사회가 바뀌면 연극은 어떻게 바뀔까요?’ 하는 질문에 단 한 문장으로 우문현답을 해주셨다. ‘연극은 바뀌지 않는다.’였다. 연극과 극장, 예술은 일상에서 무던히 계속 이어진다는 말씀이었다. 오랜 시간 마음에 남는 문장이었다. 어디서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결국 이렇게 사고를 치고 말았다. (웃음)
Q. 막상 현실에서 용기 있는 사람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 따기와 같은데, 오늘 대단한 용자를 대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웃음) 대표님의 이력을 살펴보니 직접 배우부터 연출, 극작까지 활약이 대단하시던데 연극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A. 대학에서 성우학을 전공했다. 스무 살 때 학생 신분으로 무대를 처음 경험해보곤 학문적으로 더 깊이 갈증이 생겼다. 엄청난 동기와 목적은 없었다. 그저 연기가 좋았고, 어쩌다 보니 희곡을 쓰고 있었다. 처음엔 ‘나’를 위한 작품을 만들며 내 만족을 우선시하는 예술 활동도 했다. 돌이켜보면 왜 그랬나 싶지만 다 필요한 시간이었다고 본다. 지금은 당연히 관객들의 만족을 우선으로 생각한다. 문화 활동을 향유하기 위해 쏟는 시간, 에너지, 비용 등에 대해 진실하게 보답하고 싶다. 이 점이 공연예술의 전부라고도 본다.
문화 활동을 향유하기 위해 쏟는
시간, 에너지, 비용 등에 대해 진실하게 보답
요즘은 한 편의 작품이 끝나면 나도 모르는 새에 또 하나의 작품,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 지체하는 시간 없이 바로 써 내려가고, 기획안을 제작한다. 이제는 생각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다 보니 이렇게 어찌어찌 계속 이어가는 중이다. (웃음)
Q. 엄청난 동기와 목적이 없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킵 고잉! ‘좋아하는데 이유가 있나요?’ 하는 대사가 들린다. (박수) 극단을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활동이 궁금하다.
A. 공연 당일에 음향 오퍼레이터가 펑크를 냈다. 당시 나는 연출과 배우를 동시에 진행했던 상황이라 곧 무대에 올라야 해서 굉장히 불안했다. 그 순간 조명 오퍼레이터가 조명이랑 음향 큐를 같이 잡기 시작했다. 무대에서 그 친구의 눈빛에서 ‘제가 알아서 할게요, 걱정 마세요.’하는 믿음과 신뢰를 나눴다. 연극을 왜 종합예술이라고 표현하는지 현장에서 온몸으로 느끼며 배웠던 순간이다.
근래에 설렘아트홀에서 광진구에 거주하는 청년들과 함께 희곡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지역을 탐방하고 이를 토대로 낭독극이나 짧은 연극을 만드는 시간이었다. 이제 갓 광진구로 이사 온 새내기 주민과 1년부터 10년 이상 거주하고 계시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그러다 보니 지역에 대해 느끼는 추억과 기억들이 제각기 다르고, 같은 장소에서 경험한 다른 에피소드를 나누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언젠가 지역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묶어 단편 형식으로 극을 제작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차후에는 대상을 더 확대해서 중장년층분들과도 같은 프로그램으로 만나보고 싶다.
Q. 언젠가 지역의 살아있는 이야기 수집이 필요하신 순간에 꼭 광진문화연구소를 찾아주시길 바란다. 누구보다 풍성한 이야기들을 모아서 대기하고 있겠다. (웃음) 대표님 또한 광진구 주민이라고 들었다. 광진구는 어떤 곳이라고 생각하는지
A. 광진구에 자리 잡게 된 지는 이제 4년 정도가 됐다. 아직은 구석구석 모두 다 알진 못하지만 ‘정중동’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곳이다. 정중동이라는 말이 정적인 것 안에 움직임이 있는 말이다. 광진구라는 지역이 맛의거리 외에는 정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을 파고들었더니 여러 장르의 사람이 존재한다는 걸 알았다. 조용히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있기에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동네다.
나는 광진구의 설렘이다!
Q. 정중동이라는 표현에 ‘좋아요’를 누르고 싶다. (웃음) 한 해 동안 인터뷰를 다니며 이런 곳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다니! 놀랐던 기억이 많아서 공감하는 바다. 그럼 이제 질문을 바꿔보겠다. ‘나는 광진구의 ○○○이다!’를 채워주신다면?
A. ‘나는 광진구의 설렘이다!’ 계속 반복되는 말들로 지겹게 들릴 수 있지만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을 못 찾겠다. (웃음) 구체적으로 나보다는 이 장소와 설렘아트컴퍼니가 광진구의 설렘이 되었으면 좋겠다. 극장 주변만 보더라도 굉장히 많은 분들이 거주하고 계시고 유동인구도 활발하다. 오가며 극장에 한 번씩 들러주셔서 공연과 설렘을 잔뜩 안고 가셨으면 좋겠다.
Q. 대표님의 두근거림을 언제 어디서나 응원하겠다. (박수) 인터뷰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광진구 혹은 광진문화재단에 바라는 점이 있는지
A. 내년 중에 ‘광진 ; 설렘 단막 연극제’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해보고 싶다. 지역을 기반으로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수준 높은 공연예술을 유치해서 주민들의 문화 활동 범위를 넓히는 축제를 만들고 싶다. 대학로까지 나가지 않아도 우리 집 앞에서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는 그 날이 오기를 바란다. 추진하고 싶은 프로젝트들이야 항상 넘쳐나지만, 자체적인 예산으로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저희가 가고자 하는 방향성이 광진구와 광진문화재단에 교집합이 있다면 함께하는 영광을 누리고 싶다. (웃음)
Q. 어느새 마지막 질문이다. 대표님의 활동 계획과 바라는 미래의 모습이 궁금하다.
A. 공간을 유지하려면 ‘비즈니스 모델’을 기획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수익 창출을 위한 상업적인 활동이 있어야 하는데, 자칫 상업적 공간으로만 보이게 될까 봐 하는 우려가 있다. 적절히 조화될 수 있게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면서 어떻게 공간을 영유할 것인가가 가장 큰 고민이다. 모쪼록 어려운 이 숙제를 차근차근 지혜롭게 풀어나가고 싶다.
또, 개인적으로는 한 명의 예술가로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선생님과 선배님들이 연구하고 겪은 경험을 젊은 예술가들이 흡수하면서 배워왔듯이,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영감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예술의 정의와 정답을 계승한다는 거창한 의미가 아니다. 이 시대에 살았던 한 명의 예술가는 이런 활동을 해왔고, 이런 결과물을 산출해 냈다는 정도의 기록이면 충분하다. 후대의 예술가들에게 참고 정도는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할 것이다. (글 이슬기, 사진 느린나무)
·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영상 인터뷰 바로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