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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Jun 29. 2023

목적지가 있어 든든한 여행

교토에서 

버스 출발 시간까지 아직 좀 남았다. 정류장 옆 주유소, 그 옆의 'Dotoru' 카페에 들렀다. 주문한 커피를 마시기 전, 가방에서 책 한 권을 꺼내는 일이 이젠 자연스럽다. 가게와 편의점, 카페에서의 반복되는 주문으로 이젠 점원의 대화를 어느 정도 알아듣고 대답할 수 있게 되었다. 

호텔에서 와 보고 싶던 독립서점까지는 걸어서 한 시간 칠 분. 그 거리를 두 발로 걸어왔다. 네모난 초콜릿케이크 같던 담벼락에 핀 이름 모를 꽃과 이층 집에 널린 빨래들에 궁금증을 품기도 하면서, 명랑한 관광지와 몇 번의 라멘집을 지나다 보면 또다시 숲, 그리고 조용한 동네. 지하철을 탔으면 손해 보았을 풍경이 반복됐다. 창가 자리가 매력적인 조그마한 커피숍, 양옆 수양버들을 보디가드 삼아 안전히 흐르던 계곡. 나는 그 길들을 지나오며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와 '바다가 들린다' 주제곡을 들었다. 멜로디는 귀에서 흘러 가슴으로 찼고 이내 눈으로 다시 흘렀다. 뜨거운 더위만큼이나 뜨거운 무언가가 벅차올랐다. 아마 그것은 일종의 사랑이나 행복이겠지. 교토의 흐림과 나는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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