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선생님으로서 갭이어를 보내고 있습니다.
Gap Year.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사회 경험을 위해 일을 하거나,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는 여행을 하면서 보내는 1년을 의미함.
선생님인데 어떻게 갭이어를 보내게 되었을까요? 프리랜서 강사가 되었기 때문이죠.
과학 실험 공부방을 오픈하였는데 아직 정규 수업이 많지 않고, 블로그를 통해 강의 의뢰가 들어오면 출강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시간적 여유가 많아졌습니다.
제가 올해 갭이어를 갖게 된 과정은 이렇습니다.
중등교사 임용 시험에 불합격하면서 선생님이 될 수 있는 첫 번째 문이 닫혔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에 자신이 있어 어린이집 교사로 선생님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보육교사로 몇 년을 일 해보니 다른 환경에서 일해보고 싶어 졌습니다.
보육교사 7년 차에 과학실험전문학원에 강사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학원에서 강사로 일한 지 2년 정도 되니 2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으로서 일을 계속해서 하고 싶은지! 의문 하나와 내가 수업을 구성해서 운영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도전의식이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할 쯔음, 어떤 분이 제게 어렸을 적 꿈이 뭐였냐고 물어보셨어요. 제가 과학자가 되고 싶었는데 성적이 안 돼서 선생님을 하게 되었다고 말씀드리니, "지금 아이들에게 과학을 가르치고 계시니 꿈을 모두 이루셨네요" 하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기 전까지 저는 제가 꿈을 이루었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습니다.
그 말씀을 들으니 더 늦기 전에 시간을 갖고 꿈을 더 선명하게 꾸고, 꿈을 이루는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갭이어를 갖고, 시간 부자로 사니 해야 할 일을 미루기도 자주 하지만 수업을 기획하고 수정하는데 시간을 충분히 쓸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저는 생각이 뻗어나가는 사람이라 수업을 기획할 때 시간이 많이 듭니다.) 제가 만족스럽게 수업을 구상해야 학생도 학부모님께서도 만족하시니 시간을 들이는 것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요즘 소홀해진 게 있는데 공부방과 저를 알리는 일입니다. 2~3년 전부터 블로그와 인스타를 통해 저를 브랜딩 하려고 하였습니다. 과학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신 분이거나, 과학수업이 필요한 기관에서는 인터넷 검색을 해보시고 먼저 연락을 주십니다. 하지만 전에도 문의가 많지 않았는데 요즘은 홍보에 시간을 들이지 않으니 문의가 늘지 않습니다.
갭이어 기간을 내년 2월까지로 정해두니 연말이 다가오는 요즘 마음이 급해집니다.
올 3월부터 지금까지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는데 내년은 달라질 수 있을까?
나는 나를 과대평가한 건 아닐까?
내년에 학원이나 어린이집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걸까?
소속 없이 독립해서 혼자 일한다는 게 쉽지 않구나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남은 갭이어 기간 동안 자신 있게 나의 과학수업을 알릴 수 있도록 공부하고 기록을 공유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