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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ther K Jul 31. 2020

나를 나답게 하는, 꿈/도전/고요한 시간

20대엔 꿈을, 30대엔 도전을, 지금 40대엔 고요한 시간을 통해...

20대, 꿈꾸다

대학입시만을 위해 달려오던 학창 시절이었다. 원하는 대학만 들어가면 성공한 인생인 줄로만 알았고, 그 이후의 그 어떤 목표도 없었다. 그런데 막상 목표한 대학에 들어와서 보니, 성취할 그다음 목표가 없어 방황하기 시작했다. 학점을 따긴 하지만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인생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충분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부랴부랴 내가 생각하는 삶을 꿈꾸기 시작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어렵게 들어간 회사에서 주어진 일을 하기도 벅찼기에 꿈을 꾼다는 것이 사치처럼 느껴졌다. 그저 열심히 일을 하면서 주말엔 자격증 공부도 하고, 영어 공부도 하고, 취미생활도 하면서 무언가 부산스럽게 살았다. 그땐 그렇게 열심히 사는 모습이 ‘나 다운 것’이라고 생각했고, 꿈꿀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30대, 그 꿈에 도전하다

질풍노도의 시간을 30대에 겪었다면 너무 늦은 것일까? 20대에 치열하게 꿈꾸며 준비했던 일을 30대에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서 과감히 도전했다. 3년 반을 전업으로 공부하고 인생을 걸고 도전했던 변리사 시험이었는데, 퇴직금만 다 쓰고 남은 것은 불합격 통지서뿐이었다. ‘나 다운 삶’을 살고자 호기롭게 시작한 공부였고, 도전이었는데 실패로 끝을 맺는 것이 마음이 찢어졌다. 

그러나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고민 끝에 다시 사회생활을 하기로 마음먹고 기업의 문을 두드렸다. 너무도 다행히 재입사할 수 있었고 그 안에서 다양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다른 나라에서 1년 정도 살아볼 기회도 얻었고, 주재원으로 또 다른 나라에서 근무하는 경험도 쌓을 수 있었다. 내가 계획했던 삶과는 다른 방향이었지만 수많은 꿈 중의 하나였던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기”에 도전하고, 하나씩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는 스스로의 모습에 대견했다. 드디어 ‘내가 되어 가는 것’ 같았다. 


40대, 도전했던 나의 모습을 고요한 시간에 만나다

그렇게 크고 작은 도전을 하며 30대를 보내고, 어느덧 40대를 맞이했다. 꿈꾸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모습이 나 다운 것으로 알고 살아왔는데, 40대가 되니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20~30대의 열정을 따라가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였다. 최근엔 이직을 하면서 더욱 커진 책임감에 짓눌려 늘 꿈꾸고 자신감 있게 도전했던 모습 대신 두려워하고 안절부절못하는 내 모습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때 알았다. 40대에 나를 나답게 하는 것은 “고요한 나만의 시간”이라는 것을 말이다. 

새벽 5시경 일어나 고요한 가운데 나를 돌아본다. 일찍 출근해서 감사가 섞인 짧은 글을 쓰고 하루를 시작한다. 바쁜 가운데서 잠깐의 산책을 하며 심호흡을 한다. 그런 시간들이 나를 보다 여유롭게 하고 주변을 둘러보게 만들었다. 꿈꾸고 도전하는 것도 좋지만 나를 나답게 하는 것은 “고요한 나만의 시간”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50대 그 이후, 나를 나답게 하는 것은 여유로움이길 바란다

나의 50대 이후에는 이렇게 깨달은 “고요한 나만의 시간”을 바탕으로 보다 여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여유로움으로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함께 살아가며, 여백이 있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걱정과 근심으로 점철된 마음보다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가지며 어느 방향으로도 결론이 날 때까지 담백한 마음으로 기다릴 줄 아는 성숙한 모습이 ‘나 다운 모습’이길 소망한다. 


하여 후에 누군가 내게 어떻게 살았나 물으면 “나 답게 잘 살았어요”라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내 주변의 사람들이 나의 여유로움으로 인해 행복해하고 편안해지길 바라며 오늘도 나는 조용히 이렇게 글을 쓰고 나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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