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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관노 May 14. 2021

질문을 위한 패턴 보기

주위를 둘러보면 유난히 感이 좋은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논리나 분석에 집착하지 않고 그냥 대충 보고 선택하는 것 같은데 결과가 좋다. 우연의 일치나 뜻밖의 행운이라고 하기에는 그런 경험이 많다. 그러나 우리도 때로는 어떤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돌발적인 행동을 하고, 이유 없이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행동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지거나 답답한 현실을 돌파하는 새로운 국면으로 이끈 적이 있을 것이다. 이것을 단순히 운이나 타고난 팔자로 봐야 할까? 아니면 혹시 보이지 않는 공식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살다보면 '인생에도 무언가 반복되는 패턴, 혹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어떤 공식 같은 게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주기적으로 벌어지거나 유행이 반복되면 더 의구심은 커진다. 이 의구심에 '왜?'라고 질문을 멈추지 않은 사람들은 그것이 패턴을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인류는 자연현상을 잘 관찰하여 그 속에 숨겨진 일정한 패턴을 찾아내고 그것을 체계화하며 발전하는 과정을 과학으로 발전시켰다. 동물들이 움직이는 패턴을 찾아 덫을 설치하면서 사냥의 확률이 높아졌다. 예를 들어 토끼는 앞다리가 짧고 뒷다리가 길어 산을 오를 때는 잘 뛰지만 산을 거슬러 내려갈 때는 잘 뛰지 못한다. 그래서 이러한 정형화된 패턴을 이용하여 토끼를 사냥할 때는 산 위에서 아래로 몬다. 

많은 사람들이 곁에 두고 삶의 지침으로 삼으면서 점서로 알려진 주역(周易)도 그렇다. 나도 처음에는 周易을 점서로 알았지만 읽으면서 점차 느낀 것은 이것이 점서가 아니라 경험의 패턴을 정리한 철학서라는 것이었다. 

모든 사회과학은 관찰을 통해 사물의 행동 패턴을 연구하고 패턴으로 원리를 추출하고, 사물이 가진 특징에서 유사성을 이끌어 내 행위모형을 만들어 하나의 이론을 성립한 것이다. 이러한 원리들을 바탕으로 인류의 삶은 더 발전해 왔다. 경제도 경영도 결국 패턴을 읽는다면 생각보다 쉽게 문제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패턴을 읽을 수 있을까? 앞서 살펴봤듯이 패턴은 과거 경험의 흔적을 선으로 연결한 것이다. 그러니까 축적된 데이터베이스가 선으로 보이는 것이 패턴이다. 

오래전 일이지만 영업의 달인이라고 불리는 친구가 있었다. 노하우를 물으니 영업을 감으로 한다는 것이다. 그의 말을 부정할 수 없는 것이 그는 열심히 뛰어다니며 많은 거래처를 방문하기보다는 여유 있게 행동하며 다른 사람보다 적은 거래처를 방문했지만 방문하는 곳마다 매출을 발생시키며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그의 감은 언제나 90% 이상 적중했다. 그의 감은 어디서 오는지 궁금해서 다시 물었다. 그가 보여준 것은 뜻밖에도 3년간 월별 거래처별 매출 발생 추이를 그린 그래프였다. 그가 보여준 그래프가 바로 패턴이다. 패턴에 따라 거래처를 방문한 것이다.  

내게도 2005년 영업 현장에 있을 때 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다. 

내가 맡고 있던 서울 명동의 영화관은 길 하나를 두고 C사와 경쟁을 하고 있었다. 시설은 우리나라 최고였지만 실적은 C사의 30% 수준에 머물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원인을 찾기 위해 먼저 고객 이동경로를 파악하기로 하고 조금 원시적인 방법이지만 쉬는 날에도, 비오는 날에도 매일 6시 30분이면 C사 앞에서 고객을 관찰하고 명동역에서 C사까지 수차례 걷기도 했다. 한 달간의 관찰 결과를 주중과 주말, 시간대 별로 구분하여 보니 고객의 이동 패턴이 보였다. 대부분의 고객이 명동역 5번 출구를 이용해 C사로 유입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명동역 5번 출구 앞 작은 사거리에 덫을 놓았다. 그곳에서 집중적으로 판촉활동을 한 것이다. 결과는 적중했고, 그때 기록했던 실적은 지금도 넘사벽이라고 한다. 

이제 내가 말하고자 하는 패턴이 조금 더 명확해졌다. 두 사례에서 보여줬듯이 패턴은 단순히 데이터베이스뿐만 아니라 고객의 행동 패턴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소개했던 서강대 최진석 교수가 말했듯이 인문은 인간이 그리는 무늬라는 뜻이다. 말하자면 인문이 곧 패턴이다. 인문이 중요한 이유는 지금까지 인간이 그린 무늬를 알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 것인지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만 할 수 있다면 비즈니스는 성공한다. 선진 기업들이 인문학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 내 앞의 일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고 조직이 지속되기를 바란다면 일과 비즈니스의 패턴을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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