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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관노 May 28. 2021

질문하기 위한 진심듣기

우리는 상대방도 나와 비슷할 거라 짐작하고 자신의 감정이나 의사를 표현할 때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여과 없이 자연스레 드러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이 다 내 마음 같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 점점 이게 바로 세상이고 사회구나 하면서 믿었던 자신을 책망하며 사람들의 진심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다. 겉으로 하는 칭찬이 더 이상 진짜 칭찬이 아니고, 위로가 진정 나를 걱정해주는 위로가 아님을 아는 순간, 사람에 대한 자신의 신뢰가 부끄러워지기까지 한다. 그러면서 나도 진심을 숨기고 상대방을 대하게 된다. 

그래서 말하지 않는 진심을 듣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처음 자신이 그랬듯이 상대방의 진심을 알 수만 있다면 서로 감정이 상하지도 않고, 마음고생을 할 필요도 없고, 갈등은 풀리고 관계는 좋아질 것이다. 그럼 어떻게 말하지 않는 진심을 들을 수 있을까? 

‘진실의 순간’이 있다. 투우 경기에서 투우사가 검으로 소의 급소를 찔러 투우를 마무리 짓는 순간을 말한다. 그 순간은 소와 사람 중 어느 하나의 운명이 결정되는 죽음의 진실이 가려지는 순간이다. 그래서 결코 실패하면 안 되는 ‘결정적 순간’을 가리키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기업에서는 기업과 고객 사이에 접점이 발생할 때 회사에 대한 인상이 결정되는 모든 상황을 결정적 순간이라고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대화에서도 진실의 순간이 있다.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간의 공감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공감은 내가 아닌 말하는 사람의 감정에 빠져 보는 것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그때 그 상황의 감정을 느끼고 그것을 그 사람의 입장에서 보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방에 대한 나의 판단을 중지하고 온전히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대방의 감정을 중심으로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느낌을 상대방에게 표현해야 한다. 표현은 꼭 말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공감은 감정을 나누고 공유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상대방의 언어로 표현해 주면 좋다.     

그리고 진심을 듣기 위해서는 피해야 할 행동도 있는데 이를 인간관계 회복 전문가 데이비드 번즈 박사는 4가지로 정리했다.

첫 번째는 상대방의 말에서 일말의 진실을 찾아내지 못하는 것이다. 

가장 흔한 잘못이 이것이다. 사태의 판단이 분명하지 못하여 마음이 흐려진 탓에 상대방의 눈으로 상황을 바라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는 상대방의 비판이 워낙 혹독하거나 수치스러워서 변명하려는 충동에 휩싸이기도 한다. 이런 충동에 굴복하여 상대방의 비판이 틀렸다고 따지게 되고 논쟁이 격화된다.

두 번째는 윗사람 티를 내는 것이다. 이도 흔하게 범하기 쉬울 뿐 아니라 상대방의 신경을 바짝 긁는 잘못이다. 가령 비판을 받을 때 이렇게 말하는 식이다. “흠, 네가 그렇게 느낀다는 얘기겠지.”라거나 “네 관점에서 그렇겠다고 인정해.”라는 말은 “네가 틀렸어”라는 말을 돌려서 하는 것일 뿐이다.

세 번째는 상대방의 요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겉으로만 동의하는 경우다. 마치 세일즈 사원이 고객에게 상품을 팔기 위해 겉으로 번지르르한 말을 늘어놓는 것과 같다.

네 번째는 ‘맞아, 그렇지만’ 식으로 대하는 것이다. ‘네가 뭘 하려는지 알겠어. 하지만....’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그렇다. ‘하지만’이라고 토를 다는 것은 자기변호를 하고 있음을 보여줄 뿐이다. 그러니 ‘하지만’이란 말은 빼놓고 말해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는 위 4가지를 피해서 말하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의 진심을 들을 수 있으며 진심을 알아야 상대방의 의도에 맞는 질문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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