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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 Jan 13. 2024

대체 저 사람은 왜 저러는 걸까

오늘도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모든 관계가 행복하기만 하면 좋겠지만,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하진 않다. 특히나 나와 스타일이 다른 상대방과 함께할 때는 참 어렵다. 도대체 왜 저러나 이해 안 되는 게 한 두 가지도 아니고, 에이 그래도 열심히 맞춰 보자 해봐도, 나의 최선이 꼭 최상의 결과로 이어지진 않는다. 어쩔 땐 오히려 최악이 될 때도 있으니까. 안 맞는 사람은 쫌 걸러가며 지내고 싶지만, 그건 진짜 그냥 희망사항. 보기 싫어도 어떻게든 봐야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멀리서 찾을 필요 뭐 있나. 직장만 해도 그런 걸.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말이 있지만, 참 속 편한 소리다. 안 떠나고 싶어서 안 가는 게 아닌 걸. 못 떠나니 그렇지. 그러니 어떻게든 잘 지내야 하는데, 도대체 잘 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는 우리는 대체 왜 이렇게나 다른 걸까.


많은 심리학자들은 서로 다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내가 나와 상대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 방식을 먼저 살펴보라 말한다. 만약 식당에 갔는데, 맞은편에 멋지게 차려입은 두 남성이 앉아 있다. 일단 그중 한 남성은 머리도 희끗희끗하고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 보인다. 앞에 앉은 남성은 훨씬 젊어 보이는 데, 둘은 무슨 사이일까. 아들과 아빠? 그러기엔 차려입었는데? 직장상사와 팀원? 어? 그런데 그 젊은 남성 스테이크를 무려 세 번이나 퇴짜 놓고 있다? 이 상황에서 그 남성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드는가.


‘어휴 정말 성격 한 번 독특하군 보통이 아니겠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니 얼마나 중요한 사람이랑 왔길래 스테이크 굽기 하나까지도 저렇게 신경 쓰는 거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뭐 안 좋은 일 있었나? 일이 잘 안 풀렸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뭐 이 외에도 다양한 생각들을 할 수 있다. 


심리학자 브라이언 리틀은 자신의 저서 ‘성격이란 무엇인가’에서 우리가 젊은 남성의 행동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성격, 목적, 사연 3가지로 설명했다. 위의 예시 3가지 순서대로 성격, 목적, 사연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3가지 모두 추측이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개인구성개념으로 설명한다. '스테이크를 3번 퇴짜 놓았다' '나이가 많은 한 명과 젊은 한 명이 있다' 등 상대의 부분적인 사례만 보고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보를 재구성한다는 것이다. 주관적 해석이니  당연히 같은 상황일지라도 사람마다 해석은 달라진다. 아마 평소에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사람은 그 남성을 보고 ‘그냥 좀 먹지 되게 까칠하네' 싶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나도 지금 스테이크가 너무 마음에 안 드는데, 용기가 안나 말도 못 하고 그냥 참고 먹고 있었다면?  그 남자를 보고 ‘나도 저렇게 말해 볼 걸' 아쉬워하며 남자를 부러워할 수도 있다.


그래 뭐, 모르는 사이엔 그럴 수 있지. 근데 가까운 사이엔 해당되지 않는 것 아닌가. 척하면 척인데? 서로의 성격이 어떤지 애초에 너무 잘 알자나?


진짜 그러한가? 그렇다면 지금 가까운 나의 지인들과 오해 따윈 전혀 없이, 척하면 척 항상 잘 지내고 있는가?


만약 아니라면, 그럼 도대체 상대방을 어떻게 바라보라는 건가 이제 궁금해진다. 혹시 운전하다 앞의 차를 추월해 본 적이 있는지? 그때 우린 나름의 이유가 있다. 급하거나, 앞의 차가 느리거나. 그런데 만약 차가 나를 추월한다면? 그때는 똑같이 생각하는가? '아 뒷 차가 급한 일이 있구나', '혹은 내가 운전이 느렸구나'라고?  아마 그보다는  '운전 한 번 난폭하네.' 혹은 '성격 참 급하네'라고 생각할 확률이 높다. 이처럼 우리는 내가 뭘 할 때는 그럴만한 상황이 있었기 때문이고, 다른 사람이 뭘 했을 때는 그냥 원래 저런 사람으로 흔히 생각한다. 사회 심리학에서는 이를 ‘기본적 귀인 오류’라고 말한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하고 있어 ‘기본’이라는 단어가 붙었다.


하지만 관계를 잘하려면 나를 대하는 기준과 너를 대하는 기준이 비슷해야 한다. 나한테 하는 것처럼, 상대방의 이유도 찾아봐줘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관계를 잘하는 사람들은 섣부르게 판단하지 않는다. 이는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판단하지 않고 상대방의 생각이나 행동의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혼자 머릿속으로 상상해선 절대 상대방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온 우린데, 경험도 가치관도 모든 것이 다르다. 그래서 직접 묻고, 직접 들어봐야 한다. 그러고 나서 맞춰가는 것이다. 하지만 인정과 이해는 또 다른 영역이다. 듣는다고 해서 모든 걸 다 이해하게 되는 건 아니다. 그래서 일단 애초에 다른 것을 인정해야 된다. 그래야 입장을 좁혀갈 수 있다.


앞으로도 우리는 갈등을 모두 피할 수는 없다. 다만 줄일 수 있고, 빠르게 해결할 수는 있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나와 상대방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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