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의 정신 건강 관리 - 3. 프랑스 정신과와 심리 상담소의 차이
프랑스어 사전에 '정신과'를 검색하면 'psychiatrie'나 'psychothérapeute' 같은 단어가 나온다. 그러나 이 같은 기관들은 한국에서 말하는 정신과와는 다르다. 프랑스에서 psychiatrie는 심리 상담을 하는 곳이며, 약 처방은 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프랑스의 보험 제도가 아주 관대함에도 불구하고 그 혜택 아래에 있지 않다. 상담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한 시간 상담에 60유로를 지불했다. 만약 자신의 증상을 잘 알고 있고(스스로 자기 상태를 진단하는 건 아주 어렵다) 이미 한국에서 진단을 받은 적이 있거나 약을 복용하던 중이라면 그냥 généraliste(일반의)에게 가면 된다. 나의 경우 한국에서 몇 개월간 약을 꾸준히 복용하다가 프랑스에 영문 처방전을 가져가서 généraliste에게 똑같은 약을 처방받았다. 진료비는 일반 병원 진료비와 동일하며 약제비는 같은 약일 때 한국에서 처방받은 비용의 1.5~2배 정도였다. 진료비와 약제비 모두 보험 처리도 된다.
프랑스와 한국의 정서에 차이가 있기도 하고 진단 방식이 달라서인지, 한국인은 한국에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고 한다. 심리치료를 공부한 언니가 그랬다. 실제로 généraliste에게 가서 약 처방을 받을 때, cyclothymie(조울증)와 anxiété(불안)가 있다고 했더니 무엇 때문에 불안하냐고 했다... 불안장애는 특정 상황에서 증상이 심해지기는 하지만 그 상황이 원인인 게 아니라 생리학적 원인으로 다양한 상황에서 불안해지는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뭐가 그렇게 불안하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다. généraliste에게 진단이나 상담을 기대하진 않는 걸 추천한다.
다음 편부터는 본격적으로 한국에서 방문했던 정신과와 심리 상담소를 비교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