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 컨텐츠 서비스로 살펴본 UX, UI 디자인
요새 나의 무료한 출퇴근길을 책임지는 서비스가 있다. 바로 틱톡이다. 틱톡의 컨텐츠는 누군가에게는 다소 부담스럽고 오글거리지만 그 매력에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란 어렵다. 이렇듯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는 숏폼 컨텐츠는 어느새 컨텐츠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숏폼 컨텐츠를 다루는 서비스들의 UX, UI는 어떨까. 막연한 호기심으로 시작해 숏폼 컨텐츠를 다루는 서비스 3개를 선정해 살펴보기로 했다. 이때, 숏폼 컨텐츠를 다루는 서비스라도 서비스 성격에 따라 방향성 역시 천차만별이므로 이를 고려해 최대한 넓은 범주에서 보려했다.
틱톡은 15초에서 1분 이내 짧은 영상을 제작 및 공유할 수 있는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이다. 작년 기준으로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누적 다운로드 15억 건을 넘기고 전 세계 다운로드 건수 3위를 기록했다. 소위 숏폼 컨텐츠 서비스의 1인자인 셈이다.
모든 동영상 컨텐츠가 그렇지만 숏폼 컨텐츠 역시 후킹한 사운드가 있다면 그 여운은 더 오래가는 법. 틱톡은 사운드를 서비스 내에서 특히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콘텐츠 화면에서 하단 사운드 명과 사운드 커버 UI로 표현된다. 사운드 명은 흡사 뮤직 앱처럼 우측에서 좌측으로 움직이고 사운드 커버는 회전하는 모션과 함께 음표가 흘러나온다. 움직이는 비디오 위에 과감히 모션 UI를 넣음으로써 틱톡 컨텐츠만의 역동성을 잘 드러내고 유저들로 하여금 사운드가 궁금해지게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요즘 신곡을 내는 뮤지션들이 틱톡에 홍보하는 흐름이 좀 더 명확해진다.)
사운드 커버 UI를 탭 했을 시 다음 화면에서 해당 사운드가 사용된 영상을 모두 모아서 볼 수 있다. 이때 흥미로운 부분은 화면 하단에 아이콘과 함께 [이 사운드 사용]이라는 버튼으로 사용자에게 영상을 제작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점이다. 화면 스크롤 시에는 "이 사운드 사용"이라는 문구는 사라지지만 촬영 아이콘 버튼으로 고정된다. 이 점이 틱톡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다. 처음 앱으로 들어온 유저가 하단 탭 바의 영상 제작 버튼을 바로 진입하기란 쉽지 않지만, 사운드라는 일종의 가이드가 주어질 때 컨텐츠 생산의 허들은 훨씬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UX는 사운드뿐만 아니라 이펙트 효과, 챌린지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유저가 탐색을 통해 컨텐츠에 흥미를 느낄 무렵 자연스럽게 넛지를 줌으로써 컨텐츠를 생산하게끔 하는 것이다.
유튜버와 구독자처럼 틱톡커 역시 느슨하지만 그들만의 팬덤 문화가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크리에이터의 숏폼 컨텐츠를 보는 팬들은 크리에이터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수록 그들의 컨텐츠를 보는 시간도, 나아가 서비스에 체류하는 시간 역시 늘어날 것이다. 이를 위해 틱톡은 크리에이터가 댓글 중 하트를 탭하게 되면 아래에 “크리에이터가 좋아함”이라는 UI를 노출한다. 보통 프로필이미지+하트 아이콘 으로 표현되기 마련일텐데 오히려 텍스트로 노출되어서 유저들에게는 좀 더 직관적이라 생각한다.
틱톡에서 컨텐츠를 보다 보면 컨텐츠 화면의 공유 아이콘이 잠시 SNS 아이콘으로 변경되어 탭하고 싶게끔 표현된다. 이러한 잠깐의 모션을 통해 틱톡은 콘텐츠가 마음에 든다면 SNS로 바로 공유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공유 메뉴 안에서는 훨씬 더 다양한 세부 메뉴를 볼 수 있다. 그 중 라이브 배경 저장과 gif로 공유 기능은 유저가 해당 컨텐츠 소유를 더 쉽게 해 주거나 더 많은 확산을 일으켜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밈(meme)화 시킨다.
퀴비는 숏폼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이다. 편당 6~10분 내외의 완결성 있는 고품질 숏폼 컨텐츠를 제공한다.
퀴비는 '턴스타일'이라는 새로운 포맷을 만들었다. 같은 씬에 2개의 비디오를 제공해 스마트폰이 세로일 때 1인칭 시점의 화면(portrait lens)을 보여주고 가로로 돌리면 3인칭 시점의 화면(landscape lens)을 보여준다. 완벽한 소프트웨어적 화면 전환을 통해 숏폼 컨텐츠 몰입감을 높이고 새로운 시청 경험을 주고자 하는 것이다. 실제로 퀴비로 컨텐츠를 시청했을 때 이 부분이 굉장히 재밌었다. 단순히 스크린에 맞게 영상을 크롭하는 것이 아니라 재구성하기 때문에 유저로 하여금 고퀄리티의 영상을 시청한다는 기분을 느끼게끔 한다. 물론 좌우로 돌려보는 것이 생각보다 귀찮아지는 점은 아쉽다(...)
첫 화면인 for you 화면에서 컨텐츠 카드를 보자. 애플 앱스토어 앱 혹은 프레이머 예제에서 많이 본 듯한 단순한 카드 리스트 UI를 사용한다. 숏폼 컨텐츠의 주 시청층인 Z세대 및 밀레니얼 세대를 고려하여 극도로 단순한 화면을 설계한 것으로 예상된다. 유저가 컨텐츠를 탐색하기 시작하면 카드에 컨텐츠 대표 썸네일이 잠시 노출됬다가 사라지고 미리보기 영상이 재생된다. 이는 사용자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어떤 컨텐츠인지 미리 확인 할 수 있고 원하는 컨텐츠를 선택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하지만 이 미리보기 전환이 사실 조금 느리다..) 시청 중인 컨텐츠는 다음에 들어와도 가장 먼저 상단에 노출된다. 비슷한 OTT서비스인 넷플릭스의 홈 화면과 비교했을 때 스와이프 리스트로 다양한 큐레이션을 제공하는 넷플릭스의 홈 화면보다 퀴비의 추천 화면은 컨텐츠 수가 그다지 많지 않았을 때 개별 컨텐츠에 더 집중하게끔 한다. (물론 이 경우 추천 알고리즘은 더 정교하게 이루어져야 유저들이 탐색하는데 수고로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탄지(tangi)는 구글의 익스피리언스 랩인 Area120 에서 출시한 소셜 비디오 공유앱이다. 탄지 크리에이터들이 1분 이내의 DIY 영상을 공유하면 유저들은 영상을 보면서 새로운 스킬을 배울 수 있다.
탄지의 홈 화면을 보자. 카테고리를 탭으로 구성하고 컨텐츠 피드를 나열하는 식의 익숙한 디자인이지만, 각 영상마다 "컨텐츠 시간"이 표시되어 있다. 사용자 컨텐츠 소비 패턴에 따라 13초 가량의 매우 짧은 컨텐츠를 훑어 보는 사람도, 1분의 다소 긴 영상을 집중해서 보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숏폼 컨텐츠를 소비하는 경향 자체가 이미 ‘재생 시간' 이라는 기준을 중요시 여기는 것이므로 1분 이내의 숏폼 컨텐츠일지라도 재생 시간을 노출함으로써 유저들의 사용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
탄지의 컨텐츠 화면에서는 Try it! 버튼이 가장 강조되어 있다. 이는 유저가 크리에이터 영상을 보면서 따라하고 이를 다시 공유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Try it 버튼을 누르면 하단 팝업이 뜨고 다른 유저들의 사진과 함께 본인의 사진을 올릴 수 있다. 이 때 다른 유저가 사진을 올리면 컨텐츠 화면에서 Try it 버튼 위에 참여한 사람 수를 뱃지로 노출한다. SNS에서의 좋아요나 댓글, 공유 수 혹은 리뷰 시스템에서 전체 리뷰 수를 보여주는 것과 동일한 방식이다. 이렇게 숫자로 보여주는 사회적 증명(social proof)은 숏폼 컨텐츠 서비스에서도 유효하다. 컨텐츠 화면 뿐만 아니라 홈 화면 피드에서도 썸네일 하단에 따라한 사람들의 수를 노출시켰다.(*상단 홈 화면 이미지 참고) 개인적으로는 썸네일 위로 중첩하여 올리지 않고 하단에서 메인 색상으로 처리한 UI 덕분에 훨씬 깔끔하고 눈에 잘 띈다.
언급한 서비스말고도 숏폼 컨텐츠를 다루는 서비스들은 매우 많다.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블로그 모먼트라는 숏폼 영상 에디터를, 우아한형제들에서 AR 영상놀이 앱인 띠잉(Thiiing)을 출시해 운영 중이다. 해외에서는 인스타그램이 앱 내에서 영상을 찍고 편집해 공유하는 릴(Reels)라는 서비스를 출시했고 현재는 브라질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사실 훨씬 이전에 페이스북에서 이미 라쏘(Rasso)라는 비슷한 서비스를 냈었다. 이쯤 되면 많은 기업들이 숏폼 컨텐츠 시장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갖고 싶은 것이라 생각된다.
후발주자로 나오는 서비스들은 틱톡의 공식을 어느 정도 차용한다. 심지어 최근 Zynn이라는 서비스는 틱톡과 비슷한 것은 물론 틱톡에서 컨텐츠를 가져오기까지 했었다. 유저에게 컨텐츠를 볼 때마다 서비스 화폐를 지급한다는 점, 레퍼럴 시스템을 적용했다는 점이 흥미를 끌어 미국 앱스토어 1위를 했음에도 틱톡커들의 영상을 함부로 가져왔다는 점에서 앱스토어와 플레이스토어에서 모두 삭제되었다. (현재 플레이스토어에서는 다시 다운 받을 수 있다) 이렇듯 틱톡은 숏폼 컨텐츠 서비스에서 일종의 포맷처럼 여겨지고 이러한 우위는 예전 인스타그램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현재 틱톡은 인기를 활용해 브랜드 광고 비지니스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과연 틱톡이 비지니스까지 거머쥐고 더욱 더 유일무이한 숏폼 컨텐츠 서비스가 될까? 아니면 또 다른 숏폼 컨텐츠 서비스가 나타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까? 무엇이 되었든 숏폼 컨텐츠 서비스의 다음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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