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감흥과 일상의 고민을 담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벌써 여행 5일 차에 접어들었다.
수도이지만 작은 도시 자그레브와 걷는 내내 감탄을 자아내는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활기가 넘치는 해변 도시 스플리트를 거쳐 크로아티아 여행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두브로브니크까지 오는 내내 이번 여행은 참 알차면서도 편안했다.
모든 곳이 저마다 특색이 있고 그것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었던 여행이었지만, 그래도 나는 두브로브니크가 가장 마음에 든다.
사실 두브로브니크는 성 안쪽은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로 붐벼 정신이 하나도 없고 해변에도 사람들이 득실득실해서 내 몸 뉘일 자리를 겨우 찾을 수 있는 데다가, 그 때문에 살인적인 물가가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관광 도시의 전형이다.
하지만 옛 도시 안의 붉은 지붕 건물들과 성벽을 둘러싼 파란 바다의 조화는 눈에 담건, 카메라 담건 절경은 절경이다. 게다가 숙소에서는 이 아름다운 풍경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기에 머무는 내내 만족이 더해진다.
숙소 테라스에서 두브로브니크 옛 도시를 바라보면서 차 한 잔에 싱그러운 풀 냄새를 곁들이며 여유를 부리고 있자니 워라밸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는 것조차 사치스러웠던 지난 날들이 왠지 좀 억울해진다.
하지만 덕분에 이번 휴가가 더 달게 느껴지는 거라고 애써 위로하며, 지금의 평안함을 다시 돌아간 일상에서 힘에 부칠 때 내 앞에 꺼내어둘 수 있도록 눈과 마음에 꾹꾹 눌러담아본다.
여행이 끝나고 나면 다시 쌓여 있는 일을 마치 전장의 용사라도 된 양 해치우며 나의 커리어를 치열하게 고민하며 발을 동동 구르겠지만, 모든 것을 내 삶의 중심을 잡고 의연하게 대처해나가게 되면 좋겠다.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방향을 잡되, 인생에서 중요한 것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는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