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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Sep 26. 2018

15화. ‘마을만들기 제주대회’에 초대된 갤러리트럭

문화예술창고 몬딱

#1. 나의 제주살이 터전 감산마을    


지난 9월 7일에 제주시 서부종합사회복지관한경센터가 진행한 ‘제8회 한경음악회’에 갤러리트럭이 초대되었다. 그때 제주특별자치도 마을만들기종합지원센터 관계자로부터 9월 13일에 열리는 ‘2018 마을만들기 제주대회’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마을 만들기?



나의 제주살이는 이제 1년 9개월째로 접어든다. 시작 1년은 이중섭창작스튜디오에서 입주작가로 생활하였고, 지금은 서귀포시 안덕면 감산마을에서 ‘문화예술창고 몬딱’을 운영하면서 마을 주민으로 지내고 있다.


‘문화예술창고 몬딱’은 마을 감귤창고 하나를 빌려 작가 작업실 겸 갤러리, 문화예술 공간으로 업사이클링해 놓은 것으로, 마을 주민과 함께하는 ‘마을 만들기’에도 많은 관심을 두고 실천하고 있다. 그래서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사진 강좌, 팝아트 미술 강좌, 나만의 커피 만들기 강좌, 어린이 미술수업 등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제주도는 마을 재정자립도가 우수하여 마을마다 하드웨어 공간이 잘 조성되어 있는 편이다. 하지만 그 공간들을 채워야 할 소프트웨어, 즉 콘텐츠가 아직은 많이 부족해 보인다. 콘텐츠는 다양한 인적 자원이 참여하여 함께 만들어 가야 하는데, 이주민이 많은 제주도로서는 원주민과 이주민의 조화 문제도 잘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2018 마을만들기 제주대회’가 갤러리트럭 전시와 동시에 좋은 현장학습 기회가 되겠다 싶어 흔쾌히 가겠노라고 했다. 그런데 저번 한경음악회 때 비가 오락가락하여 행사 진행이 불편했었는데 9월 13일도 비 예보가 있다.    


드디어 ‘2018 마을만들기 제주대회’ 행사일이다. 행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그런데 새벽에 폭우 경보 긴급재난 문자가 핸드폰을 울린다. 밖의 빗소리가 무섭다.    


아침 8시쯤 행사 담당자에게 연락해 보니, 실내에서 진행할 예정인데 갤러리트럭은 실내에 수용할 수 없으니 굳이 오지 않아도 된단다. 갈까 말까 잠깐 고민해 본다.


#2. ‘2018 마을만들기 제주대회’ 행사 


“비가 오지만 가 보자!”   


나는 혼잣말을 하며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승환은 9월 14일까지 개인전 행사 중이라 이번에도 나 혼자 간다. 다행히 빗줄기가 약해진다. 비 오는 날을 대비하여 사진 작품들은 알루미늄에 출력해 놓았기 때문에 전시는 가능하다.


오전 10시 30분경, 행사장인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 ‘녹고뫼휴양팬션 제주캠핑장’에 도착하였다. 날씨 탓에 야외 잔디밭은 빈 천막들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행사 관계자들은 우중에도 불구하고 애써 와 주었다며 고마움을 전한다. 실내 행사장 입구에 마침 주차 공간이 있어 그곳에 갤러리트럭을 세우고 비를 맞아가며 전시를 준비했다. 



빗줄기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약해졌다. 실내에서 세미나를 비롯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나도 자리를 같이하고 청강을 하였다. 마을 만들기 사례 등을 경청했는데, 미래의 제주 마을의 발전 방향에 대해 많이 공부할 수 있는 자리가 되어서 좋았다.    



“어! 안녕하세요? 우리 어디서 보았지요?”


행사 담당자 한 사람이 내게 인사를 한다. 낯익은 얼굴이다. 생각해 보니 2년 전쯤 내가 ‘한경면 고산마을 사업 제안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고산리 이장과 함께 만난 적이 있는 공무원이다. 그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차귀도 사진 공모전’이 열려 내가 거기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잠시 안면이 있었던 이다. 당시는 내가 제주에 정착하기 전으로서, 잘 아는 한 선배가 거주하던 고산마을에 들락날락하던 때였다.


우리는 그간의 사정과 근황을 묻고 답하며 한동안 담소하였다. 그는 오늘 와 줘서 고맙다며 내게 체험 프로그램 쿠폰 3개를 건넸다.


나는 쿠폰 한 장으로 ‘제주 빙떡 만들기 체험’에 참여하여 마침 출출한 배를 좀 달래고 나서, 고산마을의 야관문주, 황칠주를 시음하고 내일 생일을 맞는 성하에게 줄 선물로 한 세트를 구매했다. 두 번째 장은 세화마을의 ‘제주 캔들 만들기 체험’ 코너에서 향초를 만드는 데에, 마지막 장은 소길마을의 ‘감물 염색하기 체험’에 사용하였다.   



나는 세 가지를 즐겁게 체험하면서, 사람들에게 갤러리트럭을 소개하고 마을에서 스마트폰 사진 강의가 필요하다면 찾아가겠노라고 했다. 비가 오는 와중에 울산광역시 동구청에서 관광버스 2대를 이용하여 행사장을 찾아왔다. 그들은 우산을 쓰고 갤러리트럭도 찬찬히 살펴보고 간다. 그러면서 내게 제주살이가 어떠한가를 묻는다.    


“제주살이요?” 

“처음 1년간은 제주의 아름답고 멋진 풍광에 매료되어 참 좋습니다. 하지만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면서 친구를 못 만나고 외로워지면 떠나는 사람도 꽤 있습니다. 제주살이는 마을에서 친구를 만들고 스스로 재미를 만들어 가야 좋습니다!” 



내가 그들에게 해 준 말이다. 많은 이주민들이 섬처럼 외롭게 살아간다. 제주에 와서 섬처럼 살아가면 제주살이가 쉽지 않다.


금세 오전이 지나는데, 오후 들어서도 비는 여전하다. 하지만 오늘 하루 여러 마을 사람들과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새로운 인연도 만들었다. 우천으로 행사는 예정 시간보다 일찍 종료되었지만 내게는 퍽 뜻있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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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감귤창고를 업사이클링 한 '문화예술창고 몬딱 - 잇다.나누다. 즐기다' - 작가 작업실/갤러리/문화예술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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