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잘 있습니다.
당신이 내게 안녕이란 인사를 건넨 순간,
밥은 잘 먹었냐며 물어보는 순간,
그 모든 순간이 모여 감사를 이루는 때였습니다.
나는 잘 살아갑니다.
나는 잘 잊습니다.
다정한 당신의 한 마디가, 내 맘을 녹이는 순간
향수 하나 뿌리지 않았지만, 그 어느 향보다 귀한
마음씨가 아득하고 가득한 순간,
그런 순간이 영원하지 않을 거라는 걸
어색하게도 잊습니다.
나는 바보처럼 잘 잊습니다.
나는 독실한 신자처럼 믿습니다.
추억은 곧 쏜살처럼 지나가 어제가 되지만,
그 추억이 고요히 그리고 둥지처럼 내 머리에 남아
언젠가는 맑은 종소리처럼 나를 울리리라는 걸 믿습니다.
바람이 제법 세차게 부는 겨울입니다.
감기 조심하십시오.
나는 잘 있습니다. 그대를, 모두 기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