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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히 Feb 17. 2024

"태오가 태어났어요"

제자이야기 3

", 태오가 나왔어요"


지난해 7월 임신소식을 알리며 함께 기뻐했던 독일 사는 제자 K의 출산소식이 새 해의 문을 활짝 열었다.


한쪽 눈만 살짝 뜨고 있는 사진 속 떡애기는 한눈에 봐도 제자인 K를 꼭 닮은 모습이었다.


"어머나~ 아들이 영락 엄마를 닮았다! 얼마나 힘들었어, 몸은 어때, 애기도 건강하고"


이것저것 묻는 내게 제자는 잘 지낸다며 애가 순해서 잠도 잘 잔다했다.

할머니 마음이 된 나는 느닷없는 말을 해버렸다.


 "아오 내가 가서 키워주고 왔으면 좋겠다."


뭐래!! 내가 뭔데? 진짜 오지랖이 넘치는 쌤이다.


"그렇지 않아도 엄마 아빠가 6월에 독일로 들어오시기로 했어요"


너무 잘됐다는 말과 함께 태오라는 아들이름을 지은 얘기며 신랑이랑 팀플레이로 잘 키울 거란 밝은 문자가 이어졌다. 잘 먹고 잘 자던 아이가 갑자기 울어서 이유를 몰라 어쩔 줄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응가한 기저귀를 몇 시간째 방치했다는 초보엄마 아빠의 미안함과 황당함을 얘기했다.


웃지 못할 상황에 애가 우는 이유와 대처방법을 경우의 수처럼 요약 정리해 보내고 싶은 교사 본능 불 타올랐다.  순간 '워워'하는 내 안의 소리가 나를 붙들며  SNS넘치는 정보가 머릿속을 스쳐갔다. 부모나 육아 경험선배보다 블로그와 유튜브가 최고의 기준인 젊은 세대들이다. 월권을 하려던 내 모습에 웃음이 났고 상대가 원하지 않는 호의를 들이미려 꼰대 짓에 이내 머리를 흔들었다.


"미역국 많이 먹고 애기 잘 때 엄마도 쉬어야 한다. 혹여 올지모를 산후 우울증에 조심해" 이 말이 하고 싶었지만 얼른 잘 지내란 인사로 마무리했다.


이역만리에서 신랑과 둘이 보기도 아까운 이쁜 귀요미를 키우는 일은 행복 그 자체일 것이다. 우울은 꿈에도 생각 못할 느닷없는 변수일 테니  또한 쓸데없는 내 오지랖이다.


나이는 못 속인다는 어른들 말씀이 하나도 틀리지 않다. 돌봐줄 손주가 필요한 할머니가 되어가는 나를 깊이 실감하는 날이었다.


아, 나는 언제쯤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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