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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히 Aug 03. 2024

브런치 1년의 고백

장마 끝 무더위로 열대야가 이어지는 8월이 시작되었다. 비소식이 온 나라를 뒤덮던 장마가 물러났어도 습한 바람은 바닥에 끈끈하게 머문다.


초 저녁부터 자정이 다된 시간까지 안전문자의 진동에 잠이 달아났던 며칠 전이었다.


이리저리 뒤척이다 잠들었다 싶었는데 요란한 천둥소리와 무섭게 쏟아지는 폭우소리에 깨어 눈을 떴다. 컴컴한 방 침대 옆 시계는 아직 아침 6전이었다.


달아난 잠은 다시 올 것 같지 않아 침대 곁 핸드폰을 검색하니 브런치엔 부지런한 작가님들과 시차 다른 먼 나라 작가님들의 글이 빼곡히 들어와 있었다. 선물 같은 작가님들의 다양한 글에 새벽은 글 삼매경의 시간이 되었다.


갈등하다 중단한 글쓰기를 다시 쓰며 상처 난 마음을 회복했다는 작가님의 심정이 마음에 걸리며 무슨 일이었을까 궁금해졌다. 열심히 쓰는 글에 구독자 수가 걸림돌이 되어 소심해진다는 작가님의 글에 백배 공감하며 제자리걸음인 구독자를 나도 다시 확인해 보았다.


누군가를 향한 위로의 마음에서 진심의 공감까지 오르락내리락하는 내 심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하늘은 도시를 쓸어갈  비를 퍼부다.


1년 전 3번의 도전 끝 브런치에 들어온 나는 감사가 넘치는 의욕 빵빵 새싹이었다. 길지 않은 시간은 초보의 브런치 신입에게 작가라는 황송한 이름까지 내주며 내 이름 석자가 박힌 책이 세상에 나온 꿈같은 일도 일어났다. 


살아온 내 이야기가 세상에 나왔을 뿐인데 대단한 업적이라도 이룬 듯 달리 봐주는 지인들과 선후배들의 시선에 우쭐하기다. 표현이 기쁨이 되며 즐거웠고 살아온 날들과 살아가는 모든 날들을 뒤돌아보게 하는 감사로 이어졌다.


경쟁 없는 나만의 세상이라 여긴 글자 가득한 설렘 공간이 구독 숫자를 비교하고 이런저런 이름의 수상 작가들을 부러워하며 편치 않은 속마음이 아이러니다. 욕심은 상황이 아닌 마음의 문제라 다독여 보지만 여유도 감사도 처음과 같지 않은 얕은 속보임이 정답이 되어 부끄러워진다. 


방학이란 이름의 일주일이 가슴부풀게 하는 오늘. 어쩌면 글 쓰는 휴가로 다 보낼지 모를 무계획의 내가 브런치의 이야기로 이어질 신나고 쨍한 휴가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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