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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굴비선생 Sep 12. 2024

인생맛 굴비(屈飛) 정식 #18

노마드 1997 - 중국 길림성 연길시 #1

드라마 ‘응답하라 1997’ 이 나오는

그 시절에 저는 중국 길림성 연길시에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말하는 역마살이라는 것이 저에게는 있습니다.

안 가본 길을 가보기를 좋아합니다. 새롭지만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하기도 했지만, 그런 새로운 환경을 만날 때 새로운 무언가가 잘 떠오릅니다.

힘들고 어려웠던 시기가 매번 있었지만 이상하리 만치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비지니스 기회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당시 군에서 제대 후 대학으로의 복학을 미루고 우연한 기회로 사회생활을 먼저 하게 되었습니다. 또래의 스물다섯 살  친구들은 대학 2-3학년을 복학하고 졸업을 하거나 대학원에 다시 들어간 친구들은 20대 후반이 돼서야 사회생활을 했지만 저는 2-3년?  3-4년을 먼저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취직한 회사는 건강식품 등을 판매하던 회사인데 어느 날 대표이사께서 전 직원을 모아놓고 중국에 합작법인을 세우고 지사를 설립하는데, 근무하고 싶은 사람을 지원받는다고 공지를 하셨습니다.


지금의 중국은 그야말로 천지개벽을 이룬 정도로 대단하게 경제 성장을 이루었지만 한국과 중국의 수교는 제가 겨우 스무 살이던 1992년도에 수립되었고 그때만 해도 중국은 못 사는 나라, 살기 어려운 나라로 인식되던 시절이었기에 직원들 모두가 현지 파견을 꺼리고 두려워했습니다.


당시의 매스컴을 기억해 보면 그해에

영국의 지배하에 있던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해이며, 중국의 민항기가 착륙을 시도하다 사고가 나서 많은 인명이 피해를 입던 해이자,

 역시나 친구들이 잘 아시는 한국이 IMF를 맞이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중국 북경도 아니고 상하이도 아니고 살면서 처음 들어보는 길림성 연길시라니….


그런데 전체 직원이 모인 공지 자리에서 전 번쩍 손을 들었지 뭡니까? ‘ 제가 가겠습니다.’ ㅋ


그렇게 제 첫 유목민의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연길시로 가는 항공편 직항이 없어서 김포공항 - 중국 대련의 국제 항공 코스에 추가로 대련 - 연길시 국내선 코스가 유일했습니다.


하도 주변에서 그 못 사는 나라에 왜 가느냐고 아우성이었지만  가서 다른 건 몰라도 중국말 하나라도 제대로 배워 오겠노라고 마음먹고

부모님께 하직인사를 드렸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저 중국에 가서 자리 잡고 크게 성공하고 돌아오겠습니다”


지금 친구분들 중에 프로펠러가 달린

비행기를  타보신 분이 아마도 손에 꼽힐 거 같은데 저는 대련에서 연길을 가는 항공기가 프로펠러로 구동하는 비행기를 타게 되었습니다.


뭐지? 저 날개에 달린 건?


일단 여기서부터가 저에게는 충격이었고, 스튜어디스?  없었습니다.

비행기 바닥은 손님들이 먹고 뱉어 낸 해바라기 씨 껍데기들로 가득해 걸음을 옮길 때마다 ‘자각 자각’ 소리가 들렸으며, 당시 제가 살던 시골의 버스보다 지저분한,

 말 그대로 ‘에어-버스’에 올랐습니다.


머리를 흔들 만큼 웅장한 소리를 내는 프로펠러 엔진에 시동이 걸리고  드디어 새로운 내 삶이 있는 연길시로 출발했습니다.


중국 유일의 단일민족 자치주 연길시,

꿈을 향해 나르는 프로펠러 비행기,

여기에 몸을 싣고 떠나는 내 인생.


그런데

그 안애서 만난 첫 번째 감동은 태어나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지평선’이었습니다. 수평선은  바닷가를 가도 만나봤고 비행할 때도 보기는 했지만 눈앞에 펼쳐진 끝없는 지평선

이라니.


도대체 얼마나 땅덩어리가 넓으면 비행기를 타고 가도 가도 지평선이 보일까.


‘나는 그간 이렇게 넓은 세상이 있었다는 걸 왜 모르고 살았을까?  

대륙이란 이런 거구나 ’ 하는 마음에 그간의 여행에서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웅장한 가슴 소용돌이를 느꼈습니다.


그렇게 도착 연길시, 이제는 모든 것이 낯설고 낯선 중국 땅, 중국어 한마디 모르는 한국청년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파란만장한 노마드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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