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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아나 Feb 04. 2024

궤도 이탈의 시작

출가를 마치고

거의 일 년 만에 글을 쓰고 있다.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 인간은 자신의 인생에 덧댄 것부터 포기한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달리기를 거의 하지 않았고, 글을 쓰지 않았다.


일 년 동안 무엇을 했냐 하면, 다시 회사원 생활을 시작했고,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했고, 엄청나게 몰아치는 일 속에 5개월을 보냈고, 그 와중에 애인이 생겼고, 일곱 번의 짧고 긴 여행을 다녀왔다. 부모님은 내가 정상의 생활로 돌아왔다고 여겼고, 알고 보니 대부분의 주변 사람들이 방황이라고 여겼던 생활을 마쳤다.


겉보기에는 예전의 사회적 위치와 생활 패턴으로 돌아갔지만, 예전의 삶의 방식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다. 아직도 나는 예전의 나의 궤도와 달라지려, 며칠에 한 번씩 0.0001초 보다 작을 미세한 각도를 틀고 있다.


몇 년간의 부침을 통해 좀 더 여유가 생겼고, 삶을 더 길고 넓게 생각하게 되었다. 초조하고 불안해하는 버릇이 사라진 것은 아니나, 초조함과 불안함 속에 빠져 허우적대지 않고 나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상사가 이상해도 그 사람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조직이 과도한 것을 요구해도 바꿔나갈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다시 회사로 복귀한 첫날, 조직의 이상함을 감지했지만 서서히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꿔나가다 보니, 5개월 이후엔 내가 원하는 대로 조직이 바뀌어 있었다. 좌절과 실패로 여겨졌던, 물러섬의 순간들을 소화시킬 수 있는 여유가 생겼고, 다시 도약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기고 있다. 인생의 덤으로, 나를 지켜봐 주는 사람을 통해 달려야 할 때와 걸어야 할 때, 멈추어야 할 때를 조금 더 빨리 깨닫게 되었다.


내가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지만, 동시에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삶은 내가 튼 각도대로 진행하고 있고, 시속 100km로 직진하지 말고 굽어서, 돌아서, 꾸준히 살아나가면 된다는 것을 이해한다. 조금만 지겨우면 새로운 것을 시작하고 싶어 하는 버릇이 마음의 평화와 양립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의 마음을 다스리면서, 새로운 것들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나의 속도로 삶 안에 들여놓을 것이라 다짐한다.


그간 나와 친해져서 다행이다.


다른 궤도의 삶이 시작되었다는 느낌이다.



이미지 출처: 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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