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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ju Dec 02. 2022

우리는 다시 만날까?

22년 12월 2일

결혼을 한 후, 따로 나가 살며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엄마를 보러 간다.

은퇴 후 부쩍 작고 마른 것 같은 엄마를 보면 귀엽기도 하고, 더 살이 쪄야 할 텐데 걱정이 되기도 한다.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갈 줄은 몰랐는데, 나는 서른을 넘었고 나의 부모님도 예순을 넘기셨다. 

가장 귀여웠던 아기 시절, 질풍노도의 청소년기, 그저 신났던 대학생 시절, 고된 노동의 20대를 보내고 너덜너덜해진 육신과 마음을 가진 30대가 돼서야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이 매일매일 느껴진다.


살다 보니 별 일이 매일이었다. 

앞으로 쭉 나갈 것만 같은 시기에 별안간 장애물이 나를 막기도 하고, 의욕은 넘치는데 몸이 아프다거나, 몸이 건강하면 마음이 어지러울 일들 투성, 인생이 덜컹덜컹 나를 끌고 다닌다.

그래서 어른들이 말하나 보다. 그저 평범하게 살면 된다고, 그저 물처럼 흐르듯이 순리대로 살면 된다고, 그게 최고라고.


삶이 내 생각처럼 곧게 가주지 않으니, 살면서 더욱 부모님 생각이 자주 난다. 

어떻게 살아오셨을까, 핏덩이 같은 나를 키우시며 얼마나 많은 일을 겪으셨을까,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많았을 텐데 끝까지 나를 키워주신 것에 감사하다.


얼마 전에 사후세계에 관련한 유튜브를 봤는데, 죽으면 우리의 영혼은 육신을 떠나 지구의 기권에서 둥둥 떠다닌다는 이론이 주제였다. 육신을 떠난 영혼은 떠돌다가 다시 다른 육신으로 태어나게 되는데, 전생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다. 이 얼마나 슬프고 잔인한 삶인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기억하지 못한다니, 다시 만나도 알아볼 수 없다니! 생각만 해도 답답하고 너무 슬픈 가설이었다. 남편과 잠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하며, 우리가 다시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상상해봤다. 한 날, 한 시에 세상을 떠야 하나, 혹은 먼저 간 영혼이 다른 한쪽의 영혼을 찾아 손을 꼭 잡고 있어야 할까 이리저리 궁리해보다가 결국은 답을 찾지 못하고 꼭 끌어안고 훌쩍이며 잠들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렇게 감사한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해도 사람들에게 다 표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괜스레 툭툭 거리기도 하고, 짜증을 내기도 하고, 일상생활에서 얼굴을 보며 진심으로 감사한 적이 별로 없다. 아직 어른이 덜 된 것일까? 


엄마 집에 가면 엄마가 야채며 고기며 몸에 좋은 음식들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포장해서 내 가방에 쑥 넣어주신다. 아냐, 엄마 내가 사 먹을게, 그만 줘! 무거워!라고 말하면서 팅팅 부은 얼굴로 대답하는 버릇도 고치고 싶다. 집에 와서는 엄마가 준 음식들로 몇 끼는 간단하고 맛있게, 건강하게 잘 챙겨 먹을 거면서 엄마 앞에서는 꼭 유치원생 마냥 투정을 부린다.  


사후 세계에서 다른 육신으로 태어날 때 우리의 영혼은 기억을 하지 못한다 해도, 다시 한번 나의 엄마, 나의 가족, 나의 남편이 미래의 육신과 만나는 구조가 인생이면 좋겠다. 내가 엄마의 엄마가 돼도 좋고, 혹은 내가 남편이 되고 남편이 나의 아내가 되어도 좋으니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시 만나면 더 따뜻하고 멋진 사람으로 매일매일 안아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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