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장자끄상뻬라는 프랑스 그림 작가를 좋아합니다.
얼굴 빨개지는 아이, 좀머 씨 이야기는 제가 특히 좋아하는 책이에요.
얼굴 빨개지는 아이라는 책은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온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이었어요. 이 책의 글도 상뻬가 직접 썼는데요. 구석구석을 관찰하고 읽으며 역시 상뻬는 참 따뜻한 작가라는 게 느껴졌어요.
좀머 씨 이야기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 작가인 쥐스킨트의 글과, 상뻬의 그림이 만난 책이에요. 좀머 씨 이야기를 몇 번이나 다시 읽었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이 책을 유독 좋아해서 여기저기 추천하고 다니는데, 저와 취향이 같은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책을 고른다면 쥐스킨트, 상뻬의 좀머 씨 이야기입니다.
저도 그림을 그리는데요.
그림체를 정립하기 위해서 몇 년이 걸린 것 같습니다. 요즘은 그림 그리는 사람이 참 많아서, 비슷한 그림체로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는 생각에 특성이 딱 보이는 그림체를 만드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지금은 조금 정립되었는데, 이것도 계속해서 발전해 나갈 것 같아요.
상뻬의 그림체는 제가 너무나도 동경하는 그림체였어요.
뭔가 그림이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자유로운 얇은 선과, 그 선들이 겹쳐 만들어낸 명암, 춤추는 듯 웃는 듯 힘이 빠진 선들이 참 마음에 들었어요.
이 선들 아래에는 작가의 의도가 드러나는 이야기가 잘 녹아 있는데요.
제목이나 그림을 보면 어떤 사람도 그 그림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는 그림이 참 마음에 들었어요. 요즘 현대 미술은 작가의 의도를 알 수 없는 그림이 많잖아요. 물론 그 그림도 몇 년, 몇십 년의 작가의 고군분투 끝에 만들어진 결과물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림 자체나, 제목에서 작가의 의도가 잘 드러나는 그림이 좋은 그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그림에 의미를 담아 표현하는 것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이 작가만큼 따뜻한 이야기를 많이 전달하는 그림 작가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