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니 엄마가 우선이야

아픈 엄마도 오십 넘은 딸이 늘 안스럽다

by Olive

딸 아이와 별일도 아닌 것으로 투닥이고 있다보면

늘 "할머니, 내 말이 맞죠?"하고 응원을 청하는 우리 딸.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은 늘 한결같다.


"아무리 니가 이뻐도 엄마 속상하게 하면 미워,

할머니한테는 니 엄마가 우선이야. 내 딸이니까."


말 끝에 딸 아이가 입술을 모아 삐죽인다.


7박 8일간 추석 연휴기간에 아프리카로 의료봉사를 다녀왔다.

그런 딸이 밤새 끙끙 앓는 소리하는 것이 안스러워 이것저것 해 먹인다고

불편한 몸을 이끌고 음식을 준비하신다.

내가 없는 사이, 명절이라고 조금조금 움직이고는 또 입술이 터져버린 엄마.

속이 상해서 잔소리를 좀 했더니, 마음이 상하셨다.


나는 언젠가부터 엄마가 하는 행동들을 그대로 두기 시작했다.


힘들다고 하지 마시라고,

더우니 밖에 나가지 마시라고,

위험하니 하지 마시라고..

어쩌다 보니 위험하다고 엄마를 너무 가둬두려고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었다.


파킨슨 환자는 분명 움직임이 아주 원활하지는 않지만

느리고 불안해도 곁에서 지켜보며, 기다려주며, 격려해 주는 것이

더 좋은 치료 방법이라는 것을.

머리는 알고 있었지만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바꾸었다.

작은 것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어하고,

그로 인해 기뻐하시는 엄마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움직이는 행위 그 자체보다

오십 넘은 딸이 안스러워 뭔가 해 주려고 하실 때는

그냥 받아들이고 기다려주는 것이,

그걸 받아들고 맛있다고, 역시 엄마 음식이 최고라고 해 주는 것이

더 큰 위로가 되고, 자존감을 지켜드리는 일이 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제 엄마의 파킨슨병이 조금씩 진행되고 있음이 느껴진다.

나보다도 더 좋았던 기억력이 서서히 떨어지고,

발걸음이 무거워지고, 몸이 한쪽으로 기우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엄마 스스로도 간간히 덜컥 겁이 나는 듯 한 순간이 보인다.


애써 모른 척 하고 원래 증상일 뿐이라고, 괜찮다고.

엄마를 그저 다독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니.


겉으로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속으로는 마음이 아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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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가드를 튼튼한 것으로 바꾸고, 변기 손잡이도 사다 두었다.

필요로 하실 때 바로 달아드리려고.

발이 항상 차가운 엄마를 위해 따스하지만 미끄럼방지 도트가 있는 가격이 제법 있는 슬리퍼를 구매했다.

발걸음이 무겁지 않도록 가벼운 끈 없는 운동화와, 그 안에는 엄마 발에 맞춘 맞춤 깔창을 넣었다.

신발은 무거워도 안 되고, 쿠션이 너무 푹신해서 체중이 어느 한쪽으로 쏠려도 낙상위험이 커진다.

야간에만 사용할 미니 변기도 구입했다.

야간 빈뇨 때문에 화장실에 가다가 또 기립성 저혈압으로 쓰러져서 다치실까봐.


하나 둘씩 준비물이 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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