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과 함께..

실은 나도 무서워..

by Olive

주말에는 엄마네 집에서 잠을 잔다.


이제 파킨슨병과 함께 살아가기 시작한 지 7년을 넘기고 있는 엄마에게는

낮보다 밤에 많은 일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한 번은 혼자 있다가 침대 아래 바닥에서 잠이 깼는데 왜 거기 누워있는지 모르겠다는

엄마의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응급 CT를 찍으러 다녀왔는가 하면,

나 대신 우리 딸이 할머니 댁을 방문한 날,

밤에 자다가 화장실에서 넘어지는 소리가 난 후로 불러도 대답이 없어 가 보니

타일 바닥에 엄마가 머리에 피를 흘리며 쓰려져 있더라고..

구급차로 이동중이라고 놀라지 말라고 하는 딸의 전화를 받기도 했다.


이쯤되면 CCTV를 달아야 할까 고민했지만,

본인의 사생활이 침해당하는 건 싫다는 엄마의 반대에 부딪혔다.

그도 그럴것이 아직 낮에는 혼자서 거의 모든 활동을 할 수 있는 상태니까 무리도 아니지.

나 같아도 싫다고 할 것 같다.


그 간 50년이 다 되어가도록 여태 엄마를 통해 들은 욕이라곤 나라를 팔아먹은 놈들에게 하는

"ㅆ놈의 ㅅㅋ"정도가 최상급이었다.


그런데 잠을 자다 말고 얼마나 소리를 지르고 심한 욕들을 쏟아내는지,

한 번 잠들면 좀처럼 일어나지 못하는 내가 잠에서 깨어나 엄마를 깨웠을 정도였다.

엄마는 매일 밤 이렇게 악몽에 시달리고 있었던 걸까?

처음에는 나 조차도 그런 엄마의 모습이 생소하고 무섭기까지 했다.

어떻게 해 드려야할지를 몰랐으니까.


내가 병원에서 보게 되는 파킨슨병 환자들은 워낙 중증이고 질환이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 합병증을 가지고

입원한다. 주 진단이 파킨슨이 아니다 보니 그 증상들 보다는 현재의 치료와 간호문제에 더 많이 신경을 쓰게 된다.

그래서였을까, 아직까지 엄마의 병세가 그렇게까지 진행되지는 않았다는 안도감에

나는 엄마 혼자 겪어갔을 소소하지만 중요한 문제들을 모두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엄마는 꿈속에서 누군가와 싸우는 듯한 행동을 하며 갑자기 크게 소리를 질렀고,

놀라서 흔들어 깨우자 정작 엄마는 아무 일 도 없다는 듯 다시 잠들었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자

나는 불안할 수 밖에 없었다.


담당 신경과 교수님은 REM 수면 행동 장애 (RBD)-꿈을 꾸는 동안 몸이 꿈의 내용에 반응하여 움직이거나 소리를 지르는 증상-가 파킨슨병의 수면 증상 중 하나라고 설명해 주시면서,

이 증상은 파킨슨병뿐만 아니라 다른 신경계 질환에서도 흔하게 나타난다고 하셨다.


집에 돌아와서 책을 찾아 보았지만 그런 내용이 상세하게 서술된 책은 쉽게 찾기 어려웠는데

chat Gpt를 통해 해외 논문까지 검색한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REM 수면 행동 장애(RBD)는 파킨슨병 환자에게 상당히 흔한 증상이고, 보통의 사람들은 REM(급속 안 구 운동) 수면 중에는 보통 근육이 이완되어 몸이 움직이지 않지만, 파킨슨병 환자들은 도파민 결핍으로 인해

근육 이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강직, 또는 경직이 생기기 때문에 꿈의 내용에 따라 몸을 움직이거나

마음처럼 안 되니(마치 가위눌리는 것 처럼) 소리를 지르게 된다는 것 이었다.


환자는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침대에서 떨어져 부딪히거나 넘어져 다칠 수 있으므로 부드러운 쿠션이나 침대 난간을 설치하여 낙상 위험을 줄여주어야 하고, 수면 환경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수면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이나 클로나제팜등의 처방 약물이 도움을 줄 수 있다.


알고나니 그 만큼 보인다고, 마음이 편안해진 나는 당장 타*바오를 서치했다. 한국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매트리스 아래로 고정하는 "ㄴ형태의 침대 가드"를 찾아내기 위해. (요즘은 네이* 스마트 스토어 에서도 수입 판매를 하는 것 같은데, 몇년전만해도 해외 사이트에 밖에는 없었다.)

노인과 질환자를 위한 안전용품에 대한 개발이 우리나라 자체에서도 활발히 진행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왜 쓸만한 건 다 중국에 있는건지.


한바탕 이 난리를 겪고 아침에 일어나면 엄마는 잠을 잘 못자서 피곤하다 하신다.

계속 꿈을 꾸고 싸우느라 너무 바빴던 탓이리라.


요즘 엄마가 자다가 소리를 지르시면

나는 조용히 일어나 팔다리를 주물러 드리고 몸을 토닥여 안심시켜 드린다.

조용히 다시 잠에 빠져드는 엄마의 얼굴을 보면서.


우리 사남매를 키우실 때도, 내 딸아이를 나 대신 양육해 주실 때에도.

아마 엄마도 그 때..


우리가 악몽을 꾸며 소리지를 때 이렇게 토닥여주셨겠지..

"쉬...괜찮아. 엄마가 여기 옆에 있어"



오늘 밤은

왠지 가슴이 먹먹해온다.





작가의 이전글간호사 딸, 그리고 파킨슨병과 함께 살아가는 엄마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