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차 간호사가 공부하고, 엄마와 공감해 나가는 이야기
"넌 대체 뭐가 불만이니?
어릴 땐 안 그러더니, 왜 점점 짜증이 늘어?"
오늘도 또 금방 후회할 짓을 하고 만다.
엄마도 안 하는게 아니고, 못하는 게 아니고..
잘 안되는 건데...
그걸 알면서도 순간 밀려올라오는 짜증스러움을 또 거르지 못했다.
그냥.
요즘.
나도 조금 지쳐있었다.
엄마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7년차.
나는 대학병원 간호사로 근무한 지 27년차.
우리는 남들이 "엄마가 계모냐"고 물을 정도로 싸우지도 않고, 반말조차 하지 않던 모녀사이였다.
심지어 우리 엄마는 나의 사춘기가 언제인지도 몰랐다고 할 만큼.
사실 내 나름의 사춘기는 있었다.
열 세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혼자 4남매를 키우시는 엄마 앞에서 감히 티를 내지 못해서 그렇지.
집안에 '어른 남자'가 없는 것이 싫어서 일곱 살 연상의 남편과 스물 여섯에 결혼했다.
아이를 출산하자 당시에 갓 50을 넘긴 엄마가 딸 아이를 돌보아 주셔서 계속 일을 할 수 있었다.
아니, 일만 한것이 아니고 대학원도 가고, 해외연수도 가고, 승진도 했다.
그렇게 엄마를 독박육아로 혹사시켜서 였을까.
엄마는 이제사 손주를 다 키워놓고 이웃 아주머니들과 단풍놀이나 즐기러 가야할 나이에
파킨슨병이라는 녀석과 마주했다.
하필 왜 수술하면 되는 암도 아니고, 골절도 아니고, 완치라는 게 아예 없는 파킨슨병 이었을까.
초기에 정말 운 좋게 파킨슨 진단을 받고 가능한 시간을 벌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와 엄마는 점점 강한 티키타카가 주고받는 중이다.
잔소리에 잔소리를 얹어놓고 금새 후회하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