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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일리 Dec 23. 2024

구독(毒) 디톡스

몇 주 전부터 디즈니 플러스에서 메일이 계속 날아왔다. 연간 구독료가 인상될 예정인데, 이에 동의하는지 내 의사를 묻는 메일이었다. 나는 고민이 됐다. 디즈니 플러스 말고도 넷플릭스도 구독 중인데, 콘텐츠를 시청하는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여름에 손석구라는 배우가 좋아서 <카지노>라는 드라마를 봤었다. 그리고 본 것이 지난달에 <정년이>다.


구독료 인상 알림 메일


물론 친구들과 1/n로 구독료를 나누어서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괜히 새어 나가는 돈이 아까웠다. 같이 회선을 사용하는 친구들에게 잘 보고 있냐고 물어보니 나 같은 이도 있었고, 잘 쓰고 있는 이도 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내년 구독도 어김없이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의 구독은 내년에도 변동 없이 어졌다.


우리 집은 남편이 추가적으로 웨이브를 구독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엔 내가 유튜브 프리미엄을 구독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핸드폰을 싸게 사는 대가로 OTT 가입이 추가되는 요금제에 우리 둘 다 강제적으로 가입기 때문이다. 6개월 후에 내가 원하는 요금제로 바꿀 수 있다. 유튜브도 안 보는 나인데... 프리미엄이라니 참으로 사치스럽다. 비자발적 OTT 풍년이다.




엄마표 영어를 검색하다가 블로그에 내용을 잘 정리해 두신 한 블로거를 알게 되었다. 계속 소식을 받고 싶어서 이웃으로 추가를 해놨다. 그러곤 오랜만에 블로그에 접속했다가 다시 그분의 포스팅을 접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포스팅은 돈을 지불해야 볼 수 있는 것이었다. 네이버 블로그인지 팬페이지인지 잘 모르겠지만, 이런 시스템이 도입되었는지 몰랐다. 추가 결제를 알리는 창을 보고 당황스러웠다.


네이버 프리미엄 구독


유튜브에서도 떤 채널을 구독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채널 '가입' 명목으로 비용을 내는 제도가 있다. 채널에 가입하면 해당 유튜버가 제한적으로 제공하는 특정 콘텐츠를 볼 수 있다.


이렇게 구매 의사가 있는 소비자에게 (퀄리티를 확인할 수는 없으나) 프리미엄급 정보를 판매하는 것이 트렌드이다. 어찌 보면 자본주의를 넘어 4차 산업혁명 사회에서 당연한 귀결이긴 하지만, 왠지 모르게 삭막함이 느껴진다. 한편으론 챗GPT 시대에 존속이 가능한 서비스지도 의문이 든다. 챗GPT로 거의 모든 정보를 무료로 얻고 있으니 말이다. 아! 어쩌면 챗GPT도 반쪽짜리 페이지를 내어주며 곧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더 많은 정보를 보시려면 월 이용료 4,900원을 결제하세요.




검색 엔진에서 한 언론사의 연재 기사를 읽던 중 내용이 잘린 것을 발견했다. 그다음 내용은 링크를 타고 들어가란다. 즉,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결제 후 이어서 읽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전에도 이런 경우가 있었었다. 그때는 구독을 포기했었는데 이번에는 유독 시리즈를 더 읽고 싶었다. 구독료는 (3개월 간만) 월 2,900원. 원래 종이 신문을 구독하고 싶던 참에 '3개월만 인터넷으로 읽어보자' 싶어서 결제를 눌렀다. 이로써 나는 구독의 덫? 늪?에 또 빠지고 말았다.


하지만 알차게 잘 사용하면 될 일 아닌가? 이왕 구독을 했으니 뽕을 뽑아보자는 심산이다. 비록 정치적으로 나와 일치하는 노선의 신문사는 아니지만 비판적으로 기사를 접해보려 한다. 그러면 적어도 객관성과 비평 능력은 길러지겠지. 정보로서 사실 관계만 쏙쏙 골라내도 될 것이고. 매일 보느냐, 보지 않느냐가 관건이다.



앞으로 잘 판단해서 내게 득이 되는 플랫폼은 구독을 이어가고, 그렇지 못하면 과감히 청산을 해야겠다. 제대로 이용도 하지 않으면서 쓸데없이 돈이 빠져나가고 있으니 낭비가 아닐 수가 없다. 구독 디톡스! 구독이 뿜어내는 그 독(毒)에서 헤어 나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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