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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ica n May 18. 2024

익숙했던 것들과의 재회

익숙한 것들과의 거리 #4


 이 기록을 처음 쌓아가기 시작했던 게 2021년 가을 즈음이었는데, 어느덧 코로나 3년 차(2022년)가 되었고, 그 마저도 갑자기 종막을 향해 가고 있다. 언젠가는 끝날 것이라 생각했었지만 막상 눈앞에 다가오니 그게 또 어색한 모양이다.


 개인적으로 글을 정리해 가며 <오남리 이야기>(구효서 著)가 오랜만에 생각나기도 했고, 그 사이 4호선이 개통되었다는 소식을 들어서 몇 년 만에 동네를 찾았다. 사실 마지막으로 그곳을 찾았을 때 만나던 모습은 새로웠고 젊었던 것들이 모두 쇠락해서 침잠해 가는 모습이었던지라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코로나19의 끝자락에 그곳은 지금도 비슷한지 궁금해서 굳이 용건도 만날 사람도 없는 곳으로 향한 것이다.


 그사이 나는 돌고 돌아, 5년 전 차를 팔면서 다시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기 기준을 깼고, 동시에 향후 5년간 이 차의 효용과 블러핑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자기합리화를 하던 참이었다. 한참 공론화되었던 탄소중립과 공유&순환경제의 취지에도 부합한다면서.. 참고로 그게 얼마나 효용?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2)


 여느 곳들보다 모든 것이 촘촘한 수도권 일대가, 코로나19 직격을 맞은 뒤 3년 사이 이전과는 다른 어떤 모습으로 변해버렸다고 느껴서일까,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곳의 안부가, 마음속에 남은 유일한 고향의 안부가 궁금해서였던 것 같다.

 내가 이곳을 찾았던 시점 2004년 수능 직후, 그리고 변화를 목전에 두었던 2020년, 이어서 마찬가지로 새로운 시작과 혼란 속의 2022년이었으니- 어쩌면, 안부를 핑계로 나의 안식을 찾고 싶었던걸 지도 모른다.(+2)



 오남리는 그 사이 전화 주문*을 받던 마트가 24시 대형편의점으로 바뀌었고, 지하상가에 있던 몇몇 식당들도 TV에 방영되었다는 현수막을 걸어놓고 10-20대 젊은 손님들을 잘 받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내 어린 시절의 하이라이트였던 초코바나나 빵도 건재해 반갑게 나를 맞아주었다.


 마침 우연히도 이 동네에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작품 촬영이 있다며, 온 동네 사람들이, 그리고 아이들이 늦은 시각에 상가 앞으로 우르르 나와서는 (아마도) 촬영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사회적거리가 한창이었던 몇 달 전만 떠올려봐도 상상이 되지 않던 옛 모습 그대로였다.


 생각해 보니, 나와 내 또래 아이들이 마지막으로 이 상가 앞에 우루루 모였던 게 우습게도 방구차(방역소독차) 때문이었다. 그 시절 '방역'이 일종의 해프닝이자 재미거리였던데 반해 '방역'이 일종의 고역이었을 후배세대들을 생각하니, 힘든 시기를 지나 이제야 웃을 기회가 찾아온 것 같아 마음이 안쓰러우면서도, 동시에 그렇게 질긴 3년이 지나 코로나19 사태가 서서히 흩어져가고 있음을 실감했다.



 2년 만에 다시 오남리를 찾았다는 것은, 나에게도 필시 어떤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리라. 당시에는 그런 생각을 할 새도 없이 한껏 가벼워진 걸음으로 귀갓길에 올랐다. 모처럼 당시 사진을 들여다보니, 나에게는 그 사이 4호선 오남역이 생긴 것보다 도서관이 생긴 게 더 신기했던 모양이었다.(어쩌다 보니 아직까지 오남역을 이용해 본 적이 없다.)(+2)


 도서관만큼 현세대와 후대를 잇는, 그러면서도 테가 바로 나지 않는 '사과나무'같은 일이 있을까. 지금은 시립미술관이 새롭게 올라간 U시의 도서관이 생각났다. 정확히는 미술관에 앞서 지어진 도서관을 놓고 추앙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2018년 도서관 이후 2020년 미술관이 새롭게 지어졌고, 그 또한 어떤 효용이 분명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럼에도 도서관(기억과 기록)은 언뜻 매우 정적인 것처럼 보이나, 다음 단계로의 변화를 일으키는 나비효과 같은 계기로서 그 무엇보다도 선행되어야할 중요한 장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2)


* 사진 속 모습은 정독도서관 전경

 인류의 역사는 문자와 기록의 혁명을 통해 이어져왔다고들 한다. 그럼 과연 우리는 얼마나 그 기억들을 잘 살펴오고 있었을까?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팬데믹'은 결코 코로나19가 처음이 아니다. 이전 세대로 꽤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이 체르노빌이며, 팻보이처럼 문명의 이기만으로 새롭게 발발한 재앙은 잊을만하면 역사에 아프게 새겨졌다. 전 세계를 강타한 역사적 사건이 아니더라도, 반도체공장, 가습제 살균제 등.. 내가 될 수 있는 우리 이웃의 러시안룰렛이 얼마나 많았던가.(+2)


 우리 모두 다시 이런 힘든 시기를 겪지 않기를 바라며, 시간이 지나서는 선배들처럼 TV를 통해서만 잠깐씩 추억해 볼 기억으로 남기를, 우리에게 익숙한 거리가 다음세대들에게도 똑같이 이어지기를 기원해 본다.



- 2022. 4. ~ 2024. 4.  / 오남리에서



* 오남리 진주상가의 '전화 주문' 혁명(?) 이야기는 <오남리 이야기>(구효서)에도 등장한다.


* (+2)라 표기한 부분은 2024년 4월에, 처음 본문을 적었던(2022.4.) 이후 2년이 지추가한 내용이다.




'익숙한 것들과의 거리 @ 코로나 에필로그'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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