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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ica n May 27. 2024

완주경험과 변화의 작심삼일

<청소력> - feat. <Chungking Express>


무언가 끝까지 마친다는 경험은 각별하다.

그게 자기 주도로 이루어냈다면 더할 나위 없다.

마지막으로 책을 완독했던 게 언제였는지 가물가물*한데, 모종의 이유로 5월 초부터 <청소력>이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 살펴보니 작년 8월 <김대리가 00대> 소설책이 마지막이다.


 책을 읽으면서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일단 이 책에 대해 요약하자면, 평소에 많은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올리는 (좋은) 말들이 '청소'와 '정리'라는 아주 단순한 행동에서부터 출발해 가지런히 정렬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리고 그게 그저 위생적인 문제로, 나태나 게으름 때문에, 자신을 위해서라기보다 감사함을 알고, 긍정적 영향력과 그 순환고리를 확장해 가는 차원에서 이야기한다는 점이 무척 인상 깊었다

 아주 작고 중요해 보이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하나의 큰 흐름으로 이어진다는 말은 누구나 쉽게 입에 올리지만, 실제로 꾸준히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흔치 않다.

 그런데 이 책은 그 쉽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 어렵고 꼬인 상황일수록 오히려 그 작은 청소와 정리부터 해나가야 한다는 점을 알려준다. 많이들 하지 못하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못할 일은 아니라며 마음을 한결 가볍게 덜어준다.​


 <청소력>의 저자 또한 이것을 작심삼일에서 출발해, 그것을 반복해 보는 일상을 제안한다. 그렇게 하나씩 하다보면, 어느새 변화한 삶과 일, 주변으로 전파하는 긍정적인 힘(자장)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긍정하면서 말이다.


 

 생각해 보면, 나는 항상 '삶을 유예'한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로 정말 급한 일들이 닥쳐와 불 끄듯 서둘러야 하는 시점도 간간히 생기지만, 그렇다고 나의 삶과 삶의 공간을 정리하는 것이나 일상을 차곡차곡 다지는 것, 때로는 밥을 제대로 챙겨 먹는 것까지 모두 미루어놓을 일은 아닌데 차일피일 미룬 것이다.​​

​그런 연유로, 요새는 평소 생활에 청소와 정리를 손 한 줌씩 더해서 짬짬이 몸을 움직여보고 있다. 거의 쓰지 않는 물건들은 사진을 찍어 중고나라며 당근에 등록해 하나둘 환원을 하고, 입지 않는 옷이며 신발도 한 무더기 정리했다.

 요새 자신에게 던져주는 메세지는 '일단 5분만 해보자. 가벼운 마음으로'다. 이건 본래 홈트레이닝(근력운동)을 할 때 주로 되뇌곤 했던 말인데, 청소와 정리에 확장해본건 사실 이번이 처음이다.



 그 사이, 4년 차에 접어든 집도 드디어 천장 수리를 마무리했다. 천장 도배를 위해 사전 준비를 할 겸, 그렇게 짐을 빼고 버리고 파는 시간 동안 정말로 한 줌씩 조금씩 변해가는 모양이 참 신기했다.


 가끔 폭풍야근과 철야가 생기는 날도 있었는데, 그때는 아주 잠깐 쉬면서 다음 할 일을 복기해보곤 했다. 부채감이나 죄책감, 무기력에 빠지지 않고 '쉼' 역시 필요한 시간임을 인지하는 것 역시 중요했다. 아니 오히려, 그럴수록 작은 일들을 뒤로 미루지 않고 그때그때 마무리하는 습관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습관 형성의 법칙
- <청소력>, 마쓰다 미쓰히로

3일 계속하면 그다음 1주일을,
1주일 계속하면 그다음 1개월을,
그 후로도 반년, 1년, 3년 계속하면
그것이 습관이 된다


 오늘도 간밤에 감사를 앞두고 한바탕 푸닥거리를 하고 난 뒤였는데, 예전 같았으면 하루종일 '뭐뭐 해야 하는데' 생각만 하며 퍼져있었을 것 같다. 그래도 모처럼 휴일이니 되는 데까지만 해보자며, 차분히 재충전을 하면서 집 정리와 설거지를 마무리하곤, 이어서 동네 요술손에 옷 수선을, 뒤 이어 자전거도 잠깐 살펴본 후 시장서 토마토를 사들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띄엄띄엄, 가능한 범위에서 차근차근 행동으로 옮기고 또 정리하는 흐름을 쌓으면서, '좋은 말들을 아는 것보다, 어떻게 실천하고 체화할지가 더 중요하다'는 소싯적 주장이 떠올랐다. 예전에 있었던 일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그 속에서 놓친 부분을 찾고 다시 생각해 보는 것 역시 한 가지 순기능이려나?​

너(도) 언제 그렇게 살이 쪘니, 비누야.


그렇게 일상을 꾸려가는 모습은, 변하는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 바로 눈에 띄지 않을 수 있다. <중경삼림> 속 무기력한 남자의 일상이, 시간이 지나 부지불식간에 몰라보게 바뀌었던 것처럼- 그렇게까지 드라마틱하지는 않겠지만, 차곡차곡 삶을 꾸려가다 보면 또 좋은 일들이 생기겠지.​


"자신을 어리석다고 아는 사람은 결코 어리석지 않은 사람이다. 자신을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야말로 정말 어리석은 것이지.
- 부처와 주리반특의 대화에서, <청소력> 중

 

 바쁘다고, 뭐 할 시간이 없다고, 잘 안 풀린다는 느낌이 드는 사람이라면, <청소력>을 읽어보길 권한다. 사실, 나 또한 머리로는 그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초반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쉽지 않았다.  만약 같은 생각이 들었다면, 더더욱 읽어보길 바란다.


- 2024.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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