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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치료사 숲 Jul 25. 2024

상담받는 상담사 이야기 #2

나를 신뢰할 수 없어서.


어느 누구에게도 꺼낼 수 없었던, 이야기를 고민 끝에 상담사 선생님에게 말했다. 대화 중에도 선생님이 나를 어찌 생각하실지 염려가 되었지만, 나는 얼어붙은 나를 알아차려 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그 사건은 조심히 수면 위로 올라왔다.


차마 말할 수 없는 일을 표현할 때엔 생각보다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렇기에 나 역시, 내게 찾아온 누군가의 많은 사연을 늘 마음 다해 듣고자 하니까.


그렇게 한참 동안 상담사 선생님은 내 말을 진심 다해 들어주었다. 비록 면대 면이 아닌 모니터로 보이는 얼굴이었지만, 마치 내 곁에서 토닥토닥 등을 두드리며 “괜찮아요.” 하고 부드럽게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으니 말이다.


다시 오래전으로 돌아가보면, 어린 나는 작은 실수에도 위축되는 아이였다. 실수라는 키워드가 상담 중 떠오르자 태권도장에서 오줌을 싼 상황이, 색을 구별하지 못해 혼나는 일이, 그 외에도 웅크린 많은 내가 구름처럼 떠올랐다.


해결된 줄 알고 지나왔지만 그렇게 나는 성인이 되어서도 중요한 순간마다 결정적 실수를 해왔다. 그렇게 한참을 실수하는 못난 나에 집중되어 있었지만, 선생님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일을 이겨낸 ‘나’를 살펴봐 줄 수 있도록 이야기해 주었다.


다음 회기까지 상대의 반응에 민감했던 그 아이의 기분이 어떠했을지, 알아봐 주고 살펴봐 주기로 하고 상담을 마무리했다.


그래. 나는 또 성장하려 한다. 이렇게 지금 이 순간, 어린 그 아이가 나를 찾아온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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