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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한민국 서정시 Aug 21. 2018

나는 성골인가?

마케팅 에이전시 생활 회고록 #05

평생직장은 이제  예스러운 단어


_평생직장

부모님 세대들은 회사를 그렇게 불렀다. 한 번 입사하면 결혼,출산,집안사정 그리고 정리해고 등 부득이한 사정이 생기지 않는한 그 회사에 뼈를 묻었다. 왠만한 회사들은 근속년수가 오래된 직원을 우대해주기에 회사를 오래 다니면 오래 다닐수록 이득인 것은 분명 맞다. 그에 상응하는 애사심(충성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확행과 워라밸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밀레니얼 세대들은 한 직장에서 3년 이상의 경력을 가지는 경우가 드물다. 잡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5년차 미만 직장인들의 첫직장 이직률이 80%를 넘는다고 하니 평생직장이라는 단어도 참 예스러운 말이 되어버렸다.



나는 이 회사에서 성골인가?
무엄하구나 어디 감히 성골의 몸에 손을 대느냐, MBC 선덕여왕 中


_그럼에도 불구하고 5년차는 존재한다.

분명 근속년수 3년 이상의 근로자들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5년차 이상의 오래된 직원들이 존재한다. 게중에는 사원으로 시작하여 임원까지 승진한 직원도 존재한다. 누군가는 이들의 능력을 '갈 곳이 없어서 남았다'며 평가절하 하기도 하지만, 분명한건 이들은 현 회사에 많은 동기들과 경쟁하여 살아남았다는 사실이다. 임원이 아닌 이상에야 제아무리 경력직이 들어온다 한들 공채로 시작한 성골들을 앞지를 수는 없다. 그들은 오랜 기간 회사에 남아 흥망성쇄를 모두 겪었으며, 갈등의 순간이 와도 늘 한결같이 회사를 선택한 이들이다. 회사는 분명 성골들에게 보상하려 한다. 그 한 사람이 정말 능력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오랜 근속 직원에 대한 회사의 보상은 다른 직원들에게도 당근이 되기 때문이다.


_공채인가? 경력직인가?

직장생활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단순히 연차만 차서는 후에 이직을 하기도 인생을 설계하기도 힘이 든다. 내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곧게 뻗어갈 수 있도록 5년 후, 10년 후에 대한 미래 계획을 세워두는 것이 좋다. 물론 내 적성과 업무스타일 등 나와 관련된 많은 것들이 고려요소이지만, 미래 계획의 출발점은 내가 어떤 출신이냐는 것부터 시작된다.



내가 성골이라면 임원을 노려보자


현재 당신이 대리/과장급 이상이며 이직을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중에 있다면, 여러 선택지가 놓여있을 것이다. 


1. 평사원 - (파트장) - 팀장 - 임원 테크를 탈 것인가?

2. 이직 - 이직 - 이직 테크를 탈 것인가?


성골이라면 1번이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회사가 그런 회사인지를 먼저 살펴보자. 주변을 둘러보았을때 사원부터 임원까지 진급한 케이스가 있다면, 당신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자신이 회사에서 인정받고 있는 우수사원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굳이 옮겨야할 이유가 100가지가 되지 않는다면 남아 있는 것이 가장 출세하는 방법일 수도 있다. 제아무리 날고 기는 경력직이 들어온다해도 회사는 근속년수가 오래된 당신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 단, 당신이 우수사원이 아니고, 평범도 안되는 사람이라면 포기하는 방법이 더 빠르다 -


성골이 아니라면, 이미 1번은 어렵다. 임원까지 올라가기는 더더욱 어려울 수 있다. 차라리 이직을 하며 진급하는 것이 더 쉬운 경우라고 볼 수도 있다. 과감하게 2번을 통해 본인의 몸값을 올려가는 것을 추천해주고 싶다.


사실, 1번은 크게 추천해주고 싶은 방법은 아니다. 한 곳에서만 오래 정착한 사람의 경우 -게다가 대행사 마케터라면 더더욱-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시야가 좁은건 어쩔수가 없다. 지금 이 필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나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나는 무엇을 더 할 수 있는 사람인지는 이직을 거듭하며 빠르게 배울 수 있는 것들이다. 



선명하게 보라.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2004년 SKY 광고中


나는 첫 에이전시에서 꽤 오래 있었다. 

나는 사원부터 시작한 이른바 성골이었다. 상사운과 광고주운 그리고 나의 업무스타일이 절묘하게 맞아들어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었고, 회사에서 특별관리를 받으며 승승장구 했었다. 더이상 올라갈 곳이라고는 본부장급의 임원 밖에 없었다. 내가 생각했던 나의 미래 계획은 팀장으로 더 오래 일하다가 그 회사에서 임원이 되는 것이었다. 


대리/과장 때 이직운이 물꼬를 텄다.

회사의 특별관리 속에 무럭무럭 자라던 내게, 광고주와 헤드헌터들이 이직 제의가 왔었다. 오만하게도 나는 현재의 회사에 만족하며 대행사 필드에서 벗어나지 않겠다고 자처했다. 하지만, 앞일은 모른다고 팀장으로 재직중에 회사가 부도가 났다. 과장을 넘어선 직급이 되어서야 이직처를 알아봤으나, 3~4년전에 러브콜을 보냈던 수많은 브랜드들은 이제 내가 필요하지 않은 듯했다.


브랜드는 연차가 높은 대행사 출신을 선호하지 않는다.

회사 부도 후, 대행사에서 대행사로 이직을 거듭하다가 힘들게 브랜드로 왔다. 이 곳에 와보니 왜 나의 이직이 그렇게 힘들었는지 알게 되었다. 브랜드 마케터의 자리는 사원~대리급까지가 가장 이직이 잦고 인력이 필요하다. 신규사업이나 확장을 위한 채용이라면 모를까 그 이상의 경력자는 티오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되겠다. 이미 브랜드마케팅 출신 경력자들만해도 이직 시장에 굉장히 많이 있는데, 브랜드 경험도 없는 대행사 마케터를 상위직급자(주요 직급)로 뽑을 이유가 없는 것. 평생 대행사를 전전할 계획이 아니라면, 기회가 있을 때 잡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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