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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말킴 Nov 21. 2019

세계여행 시작!

먼 북소리를 듣고 떠나는 6개월의 대장정


    저희 부부의 세계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첫 일정은 발리입니다. 발리는 작년에 처음 다녀왔는데, 정말 너무 좋았습니다. 바르셀로나와 함께 제가 가장 사랑하는 도시입니다.


    발리를 시작으로 싱가포르 치앙마이 방콕을 다니며 동남아시아를 돌아다니고, 이후 바르셀로나로 넘어간 후 스페인 순례길을 걸을 예정입니다. 그리고 포르투에서 일정을 마친 후, 아프리카인 세네갈로 넘어갑니다. 그때쯤이면 아마 11월 중순일 텐데요, 그때부터 여행의 마지막인 2020년 1월까지는 아직 계획이 없어요. 무계획이 계획입니다. (feat. 기생충) 


    총예산은 저희 부부 함께해서 2천만 원이 안 되는데요, 매우 긴축재정이라 돈이 떨어지면 6개월이 끝나기 전에 돌아올지 모르겠어요. 바게트 하나로 독일에서 하루를 여행했던 제 배우자의 여행 스킬을 잘 활용해야 할 듯합니다.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휴식과 배움이고요. 배움의 주제는 프로그래밍입니다. 디지털 노마드를 꿈꾸며 프로그래밍에 도전합니다. 사실 프로그래밍을 배우러 왜 멀리까지 나가나 의문인 사람들도 많을 것 같아요. 안정적인 거처가 마련되어있는 한국에서 배워도 충분한데, 굳이 해외를 돌아다니며 그걸 배워야 하나 싶기도 합니다. 그래서 왜 여행 가는지 물어보는 사람에게 여행의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기가 참 어렵더라고요. 


    그때 저에게 가장 큰 공감을 안겨준 글이 하나 있어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먼 북소리' 머리말에 나오는 글입니다. 여행을 가야 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무리카미 하루키는 그 이유들을 나열하는 게 이제 와서는 의미 없다고 합니다. 어떤 이유가 있었다 한들, 결론적으로는 여행을 하게 한 근본적인 원인이 사려졌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다음 글들은 그다음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뜨고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어디선가 멀리서 북소리가 들려왔다. 아득히 먼 곳에서, 아득히 먼 시간 속에서 그 북소리는 울려왔다. 아주 가냘프게, 그리고 그 소리를 듣고 있는 동안, 나는 왠지 긴 여행을 떠나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먼 곳에서 북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먼 곳에서 북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저에게도 먼 북소리가 가슴속에서 아득히, 시공간을 넘어서서 늘 울렸다고 하면 오글거리나요?(ㅋㅋ) 여행의 이유에 대한 질문에 대한 대답이 시원찮았던 것은 아마도 여행을 하려던 처음의 원인이 그 의미를 잃어버렸고, 우리는 그저 먼 북소리에 응답했을 뿐이기 때문일까요. 


    먼 북소리에 이끌려 전 재산을 여행에서 탕진할 앞으로의 우리 이야기가 저는 무척이나 기대됩니다.(탕진잼) 여행을 다녀와서 우리에게 남는 건, 지금 있는 집의 전세금과 한 달 정도의 생활비뿐이겠지만, 여행을 시작하는 지금은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더 큽니다. 이 설렘이 끝날 때 제 마음에 설렘 이상의 감동이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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