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지 못한 유일한 세대
2019년부터 초등학교에서 코딩 교육이 의무화된다고 합니다. 또, 요즘 10대들은 궁금한 게 있을 때 네이버가 아니라 유튜브에 검색을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말을 하니 왠지 제가 엄청 나이 많은 사람이 된 것만 같은 느낌이 듭니다. 예전에는 할아버지 할머니께 문자 보내는 법 알려드리고 그랬는데, 지금은 아직 20대인 저도 시대를 따라잡기 버겁게 느껴집니다. 그만큼 기술 발전이 그 속도를 점점 더 빨리하는 거겠죠.
제가 대학교에 갈 때만 해도 문과생이 이과생보다 조금 많았습니다. 고등학교 때 학교 도서관 한쪽을 가득 채운 '이공계가 답이야'라는 책을 보면서도 별로 감흥이 없었어요.(굳이 읽은 이유도, 내용보다는 그 도서관 유일한 만화책이었기 때문이에요) 뭐랄까, 로봇이니 인공지능이니 하는 이야기가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요. 그도 그럴 것이 그때는 초콜릿폰이 유행하던, 스마트폰도 출시되기 전이었으니까요. 별 의식 없이 제 주변 사람들이 다 문과생이었기 때문에 문과를 선택했고, 대학교도 경영경제학부를 선택했습니다.
대학교 때 기술의 발전을 실감한 첫 번째 사건이 스마트폰과 카카오톡이었어요. 대학교 1학년 때 갤럭시 s가 처음 나왔고, 그 후 몇 달도 되지 않아 카카오톡이 캠퍼스를 휩쓸었습니다. 문자 사용량을 확인해가면서 60자 꾹꾹 눌러 담아 보내던 적이 언제였냐는 듯이, 빠르게 카카오톡은 일상에 자리 잡았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는 별생각 없었죠. 그냥 좀 더 편리하구나 하는 정도..?
대학교를 졸업한 지 불과 6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단지 편리한 정도 이상의 변화가 세상에 펼쳐지고 있는 듯합니다. 얼마 전 택시업계와 IT스타트업인 타다가 엄청난 갈등을 일으켰습니다. 몇몇 기사분은 분신할 정도로 갈등이 심각했습니다. 생계를 위협받는 상황에서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그분들의 마음이 얼마나 비장했는지 느껴집니다.
너무나 안타깝고 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슬프지만, 그렇다고 IT스타트업을 나무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기술의 진보는 이미 시작되었고, 더 편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그들의 노력을 누구도 욕할 수는 없죠.(심지어 그들의 목적이 오로지 이윤추구였다 하더라도요.)
이러한 상황은 옳고 그름으로 재단할 수도 없고, 잘못되었다 한들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장면을 보고 있자니 카카오톡이 처음 나왔을 때 하고는 사뭇 분위기가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질문이 제 안에서 끊임없이 울려 퍼집니다. '나라고 택시기사들과 다를까?'
이제 모든 초등학생들이 코딩을 의무교육으로 배운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살짝 등골이 오싹했습니다. 몇십 년 뒤에 코딩을 할 줄 모르는 유일한 세대로 남겨질까 봐 두려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우리 윗세대는 그래도 평생직장이나 노후준비가 보편적이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남은 삶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으니 코딩을 몰라도 괜찮을 것 같고, 우리 아랫세대는 코딩을 의무적으로 배우니 문제없을 것 같은데, 그 사이에 애매하게 걸친 우리 밀레니얼세대 문과생들은 이러다 낙동강 오리알 세대가 되는 거 아닌가?'하는 두려움.
그런 두려움 속에 사로잡힌 문과생인 저를, 코딩의 세계로 멱살 잡고 보낸 두 개의 글이 있는데요. 첫 번째는 앨빈 토플러가 한 말이었던 것 같은데, 찾아보니 확실하진 않네요. 어쨌든 그 내용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인공지능을 소비할 자본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그 기술을 갖추거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저에게 인공지능을 소비할 자본이 있을 리 만무하고,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할 방법은 하나뿐이었습니다. 그 기술을 갖추는 것.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인공지능을 소비할 자본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그 기술을 갖추거나.
두 번째 글은 '마르코'라는 브런치 작가의 글이었는데요. 이 글들은 몇 달 전에 책으로도 나왔더라고요. 제목이 '인문학도, 개발자 되다'라는 책인데 제가 했던 고민과 상당히 비슷한 고민의 흔적들이 묻어 나오는 글이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현재 싱가포르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더라고요. 처음 이런 고민을 할 때만 해도 저 어두운 심해를 숨도 못 쉬고 헤엄치는 기분이었는데, 나 같은 고민을 똑같이 한 사람이 있구나 하는 안도감과 함께 자신 만의 길을 멋지게 걸어가고 있는 걸 보니 저도 한껏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군대를 전역하고 나와서 작년에 커피를 배우기 시작할 때도 엄청난 도전이었는데, 딱 1년 만에 또다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었네요. 이제는 도전이 일상처럼 되어버렸습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한 직장에 오래 머물지 않고 늘 새로운 것을 배우고 스스로를 발전시킨다는데, 자발적이든 아니든 저도 그렇게 계속 뭔가를 배워야 하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