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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말킴 Nov 21. 2019

나는 왜 '코딩'을 공부하기 시작했나?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지 못한 유일한 세대

    2019년부터 초등학교에서 코딩 교육이 의무화된다고 합니다. 또, 요즘 10대들은 궁금한 게 있을 때 네이버가 아니라 유튜브에 검색을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말을 하니 왠지 제가 엄청 나이 많은 사람이 된 것만 같은 느낌이 듭니다. 예전에는 할아버지 할머니께 문자 보내는 법 알려드리고 그랬는데, 지금은 아직 20대인 저도 시대를 따라잡기 버겁게 느껴집니다. 그만큼 기술 발전이 그 속도를 점점 더 빨리하는 거겠죠. 



    제가 대학교에 갈 때만 해도 문과생이 이과생보다 조금 많았습니다. 고등학교 때 학교 도서관 한쪽을 가득 채운 '이공계가 답이야'라는 책을 보면서도 별로 감흥이 없었어요.(굳이 읽은 이유도, 내용보다는 그 도서관 유일한 만화책이었기 때문이에요) 뭐랄까, 로봇이니 인공지능이니 하는 이야기가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요. 그도 그럴 것이 그때는 초콜릿폰이 유행하던, 스마트폰도 출시되기 전이었으니까요. 별 의식 없이 제 주변 사람들이 다 문과생이었기 때문에 문과를 선택했고, 대학교도 경영경제학부를 선택했습니다. 


    대학교 때 기술의 발전을 실감한 첫 번째 사건이 스마트폰과 카카오톡이었어요. 대학교 1학년 때 갤럭시 s가 처음 나왔고, 그 후 몇 달도 되지 않아 카카오톡이 캠퍼스를 휩쓸었습니다. 문자 사용량을 확인해가면서 60자 꾹꾹 눌러 담아 보내던 적이 언제였냐는 듯이, 빠르게 카카오톡은 일상에 자리 잡았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는 별생각 없었죠. 그냥 좀 더 편리하구나 하는 정도..?




    대학교를 졸업한 지 불과 6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단지 편리한 정도 이상의 변화가 세상에 펼쳐지고 있는 듯합니다. 얼마 전 택시업계와 IT스타트업인 타다가 엄청난 갈등을 일으켰습니다. 몇몇 기사분은 분신할 정도로 갈등이 심각했습니다. 생계를 위협받는 상황에서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그분들의 마음이 얼마나 비장했는지 느껴집니다. 


    너무나 안타깝고 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슬프지만, 그렇다고 IT스타트업을 나무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기술의 진보는 이미 시작되었고, 더 편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그들의 노력을 누구도 욕할 수는 없죠.(심지어 그들의 목적이 오로지 이윤추구였다 하더라도요.) 


    이러한 상황은 옳고 그름으로 재단할 수도 없고, 잘못되었다 한들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장면을 보고 있자니 카카오톡이 처음 나왔을 때 하고는 사뭇 분위기가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질문이 제 안에서 끊임없이 울려 퍼집니다. '나라고 택시기사들과 다를까?'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물결에 도태되는 사람들. 나라고 다를까? (Photo by Franck V. on Unsplash)




    이제 모든 초등학생들이 코딩을 의무교육으로 배운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살짝 등골이 오싹했습니다. 몇십 년 뒤에 코딩을 할 줄 모르는 유일한 세대로 남겨질까 봐 두려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우리 윗세대는 그래도 평생직장이나 노후준비가 보편적이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남은 삶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으니 코딩을 몰라도 괜찮을 것 같고, 우리 아랫세대는 코딩을 의무적으로 배우니 문제없을 것 같은데, 그 사이에 애매하게 걸친 우리 밀레니얼세대 문과생들은 이러다 낙동강 오리알 세대가 되는 거 아닌가?'하는 두려움.


    그런 두려움 속에 사로잡힌 문과생인 저를, 코딩의 세계로 멱살 잡고 보낸 두 개의 글이 있는데요. 첫 번째는 앨빈 토플러가 한 말이었던 것 같은데, 찾아보니 확실하진 않네요. 어쨌든 그 내용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인공지능을 소비할 자본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그 기술을 갖추거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저에게 인공지능을 소비할 자본이 있을 리 만무하고,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할 방법은 하나뿐이었습니다. 그 기술을 갖추는 것.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인공지능을 소비할 자본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그 기술을 갖추거나.


    두 번째 글은 '마르코'라는 브런치 작가의 글이었는데요. 이 글들은 몇 달 전에 책으로도 나왔더라고요. 제목이 '인문학도, 개발자 되다'라는 책인데 제가 했던 고민과 상당히 비슷한 고민의 흔적들이 묻어 나오는 글이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현재 싱가포르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더라고요. 처음 이런 고민을 할 때만 해도 저 어두운 심해를 숨도 못 쉬고 헤엄치는 기분이었는데, 나 같은 고민을 똑같이 한 사람이 있구나 하는 안도감과 함께  자신 만의 길을 멋지게 걸어가고 있는 걸 보니 저도 한껏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군대를 전역하고 나와서 작년에 커피를 배우기 시작할 때도 엄청난 도전이었는데, 딱 1년 만에 또다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었네요. 이제는 도전이 일상처럼 되어버렸습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한 직장에 오래 머물지 않고 늘 새로운 것을 배우고 스스로를 발전시킨다는데, 자발적이든 아니든 저도 그렇게 계속 뭔가를 배워야 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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