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말킴 Nov 21. 2019

우리가 가장 사랑한 마을, 우붓

우붓 한 달 살기

    왜 발리를, 그중에서도 우붓을 우리의 첫 여행지로 선택했을까?


    처음 한 달 살기 세계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도시는 당연 발리섬의 우붓입니다. 작년에 처음으로 발리 여행을 했었는데요. 그때의 기억이 잊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작년,  제가 발리를 올 때는 정말 여행 준비를 하나도 하지 않았었습니다. 전역을 한 달 정도 앞두고 계획에 없이 갑작스럽게 떠난 여행이었기도 하고, 누군가가 여행하면서 좋았던 곳들을 미리 찍어주었기 때문인데요. 제가 발리로 오기 한 달쯤 전 제 아내가 먼저 이 곳을 여행을 했었어요. 혼자 그렇게 여행 갔던 게 미안했는지 어쨌는지는 몰라도, 페이스톡을 할 때마다 여기는 무조건 꼭 한번 와봐야 한다고 매번 얘기했었죠. 그 말이 씨가 되었는지는, 저는 한 달 후에 제 아내가 여행했던 곳들의 발자국을 그대로 따라 밟으면서 발리를 여행했었습니다. 


    발리 여행의 첫 목적지가 우붓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우붓에 오기 전만 해도 '발리는 서핑이지'라고 생각했었어요. 우붓에서 3일을 머물고 짱구로 넘어가서 서핑을 하는 일정이었는데, 우붓보다는 짱구에서의 서핑이 더 기다려졌었죠. 근데 그 생각은 우붓에 도착해서 파란 하늘, 주황색 지붕, 노랗게 익어가는 논을 보고 바로 바뀌었습니다. 


    여기는 제가 이때껏 보아왔던 동남아의 휴양지와는 느낌이 정말 달랐어요. 제가 보고 느껴왔던 동남아시아는 딱 두 가지 부류였어요.(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도시가 깨끗하거나 아름답지는 않지만 저렴한 물가 덕분에 한국보다는 조금 더 호화로운 여행을 할 수 있거나, 아니면 아름다운 해변가에서 석양을 바라보면서 도시의 분위기보다는 자연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붓은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이 마을이 주는 분위기에 오묘하게 아름다운 무엇인가가 있었어요. 이 도시가 주는 아름다움에 우리는 온 마음을 빼앗겨 버렸습니다. 그래서 한 달 살기를 한다면, 세계여행을 한다면, 무조건 이 곳! 발리의 우붓이 우리의 첫 목적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이 땅에 천국이 있다면, 그것은 우붓이 아닐까.


    물론 다른 동남아 여행지와 마찬가지로 우붓에도 매연을 뿜는 스쿠터들이 넓지도 않은 왕복 2차선 도로에 가득하지만,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만들어 주는 이 마을만의 분위기가 있습니다. 소담하게 꾸며진 사원들과 정갈하게 놓여 있는 꽃잎들, 특별한 것 없지만 정감 가는 골목들, 어딜 가나 무성한 야자수 그리고 넓게 펼쳐진 논, 그 모든 것들을 비추는 햇살은 이 도시가 정말 우아하다고 말하는 것에 한치의 모자람도 없게 해 줍니다. 정말 아름다운 마을이어서 어느 곳을 가더라도 마음이 편안했던 것 같아요. 


    우붓에는 특히 예술가들이 많은 도시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실제로 도시 곳곳에 예술가들의 개인 작업실이나 미술관이 있어요. 이렇게 평화로운 곳에 있으면 예술적인 생각이 저절로 솟아날 것 같아요. 그리고 요가로도 유명한데요, 그래서 그런지 채식 식단들도 식당마다 꼭 있습니다. 경쟁에 지쳐 있는 현대인들에게 몸과 마음의 안정을 취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죠. 


    우리는 이 곳에 머물면서, 사실 별 다른 여행 준비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논 뷰가 보이는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고 있고요, 일주일에 3번 정도는 요가를 하면서 몸과 마음을 수련(?)하고 있습니다. 주말에는 쉬면서 스쿠터를 빌려서 우붓 근교로 놀러 다니고 있어요. 


    누군가에게는 우붓이 지루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발리에는 우붓 말고도 가 볼만 한 곳이 엄청 많고, 또 할 것도 정말 많거든요. 스노클링이나 다이빙, 서핑 같이 바다에서 할 수 있는 액티비티들도 많고, 발리도 제주도처럼 생각보다는 큰 섬이기 때문에 (체감상으로는 제주도보다 커 보이는데 실제로는 어떤지 모르겠네요.) 각 지역들 마다 다른 분위기를 다 느껴보기에도 한 달은 짧을 수 있어요. 


    하지만 지금 한 달의 마지막 주를 보내고 있는 지금까지도, 우붓의 하늘은 너무나 맑고 아름답네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