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5일 다녀온 양주 MBC 문화 동산,그곳에서 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 스튜디오 촬영을 진행 중이었다. 혹여나 소지섭 배우를 직접 만나볼 수 있을까 기대했었으나 아쉽게도 간발의 차로 촬영이 끝난 직후에 도착했다. 셀럽들의 SNS에서만 보던 커피차에서 무려 주연배우들의 전사가 새겨진 홀더(!!!)의 커피를 받아, 그나마 몇 시간 전에 소지섭이 떠나간 자리라는 실감을 받을 수 있었다. (집까지 고이 모셔오려고 했으나 안타깝게도 다음날 잃어버렸다.)
'내 뒤에 테리우스'는 코드네임 테리우스를 가진 첩보 요원 김본이 맞은편 집의 주부 고애린과 그의 아이들을 만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평소 소지섭 배우의 디폴트 같은이미지였던 차갑고 세련된 '극비 요원' 캐릭터와, 이에 상반되는 베이비시터라는 신선한 모습을 볼 수 있는 드라마다. 더불어 '경단 아줌마' 고애린 캐릭터를 통해 여성들의 출산 후 경력단절이라는 사회 문제를 은연중에 녹여내며, 요즘 세대의 육아에 대한 현실적인 고충을 풀어내고 있기도 한 점에서 흥미롭다.
그러나 어김없이 찾아오는 주연 배우들 간의 닿을 듯 말 듯 한 로맨스 신은 언제나 그래왔듯 드라마의 결을 하나로 흘러가게 만드는 느낌이다. 나 또한 로맨스의 민족답게 이러한 전개를 바라고 또 예상해 왔지만, 왜 한국 미디어의 끝은 기승전 사랑일까, 남주와 여주가 그저 협조 관계에 머무르며 좋은 친구로 남는 엔딩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걸까(^^)라는생각이 매번 드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또 치정 없는 한국 드라마는 너무나 허전할 것을 알고 있기에... 김본과 고애린의 본격적인 썸은 대체 언제쯤 시작되는 건지에 대해서도, 역설적이지만 끊임없이 기대하고 있는 중이다(...)
일러스트는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소지섭의 여러 면모를 담으려 의도하였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소지섭의 캐릭터를 물에 빗대어 표현하고자 했다. 외부의 환경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물의 물성처럼, 극중 소지섭의 캐릭터 또한 매우 다양한 성격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글/그림 : MBC M씽크 청년 시청자위원 권규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