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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름 Dec 15. 2019

003 비긴 어게인

게으름의 극치


얼마전 재개봉한 <Begin Again>을 보고온 후 문득 떠올렸다.

한참 전에 일시정지된 내 브런치!


프라하의 기억이 흐릿해지는 이 시점에서 다시 시작해봐야지.




영화 비긴 어게인에서는 이런 대사가 등장한다.

"난 이래서 음악이 좋아. 지극히 따분한 일상의 순간까지도 어느순간 갑자기 진주처럼 아름답게 빛나거든."


혹자는 오글거린다는 말로 버무릴 수도 있지만

양쪽 귀에 이어폰을 끼고 밖을 바라보는 순간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느낌이 든다.


그냥 평소처럼 같은 길을 걷고 같은 버스를 타도

음악 하나만 바꿔주면 내 삶의 장르가 바뀌는 것이다.

세상 아련한 노래 틀어놓고 슬쩍 차창밖을 바라본다거나

청량한 노래 들으며 뭐든지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청춘인척! 나아간다거나


특히 나는 플레이리스트에 잔뜩 쌓여있는 영화음악 때문인지

더더욱 자주 영화 속 주인공인양 길을 돌아다니곤 한다.


시험기간에 노을진 하늘과 맞은 편 미술관 앞 아이들을 보며

귀에 이어폰을 꽂고 걸으면 얼마나 영화 속 같은지...

머리속에 필름이 촤르르 감기는 기분이다.


그래 한국에서도 이랬는데

모든 풍경이 이국적인 프라하에서는 더욱더 음악때문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날짜가 고장나버린 내 필름


그래서

프라하의 아름다운 풍광과 잘 어울렸던 내 플레이리스트를 몇 개 적어보려 한다. 

이참에 내 소중한 필름도 좀 풀어놓고 자랑하고 싶다.

93년도에 멈춰버린 채 프라하를 담아온 내 필름 카메라 장하다...


슬프게도 가장 담고 싶은게 많아졌던 마지막 주에 촬영한 롤이

무슨 오류인지 미노광이 떠서, 스캔 후 한동안 절망에 빠져있었지만

그래도 프라하의 2-3주차는 건질 수 있어서 다행이다.




♬ Une Barque sur l'ocean 


영화 콜미바이유어네임에서 흘러나왔던 음악으로

들을때마다 습하지 않은 유럽의 여름을 즐기는 기분을 만끽하게 해준다.


언젠가 유럽에 가게되면 꼭 이 노래를 틀고 햇빛 아래 앉아있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되뇌었는데

이탈리아 언저리 프라하에서 해냈다.


들려오는 건반 소리와 함께 기분 좋은 햇살을 온 피부로 느끼며

창틀에 기대어 책을 읽던 엘리오처럼 나도 그 순간에 온전히 녹았다.


한국의 여름 안에서, 야외 책읽기란 불쾌지수로 인해 거의 불가능한 것인데

유럽의 그 뽀송하고 기분좋은 바람은 괜히 활자를 들여다보게 만들었던 것이다.

(무조건적 유럽 찬양론자 아님...) 



♬ I Like That 


이 노래는 사실 영화 <어스>에서 흘러나왔던 삽입곡이다.

대체 그 어마무시한 스릴러 영화 속 노래와 낭만적인 풍광이 뭐가 어울리냐 하겠지만

영화 속에서도 나름 낭만적인 순간이라고 볼 수 있다.


바로 주인공 가족이 다 함께 여행을 떠나는 그 찰나에 삽입되었기 때문에...

듣자마자 귀를 사로잡아서 영화 끝나고 이 노래만 열심히 찾았던 기억이 난다.


" Sometimes a mystery, sometimes I'm free Depending on my mood or my attitude

...

I don't care what I look like but I feel good, Better than amazing, and better than I could"


팝송을 들으면서 가사를 음미한다거나(...) 그런적은 거의 없었는데

이 노래는 왠지 첫 소절부터 가사가 뇌리에 쑤욱 파고들었다.

내가 느끼는 그 순간의 분위기, 내가 느끼는 순간의 소소한 행복감.

놓치기 싫은 그 감정들이 이 노래에 녹아 나부낀다.



♬ Square


초록 원피스를 입고 (비)바람을 맞으며( 나는 당연히 살랑 살랑 부는 시원한 바람 일거라 막연히 판단했다. )

스퀘어를 부르는 백예린의 모습, 언제부턴가 계속 귀와 눈을 꽉쥐고 놔주질 않았다.


이 노래도 사람을 설레게 만드는 데 한 몫 하는데

음원으로 나오지 않아 애타던 사람들의 댓글만 봐도 알 수 있다.

대부분이 비슷한 분위기를 각기 다른 곳에서 함께 타고 있으며, 스퀘어를 듣는 순간

주위 배경이 다른 무언가로 바뀌는 듯한 경험을 한다고.


그런데 이 노래를 묘한 기분으로 가득 차 둥둥 떠다니던 상태에서 줄곧 틀었으니

얼마나 인상이 깊게 새겨졌을까.

글을 쓰는 이 시점, 스퀘어가 공식음원으로 발표되고 난 계속해서 들으며 

여름을 상기시키고는 한다.


이 새벽에도 차트 1위를 달리고 있는거 보니, 스퀘어의 묘한 에너지에 휘감긴 이들이 굉장히 많은가보다.



♬ Close to you


내가 여행지에서 얼마나 설렘에 부풀어 있었는지

글을 쓰는 내내 느껴졌지만, 이 노래가 압권인 것 같다.

영화 심슨 더 무비에서, 부부의 애틋했던 과거와 함께 흘러나오던 이 노래

이것도 메모해두고 플레이리스트에 꼭꼭 담아두던 곡 중 하나이다.


괜히 하늘을 보고 걷고 싶어지고

구름만 봐도 웃음 지어지고

건물 벽돌은 또 왜 이리 멋스럽고

길을 걷는 강아지들은 이리도 해맑게 웃어주는지

눈에 애정 한아름 담고 세상을 바라보게 해준다. 

난 정말 이성적이고 냉철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싶었는데

이런 곳에서 이런 노래를 듣는다면 모든 계가 녹아흐를 것이다.




끝으로 첨언


내 노래취향은 정말 극과 극을 달리는 편인데

나도 날 잘 모르겠다.

이 노래처럼 말 그대로 구름 위를 한 폭 한 폭 걷는 듯한 느낌의 노래부터

꽤 하드한 스타일의 아이돌, 락스타들의 노래까지 스펙트럼이 넓은건지 특이 취향인건지!


사실 플레이리스트를 공개하는건 조금 부끄럽지만

누군가 이 글을 통해 이 노래를 듣고 영향을 받는다면

살며시 기분이 좋아질 듯 하다. 

더 나열하고 싶은 사진이 많으나

나의 게으름이 모든 기억을 흐릿하게 불어내버렸다.

안타깝지만 다음 글에서 새로운 글감과 함께 돌아오고 싶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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