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알고 싶은
집에만 있다 보니 또 프라하가 떠올라서
몇 자 적는다.
제목이 조금 억지스러운 감이 있지만
이 곳 저곳 돌아다녔다는 걸 의미 삼아...
내가 몇 번의 여행에서 느낀 행복 중 하나는
그 지역에 '나만 아는 곳'이 생기는 것이다.
물론 그 장소가 원래 유명한 곳이거나 관광객이 붐비는 곳일 수 있지만
나에게 특별한 의미를 준 곳들이기에 꼭 기록해놓고 싶었다.
Cinema City (SlovanskyDum)
가장 붐비는 시내에 위치한 영화관 시네마 시티.
처음으로 프라하에서 혼영을 도전했던 곳이라
나에겐 의미가 깊다.
체코 로케가 담긴 스파이더맨을 보러 갔었는데
가슴이 너무 벅차서 영화를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소금 맛 잔뜩 나는 팝콘을 씹으며 현지인들이 웃는
포인트를 감상했을 뿐.
그럼에도 난 앞으로 여행을 가게 되면
그곳의 영화관을 꼭 들러볼 예정이다.
현지 사람들과 한 데 같은 목적으로 섞여
분위기를 느끼는데 제 격이기도 하고
(조금 의미 부여를 하자면 말이다.)
이때 본 영화에는 어쩐지 영원토록 체코의 향이
묻어있을 것 같아서
Bontonland Megastore Praha
사실 여행 가서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 영화관, LP 판매점, 서점이었다.
이 중에서 제대로 가 본건 영화관뿐이지만
보헤미안 랩소디 보고 락에 절여져 살던 나는
'유럽에 왔는데 퀸과 관련된 게 하나도 없겠어?'라는 마음을 품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구글 맵에도 이리저리 검색해보며,
키워드를 찾아 헤매다 발견한 게 바로 이 장소였다.
지하로 내려가야 하길래 이렇게 돌아다니다가 큰일 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문 열자마자 밝게 맞이해주는 점원 덕에 마음을 한결 놓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딱 들어서자마자 발견한 건 아주 아주 넓은 옷 쇼핑몰,
뮤직 숍을 기대하고 들어간 난 매우 당황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찾던 매장과 연결된 다른 매장이었던 것 같다.
깊숙이 들어가니 하나 둘 등장하는 굿즈들.
아마 옆에 나를 부추길 사람이 있었다면 얼마나 샀을지 모르겠다.
특히 가오갤 어썸 믹스, 사진에 나타난 것처럼 왠지 혼자 빛나고 있었다.
그렇게 나선형 계단을 둘둘 내려가며 느긋하게 CD구경을 하다 보니 동네 문구가 생각났다.
수많은 앨범으로 차있던 음반 파트가 점점 줄어들 때 참 슬펐는데
이 곳을 한국으로 그대로 옮겨오고 싶었다.
Kino Lucerna
입구 찾기 어려웠던 키노 루체르나.
공사 중인 좁은 통로로 들어가면
영화관 상가가 등장한다.
그 안에 들어가서도 한참을 헤매다 찾은 관.
검표원이 따로 없어서 영화 시작 직전까지
조마조마했던 기억이 난다.
웅장한 오페라 극장 같은 분위기에 압도되어
손을 모으고 있던 중,
브라이언과 로저의 연주로 시작된
20세기 폭스사의 오프닝.
거의 10번을 보는데 왜 또 설레는지!
극장의 모양새처럼, 음악영화와 굉장히 잘 어울렸다.
하마터면 기립박수칠뻔했다.
엔딩크레딧이 모두 올라갈 때까지 기다려주는 관객들이 신기했다.
한국에선 영화제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인데, 그 덕에 돈 스탑 미 나우 제대로 감상하고 나왔다.
(+ BTS 영화도 기생충도 여기서 상영하던데... 펄럭)
갑 분 먹 주의
Potrefená Husa Hybernská
여행 가서 맛난 거 먹는 게 삶의 낙인 사람인데 식당 소개는 절대 빠질 수 없지.
팔라디움과 화약탑 근처에 있는 맛집 of 맛집이다.
타르타르랑 벨벳 맥주랑 꼭 다시 먹고 싶다.
맥주 맛 구별하는 사람들 보고 '뭐가 다르다는 거야...'라고 생각했었는데
벨벳 맥주는 진짜 남다르다. 집에 쟁여두고 마시고 싶을 정도였다.
Bageterie Boulevard
시네마 시티 근처 바게트 샌드위치 집
코로나 때문에 잃어버린 일상 중 하나가 바깥에서 자리 펴고 음식 먹는 건데
그래서 그런지 이때가 너무 그립다.
사람이 너무 많이 지나다니는 대로라서 조금 머쓱하기도 했고,
바게트 빵이 너무 단단해서 빵이랑 열심히 씨름하며 먹다가도,
강풍 때문에 손님들 단체로 쟁반을 부여잡으며 웃기도 하고
특별히 맛있었던 건 아니지만 그 장면이 계속해서 그려진다.
Alriso risotteria italiana
친절한 서버들과 야외 테이블
그리고 화창한 하늘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췄던 식당
이 곳의 이름이 기억이 안 나 짐을 뒤적거려보니
그새 명함까지 챙겨놨더라.
구글맵 스트릿뷰로 한 번 더 확인하고
부랴부랴 기록해둔다.
이곳은 알고 보니 글루텐 프리 식당이었는데
정말 모든 게 건강한 맛이었다.
계속해서 옆을 거닐던 비둘기와
건너편에 앉아서 쳐다보던 아기와
시끌벅적 와인잔을 기울이던 옆 테이블 손님들이
몽실몽실 떠오른다.
Candy Shop Prag (지그문트 동상 앞)
어릴 적 나는 위니비니에서 사탕을 사는 낙으로 에버랜드와 롯데월드를 갔다.
그런 나에게 이 곳은 천국 같았다.
조금 걷다 보면 끊임없이 캔디샵이 나를 반겨주었다.
당장 안 사도 계속 입장하게 되는 마력의 캔디샵
사실 마트에만 가도 초콜릿 종류가 너무 많아서
정작 캔디샵의 주전부리는 얼마 안 사 먹었지만
사진을 보다 보니 더 먹어볼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Místo
다섯 번인가 여섯 번 방문한 카페 미스토
브런치를 먹으러 가면 아침을 먹으러 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반려견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행복...)
갈 때마다 '이렇게 많이 먹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다 시켜놓고 먹었는데
모든 메뉴가 다 맛있었다.
베리 펜케이크랑 신선한 채소들을 곁들인 샐러드
요거트 볼, 그리고 샌드위치까지
여기 있는 아침 메뉴를 거의 다 먹어봤는데
정말 한국에도 오픈시키고 싶은 맘이 가득했다.
한 번은 다이어리를 들고, 또 한 번은 노트북을 들고
자리에 앉아 이것저것 먹는데
그 순간만큼은 여행자가 아니라 이 곳에 사는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디저트를 고르기 위해선 카운터 옆에서 직접 보고
주문했어야 했는데, 이 안에서 내가 제일 많이 시키는 느낌. 이것저것 끝없이 고르는 우리를 기다려 준 친절한 직원들도 인상 깊었다.
Reduta Jazz Club
사실 한국에선 재즈를 제대로 들어본 적도 즐겨들은 적도 없었다.
그런데 프라하 가기 전 즐길만한 것을 조사하다 보니
보헤미아 재즈 페스티벌을 발견했고, 왠지 꼭 가야겠다는 마음이 불어 그곳에 있게 되었다.
프라하 길거리 곳곳에서 들려오는 노래를 즐기며
이래서 낭만적인 도시인가 되뇌며
어느새 1열에 서서 음악을 즐기고 왔다.
그날따라 날씨가 얼마나 좋은지
한국에서도 재즈 페스티벌을 꼭 가겠다고 마음먹었다.
(but 코로나... 아마 올해엔 힘들겠지)
이 기세를 몰아 방문한 재즈클럽
페스티벌처럼 서서 즐기는 곳일까? 싶었는데
미리 자리를 예약하고 술을 들고 조용히 앉아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었다.
생각보다 규모가 작아서 좋았고 모두가 분위기에 심취해 있었고
밴드와 가수의 연주와 목소리가 살아있는 음표처럼 튀어
귀로 흘러 들어왔던 기억이 난다.
그 옆에 있는 락 카페도 가볼 걸
Letná park
카페 미스토에서 얼마 안 가 마주할 수 있는 드넓은 공원이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 반려견과 산책 나온 사람, 아이들과 피크닉 나온 사람까지
많은 이들이 날씨를 즐기고 있었다.
천천히 거닐다 보면 순한 강아지들이 다가와 반겨주고
주인에게 물어본 뒤 가끔 쓰다듬어 주기도 했다.
또 가끔은 길고양이를 만나 멀찍이서 지켜보고 사진을 찍었는데
체코 사람 말로는 검은 고양이가 불운의 상징이란다.
나에겐 귀여운 아이를 마주한 행운이었으니 상쇄될 것이다.
공원을 걸어 올라가다 보면 거대한 상징, 메트로놈도 발견할 수 있고
그 밑을 내려다보면 프라하의 아름다운 전경도 만날 수 있다.
항상 공원을 방문하다 보면 다른 계절에도 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 곳도 마찬가지로 봄과 가을 겨울이 궁금하다.
Hamleys Praha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고 돌아다닌
햄리스 장난감 가게
예전에 영화 마고리엄의 장난감 백화점과 나 홀로 집에를 보며 왜 우리나라엔 저런 장난감 가게가 없을까
슬퍼했던 적이 있다.
프라하에 가서 켜켜이 쌓아둔 호기심과 한을 실컷
풀고 올 수 있었는데
특히 들어가자마자 아이언맨과 토르, 헐크
그리고 스파이디를 보고 숨이 멎는 것 같이 기뻤다.
엔드게임 이후 꽤 슬펐는데 이 곳에서
파 프롬 홈도 보고 스파이디(알바)와 사진도 찍으니
괜히 마음이 치유되는 기분이었다.
헐크 손가락도 잡아보고
토이스토리 장난감들도 만져보고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하나라도 더 눈에 담으려 노력했다. 물론 스파이디도 하나 쟁여와서 내 방에 고이 모셔뒀다.
Prague Astronomical Clock
프라하의 중심, 천문 시계탑
다들 시계가 정각에 돌아가는 모습을 보려 그 밑에 옹기종기 모여있다.
나도 항상 그 밑에서 지켜보다가, 지나치다가 했는데
하루는 시계탑 전망대에 올라가 보기로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계단을 좀 오르면 탁 트인 프라하의 전경이 보인다.
해질 무렵의 프라하를 둘러보며 광장에 가득한 사람들을 지켜보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어디에서 내려다보든 프라하는 아름다웠지만
왠지 해질 무렵에 보면 더 많은 생각이 교차한다.
급 마무리!
사실 예전에 올렸던 글에 나온 곳과
중복된 곳이 많다.
당연히 나에게 인상 깊었던 곳들 위주로 적었기에
그냥 한 번 더 적으며 추억하고 싶었나 보다
나를 아는 사람이 이 글을 본다면
그냥 정말 행복했구나 ~ 하고 지나쳐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