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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잉업 Jan 16. 2024

귀찮아? 그럼 하지!

알아차림이 필요한 순간



 모닝루틴을 마치고 나면 나를 위해 방탄커피를 만들러 부엌으로 간다. 몇 개월 전부터 해 오던 일인데, 처음 한두 달은 즐겁게 만들다가 그 뒤로 슬슬 귀찮아졌다. 오늘 아침에도 잠시 내적 갈등이 있었다. 만들어? 말어? 방탄커피를 만드는 일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원두커피를 한 잔 내리고, MCT 오일과 기버터를 넣은 후 윙~블렌더로 갈아주면 끝! 뽀얗고 거품이 풍성한 방탄커피가 완성된다. 그런데, 이 일조차 귀찮게 여겨질 때가 있다. 이 순간에는 커피 한잔 내리는 일부터 귀찮아지기 시작한다. 


 '커피 메이커를 꺼내고, 필터를 얹고, 커피 봉투를 열어 적당량을 덜어낸 후 담고, 정수기에서 물을 담아 메이커에 부어 준 후 코드를 꽂고 버튼을 눌러야 되잖아. 또, 커피 내려질 때까지 기다려야 되고 말이야.'

 귀찮은 마음이 가득 한 날은 커피 내리는 이 한 가지 일만도 번거로운 일로 둔갑한다.

 '게다가 냉장고 열어서 오일과 버터를 꺼낸 후 덜고 뚜껑 닫고 다시 냉장고에 넣어야 되고! 또, 찬장 열어서 블렌더 꺼낸 후에 코드 꽂아 돌리고 나면 설거지도 해야 하네. 기름기가 있으니 세제로 씻어야 하니 참 번거롭다...' 이쯤 되면 이제 부엌에서 발길을 돌려 나오고 만다. 

그러면서도 방탄커피 만드는 그 시간을 절약한 기분에 잠깐의 시간을 얻은 착각조차 하게 되면 귀찮음은 정당성을 얻는다. 


 요즘 습관적으로 하는 행동을 매의 눈, 아니 매의 마음으로 알아차려 보려고 한다. 나이 탓만이 아닌 내 정신머리 없음은 알아차림을 놓치는 데 있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마음먹고 보니 오늘 아침에도 어김없이 방탄커피를 만들러 가다가 귀찮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어제 마셨잖아, 오늘은 그냥 건너뛰어.' 그 뒤에 한 단어가 나를 멈칫하게 만들었다. '귀찮잖아.'  그 일이 번거롭다고 여기는 마음 아래에 조급함이 함께 있었다. 중요하지 않고, 하찮게 여기는 거친 마음도 묻어 있었다. 깨알 같은 작은 일상의 행위들로 나를 챙기고, 즐거움과 여유를 느낄 수 있음에도 뭔가 거창한 일을 서둘러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문득고개를 드는 순간이었다.  


 부엌 앞에서 잠시 서성이던 나는  이제부터 귀찮은 마음이 들 때 그 신호가 바로 행동을 할 트리거가 되도록 연습해 보기로 결정했다. 주춤하던 손놀림은 다시 커피메이커를 꺼내게 만들었고, 커피를 내리는 동작부터 블렌딩 소리를 듣는 순간까지 감각을 최대한 느껴보려고 했다. 이것이 바로 명상이지 않은가. 귀찮음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졌고, 블렌딩 소리에 맞춰 뽀얀 거품과 함께 뿌듯한 마음도 올라왔다.  



귀찮아? 그럼 하지! 오늘부터 나의 작은 챌린지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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