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뷰티풀 마인드>
천재로 산다는 건 어떤 걸까. 남다른 재능을 갖고 태어난단 것도 내 의지에 의한 것은 아니니, 그런 삶이 우러러볼 만한 것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내가 그들을 좋아했다면, 그건 흥미로웠기 때문이었다. 특별한 건 신기하고 재밌었으니까.
실존 인물였던 천재학자 존내쉬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이 영화는, 치열하다. 감독도 배우도 한 치의 양보 없이 팽팽하다. 나는 그 팽팽한 줄의 긴장과 흥미 사이에서 침을 꼴깍 삼키며 지켜볼 뿐이었다. 어느 순간 극한의 긴장에서 그 줄이 툭, 끊어질 불안을 어쩌지 못하고, 환각과 좌절에 제 정신줄을 갈아넣는 존내쉬처럼 몸을 흔들대면서 말이다.
다르게 태어난 사람은 외롭다. 집단에 속할 수 없고 누군가의 이해를 받기도 힘들다. 고독만이 친구다. 가족과 사회가 부여하는 일탈자라거나 사회 부적응자라는 배지는 덤이다. 집단으로 뭉쳐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는 사회, 끼리끼리가 뒷배가 되어주고 조폭의 의리가 의로운 정의가 돼버린 세상에서 그들은, 갈 곳이 없다.
존내쉬는 하필이면 학자였다. 오로지 홀로 싸워야하는, 이론을 연구하고 해석하고 발견하는 경제학자. 훗날 노벨상을 수상하지만, 조현병이 갉아먹은 그의 생은 불행했다. 끊임없이 나타나는 환각 때문에 그는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만들어낸 친구, 동료, 어린아이까지. 환각 속의 인물마저 없었다면 생을 살아낼 힘이 없었던 그가, 제 병을 인정하고 극복해가는 과정은 눈물겹다.
영화 속의 그는 허공을 향해 삿대질을 하고 혼잣말을 끊임없이 중얼대며, 실재인지 허군지조차 구별 못하는 불안증세를 보인다. 허술한 옷차림, 흔들대는 몸통, 알아들을 수 없는 신음같은 혼잣말은 학생들에게까지 놀림의 대상이된다. 그의 뒤를 쫓아가며 바보 같은 행동을 따라하는 학생과 재밌다고 웃어제끼는 주변 학생의 모습을 목격하는 장면은, 심지어 참혹하다.
신은 인간에게 공평하단 말이 맞는 것 같다.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겪어야하는 고통 앞에서 범속한 나는 가슴을 쓸어내린다. 다행이다. 나는 가진 재능이 없어서... 하고 말이다. 그 서늘한 고독과 외로움을 밀고 가는 그들이 아프고 가엾다. 그러나 홀로 견뎌야할 수많은 시간과 세간의 비웃음을 견디며 제가 가진 재능을 다시 세상에 돌려주는 모습은 한편으로 아름답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빛났던 이유는 아마도 마지막 장면이 아니었을까. 노벨상을 수상하며 존 내쉬가 했던 말. 정신병자였던 자신을 버리지 않고 희망이 되고 믿음이 됐던 아내에게 건넨 말. 그러니까 '어떤 논리나 이성도 풀 수 없는 사랑의 신비한 방정식' 말이다.
"난 당신 덕분에 이 자리에 섰어요.
당신은 내가 존재하는 이유이며, 내 모든 이유는 당신입니다."